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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종 : 영원한 명당
영원한 명당
글 연구위원 김성호
우리나라 최초의 관혼상제(冠婚喪祭) 예법서인 『사례편람(四禮便覽)』02에 따르면 부모의 시신을 분묘에 매장하는 근본취지는 부모의 유골을 깨끗하게 오래 보존하자는 효(孝)사상에 기인한 것이라 한다. 또한 이 책에는 부모나 선조들의 묏자리를 선정하는 기준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묏자리는 산릉을 깊이 파도 물이 나오지 않고, 주위의 산세가 보기에 기험하지 않으며, 양지바르고 바람이 없어 떼가 잘 자라고 묘지의 파손 염려가 없는 곳이면 더 가릴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로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상의 묏자리를 유독 명당자리에 쓰고자 고집해왔다. 이러한 믿음은 중국의 풍수지리설이 우리나라에 전래03된 이후 풍수사상이 유교의 조상 숭배사상과 결합되어져 생겨난 것으로, 그 이면에는 조상을 명당자리에 모심으로써 그 덕으로 개인의 ‘부(富)’와 ‘성공’을 얻고자하는 이기적인 인간의 욕망이 더 짙게 깔려있었다. 부모나 선조들의 묏자리를 명당에 써야 한다는 생각은 비단 과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믿어져 해마다 ‘명당자리’라는 구실로 금수강산(錦繡江山)의 수려(秀麗)한 자연경관이 무차별적으로 훼손되고 있는데 상제님께서도 이러한 명당(明堂)에 관해 하신 말씀이 있다.
상제님께서는 사람들이 명당을 원하자 그들에게 대를 이을 수 있는 자손을 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 의도를 깨닫지 못하고 거듭하여 상제님께 명당을 요구해오자 상제님께서는 그 명당은 이미 써서 발음(發蔭)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상제님께서 조상의 묏자리를 명당에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손을 주시고 위와 같이 말씀하신 까닭은 아마도 후천(後天)에서의 명당은 조상의 묏자리 발음(發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人間)에게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신 것이라 생각된다. 상제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이제는 인존시대(人尊時代)이다. 옛날에는 신명을 하늘에 봉했기[神封於天] 때문에 모든 기운이 하늘에 있었고, 또 땅에다 봉해서[神封於地] 사람이 죽어 묘를 쓰는데도 그 묏자리를 잘 써야 후손이 융성하고 죽은 자도 잘 되었다. 하지만 상제님의 공사로 인해 개벽되어진 후천(後天)에는 하늘과 땅에 봉해져 있던 신명이 사람에게 봉해짐으로써[神封於人] 모든 것이 인간에게 있게 된다. 신명이 사람에게 봉해진다는 것은 신과 인간이 조화(調化)되어진다는 것으로, 이 상태는 인존(人尊)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후천에서 인존이 실현되어진 인간은 선천에서 하늘과 땅이 주관해오던 모든 일을 직접 맡아서 관장할 수 있게 된다.[謀事在天 成事在人] 그러므로 이때가 되면 더 이상 선천에서처럼 조상의 묏자리를 명당에 쓰기 위해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명심하고 진심갈력하여 일심(一心)으로 수도에 정진한다면 후천에서는 인존이라는 상태로 새롭게 개조(改造)되어진 우리 스스로가 천지만물을 용사할 수 있는 영원한 명당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01 산 사람은 땅의 생기 위에 얹혀 삶을 영위하면서 그 기운을 얻는 반면, 죽은 자는 땅 속에서 직접 생기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산 사람보다는 죽은 자가 얻는 생기가 더 크고 확실하다. 죽은 자가 얻는 생기는 후손에게 그대로 이어진다고 여겼는데, 이를 동기감응(同氣感應) 또는 친자감응(親子感應)이라고 한다. 02 『사례편람』은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이재(李縡)가 편술한 것으로, 관혼상제의 사례(四禮)에 관해 당시 거의 맹목적으로 시행하던 『주자가례』의 허점을 보완하면서 이를 현실적으로 사용하기에 편리하도록 요령있게 엮은 사례의 종합적인 참고서이다. 이재는 이 책을 편술함에 있어 특히 상례(喪禮)에서는 『상례비요(喪禮備要)』를 주로 참고하되 현실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관행도 많이 참작하였다. 이 책이 간행되고 세상에 보급된 후에는 사회에서 사용되는 예속 역시 여기에 기준하여 행용되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예서 가운데 그 이용도 면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03 풍수지리설은 중국에서 시작되어 신라말기에 도선에 의해서 도입되었으며, 고려시대에 들어와 크게 성행하여 도읍지 선정이나 묘지선정에 활용되었으며 이로 인해 명당에 해당되는 묘터를 서로 차지하려는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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