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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26년(1996)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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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 개과(改過)하면 족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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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改過)하면 족하리라

 

우리 道가 神道임을 깨달아

단청작업중, 神明의 응하심 느껴

 

         

권순분 <평도인ㆍ원평5방면>

 

  내가 고등학교 2년 때의 일인 듯 싶다. 그 날도 수업을 늦게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거의 집에 다다랐을 때 길가에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 열심히 바닥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한참동안이나 그러고 있었는지 다소 초조해 보이기에 무얼 잃어버렸기에 그러냐고 물어 보았더니 열쇠를 잃어버려서 한 시간이 넘게 이러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열쇠인 듯 아저씨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두 사람이 찾으면 나을 것 같아서 그 아저씨와 같이 찾아 보았다. 그러나,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던 열쇠는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조금은 체념하는 마음으로 정말 이 곳에서 잃어버렸냐고 물어보았더니 아저씨의 대답은 의외로 엉뚱했다.

  그 열쇠를 잃어버린 곳은 여기가 아니라 바로 저쪽 어두운 쪽인데 그 쪽은 너무 어두워 보이지 않으니까 이 쪽은 그나마 밝아서 여기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 열쇠가 이쪽으로 굴러 왔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이 아저씨가 정신 이상자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냥 돌아오긴 했지만 목표물은 다른 곳에 놔두고 엉뚱한 곳에 와서 시간만 낭비하는 그 아저씨의 모습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목표는 세웠으되 너무 막연했고 현실이란 굴레에 둘러 쌓여 정작 샛길로 빠져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그 때의 내 마음 속에서 떠나질 않고 있었기에 더욱 그 아저씨의 모습이 남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어렸을 적 난 이상세계를 꿈꿔왔다. 그 순수하고 커다란 희망을 부풀려 나갔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꿈은 점점 현실이라는 벽에 막혀 나아갈 수가 없었다. 결국 아주 작고 소심한 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입시험 한달 전부터 이유없이 일어나는 불안감과 우울증과도 같은 증세, 스스로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느낌만이 더욱 강하게 뇌리에 작용하고 있었다. 그 무엇은 나를 더욱 절망과 좌절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입도하기 전 난 다시 공부를 시작하던 중이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언니와 동생은 부득이 야간학교를 지원했고 나는 늘 이들에게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었다.

  시골집에서 도회지로 나와 혼자 공부를 하던 중 지금의 선각을 알게 되었다. 내가 다녔던 학교도 디자인 전문학교였던 후배이자 선각도 화실에서 알게 되었으며 그 당시 내 상황과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실패를 거듭하면 할수록 내 꿈은 더욱 막연해졌고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이 들었다. 기진맥진 해져있는 나를 그녀가 조용히 불렀다. 그때는 지푸라기라도 하나 잡고 싶은 심정이었고 때마침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런데 치성을 모신 후로 달라져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로 1년 가까이 수도하면서 참으로 많은 시간을 헤매고 낭비했다.
  우리 도는 신명신도라고 한다. 그런데 무신론자 였던 내게는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말들이었다. 모든 것이 다 신이다. 세상은 온통 신들로 가득 차 있다는 말만 들어도 괜시리 짜증이 났다. 그러던 중 그런 내 생각을 바꾸어 줄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왔다. 방면 회관을 짓고 단청을 하는데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단청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수 많은 절이나 유족지 등을 돌아다녀 봤지만 우리의 그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었던 것 같았다. 정말로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었다. 인간의 힘이 아닌 신명과의 조화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인데 이에 견준다는 것은 또 얼마나 우수운 일인가 그런데 그 작업에서 나는 내 자존심과 자만 때문에 결국 스스로에게 걸려 넘어질 뻔 했다. 사실 난 그래도 우리 고장에서는 이름난 수재들과 재능꾼들만 모였다는 예술 고등학교에서 잘 한다는 소리를 듣고 지냈었는데 그런 내 자만이 결국 스스로를 옭아 매고 말았다.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된 계기가 된 건지도 모른다. 난 내게 주어진 작업량을 금방 끝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전공이 디자인 쪽이라서 선하나 긋는 것과 깔끔하게 뒤처리하는 것은 자신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런 마음에서 생겼다. 붓을 댄 순간 붓이 움직이질 않았다. 손이고 뭐고 아무리 움직이려 해도 꿈쩍도 하질 않는 것이었다. 이게 웬일인가! 너무 의아스럽고 황당한 그 때의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생전 처음 붓을 잡는 다른 내수들보다 오히려 내 속도는 형편없이 느렸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삐뚤삐뚤 어긋나기만 하고 손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질 않았다. 아니 온몸이 마비가 된 것 마냥 묵직했다. 된통 누군가가 뒤통수를 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신명이란 두 글자. 나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겨지고 마음 속에서는 신명께 반성하는 마음의 소리가 메아리를 치고 있었다. 간절하고 애절한 모습으로.
  그 때 정말 신기하게도 손이 술술 잘 풀리면서 마치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내 손을 잡고 그리는 것 마냥 가뿐하고 부드러웠다. 아! 이것이 바로 신명신도구나. 순간 깨달음이란 이런 것인가. 신명도 일을 해 나가자면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도 신명의 도움없이 어떠한 일도 완성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한갓 범인들의 평범한 일을 할 것 같으면 몰라도 장차 천하 일을 도모코자 하는 사람에겐 얼마나 절실한 존재인가 수도를 해 나가면서 참으로 선각께 걸리고 부딪히고 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뒤돌아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든 문제가 바로 선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내 자존과 자만 그리고 나태함에서 비롯된 것 같다. 신명께 너무나 죄스로운 마음뿐이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그 전부를 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듯이 또 아무리 폭을 잡으려 해도 잡기 어려운 것이 선각의 수반에 대한 정성이며 보살핌이듯이 상제님의 천하창생을 향한 그 넓고 크신 사랑은 정말로 지극지대하신 참사랑이시다.

  공에 공을 쌓아 쓸만한 자손 하나를 타내기가 그렇게도 힘들다는데 나는 지금껏 어떻게 수도해 왔는지 새삼 선령신과 선각분들게 죄스러울 뿐이다.

  그 넓고 크신 마음 헤아려 앞으로 천하창생을 구하는 데 큰 일꾼으로 쓰여질 수 있도록, 그리고 상제님의 덕화에 보은하는 마음으로 내 맡은 바 위치에서 바르고 성실하게 열심히 수도해 나갈 것이다.

  전경에도 개과하면 족하리라 하듯이, 바로 이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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