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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7년(2007)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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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으로 :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아픈 현실 속의 판타지’

 

 

글 교무부

 

 

 

  현실의 고통에 힘겨울 때, 판타지 영화는 잠시나마 힘든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그 세계 속의 즐거움, 자유, 모험이 판타지의 빛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밝혀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타지 ‘판의 미로’는 관객이 그 빛을 기대하길 원치 않는다. 그의 판타지는 시종일관 어두운 현실과 공존하며 엄숙함으로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판의 미로’는,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관객의 마음속에 잊기 힘든 작은 생채기를 남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 생채기 틈으로 생명력 강한 소망의 뿌리가 자라고 있음에 우리는 조금씩 놀랄 것이다.

 

  1940년대의 스페인, 프랑코 장군의 정권 장악 후 저항세력인 시민군과 정부군의 충돌로 내전상황은 극에 달한다. 오필리아의 어머니 카르멘은 남편이 죽자 정부군 대위 비달과 재혼한다. 그의 아이를 가진 카르멘은 오필리아와 함께 병든 만삭의 몸으로 비달이 주둔하는 부대로 이사 온다. 그때부터 어머니와 순박한 오필리아의 삶은 불안과 슬픔에 젖어간다. 비달 대위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고한 이들도 쉽게 살해할 만큼 잔악한 인물이다. 음습한 부대 관사에서 카르멘의 병은 악화되고 비달의 냉혹함은 그들 모녀의 삶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어느 날 이런 오필리아에게 요정이 나타나고, 요정은 그녀를 목신(牧神:그리스신화의 목축의 신) ‘판’에게 인도한다.

  오랜 세월 오필리아를 기다려 온 ‘판’은 그녀가 평화로운 지하세계의 공주였음을 알리고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오필리아의 낯선 모험은 시작된다.

 

  “아름답고 흥분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력”, “내가 칸에서 만난 최고의 영화”. ‘판의 미로’에 대한 평론가들의 소감이다. 판타지 영화는 흔히 상업적으로는 성공하더라도 영화제에서 작품으로서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판의 미로’가 판타지 영화로서 상을 받고 평론가들로부터 감동어린 찬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이례적이다.

  ‘판의 미로’가 여느 판타지 영화와 다른 점은 잔혹한 현실을 숨기지 않는 진솔함에 있다. 그것은 영화의 극적 구조와 표현방식에서 드러나는 점이다. 영화 속에는 두 개의 세계가 교차편집을 통해 맞물려 돌아간다. 현실에 대한 이야기와 이상세계로 귀소(歸巢)하려는 오필리아의 판타지가 바로 두 톱니바퀴이다.

  두 세계는 전혀 다른 공간이지만, 별개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해답이 보이지 않는 현실의 고통과 그 해답을 찾으려는 판타지의 소망, 둘은 같은 시간상에 맞물려 그러한 관계 속에서 묘한 리듬을 이룬다. 그래서 ‘판의 미로’에서는 현실의 잔혹함은 더욱 부각되고 판타지의 가벼움은 비장함으로 대체된다.

  영화에서 현실의 고통을 해결하는 열쇠는 판타지의 편리한 마력에 기대지 않는다. 판은 여린 오필리아를 통해 힘겹고 실질적인 대가를 요구하는데, 그것은 바로 ‘용기·인내·희생’이다. 낯선 모험 속에서 하나씩 열쇠를 구해가는 오필리아는 마지막 열쇠를 얻는 관문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희생, 오필리아의 마지막 모험에서 그것은 용기와 인내를 모두 껴안을 만큼 크다. 세상을 구한 영웅, 정의로운 신념을 지켜낸 이들은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한 희생을 피하지 않았다.

  고통과 역경 앞에서 비굴해져 그 희생을 피할 때 신념과 이상(理想)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희생은 신념과 이상을 지켜내고자 하는 이의 궁극적인 약속이자 대가(代價)인 셈이다. 오필리아의 메시지는 영화의 시작과 끝에 그렇게 존재한다.

  판타지의 꿈이 아픈 현실 속에 그려진 ‘판의 미로’는 우리로 하여금 이상세계를 단순히 동경하게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지상에서 그 신념과 이상을 실현시켜가길 원한다. 오필리아는 ‘용기·인내·희생’이라는 열쇠가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가슴에 신념과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소망의 뿌리를 내려준 것이다.

  이제, 여러분의 신념과 이상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답이 내려지면 출발하자! 오필리아가 떠난 모험처럼 ‘용기와 인내 그리고 희생’의 열쇠를 찾아서….

 

 

 

영화정보

ㆍ감  독 : 길예르모 델 토로

ㆍ제  작 : 알폰소 쿠아론, 길예르모 델 토로 외 (미국, 멕시코, 스페인 합작)

ㆍ각  본 : 길예르모 델 토로

ㆍ출  연 : 이바나 바쿠에로(오필리아), 더그 존스(판)

ㆍ제작연도 : 2006년(개봉 : 2006. 11. 30)

ㆍ상영시간 : 113분

ㆍ수상경력 : 제32회 LA 비평가 협회상(2006)-미술상의 유제니오 카발레오,제71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2006)-촬영상의 길러모 네바로

 

영화상식

ㆍ교차편집(crosscutting) : 영화 편집 기법의 하나로서, 동일한 시간에 벌어지는 두 개의 다른 상황을 번갈아 가며 보여 주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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