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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3년(2023)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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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는 풍경 : 공평(公平)함을 묻는 아이

공평(公平)함을 묻는 아이



교무부 박종식


  요즘 나 자신에게 묻는 화두는 공평(公平)이다. 우리는 때때로 사색에 빠져 새롭게 깨닫기도 하고 때론 타인이나 다양한 매체에 의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기도 한다.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넘겨보다 문득 생각에 잠겼다.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라는 도서의 한 대목이다.



  꼬리감는원숭이는 여러 면에서 인간과 비슷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을 연구할 때 자주 활용된다. 영상에서 연구자들은 꼬리감는원숭이에게 돌멩이를 음식과 맞바꾸는 훈련을 시킨다. 한 원숭이가 돌멩이 하나를 오이와 맞바꾼 뒤 오이를 기분 좋게 먹는다. 그 뒤에 연구자는 다음 꼬리감는원숭이에게 다가가 돌멩이를 더 달콤하고 군침 도는 포도와 바꿔준다.

이 광경을 목격한 첫 번째 원숭이가 자기 역시 포도를 얻으려고 애썼지만, 이번에도 역시 오이를 받는다. 이에 분통이 터진 원숭이는 우리를 잡아 흔들면서 연구자에게 물건을 집어 던진다. 원숭이가 분노한 것은 포도 때문이 아니다.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01


  이 연구 결과를 통해 나는 꼬리감는원숭이에게서 볼 수 있었던 분노를 공감하면서 ‘나는 공평하게 살았는가’를 되새겨 보게 되었다. 깨알 같은 일들이 스치면서 하나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방면에서 포덕사업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회관 근처에 가정을 둔 도인은 회관과 왕래가 잦은 편이었는데, 부모를 따라 자녀들의 출입도 빈번하였다. 자녀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후의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랬다. 아이들은 남녀로 뒤섞여서 회관을 놀이터 마냥 다니며 떠들기 일쑤였다. 약간의 소란이 있는 경우에 아이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나는 훈계를 주기도 했다. 때론 훈계가 엄하지 않다 보니 아이들은 말을 가벼이 여기고 더 시끄럽게 떠들기도 하였다.




  대체로 여자아이들은 말을 잘 듣는 편이어서 이뻐 보였다. 그러나 남자아이들은 짓궂고 말도 잘 듣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남자아이들 모르게 여자아이들에게만 약간의 용돈을 주었다. 처음 한두 번은 아무 일이 없었으나 몇 차례 반복되었을 때, 여자아이들에게만 용돈을 주었던 일이 알려진 것인지 한 남자아이가 다가와 말했다. “삼촌, 왜 우리는 안 줘요?” 나는 남자아이의 말에 좀 당황했지만 나름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여자아이들도 남자아이들처럼 떠들긴 했지만 훈계했을 때 예쁘게 말을 잘 들어서 챙겨주고 싶었지만, 남자아이들은 말도 잘 안 듣고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는 말썽꾸러기였기에 얄밉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으로는 그것이 남자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 묻는 남자아이 앞에서 속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나는 “내 맘이다”라고 말하며 상황을 넘겼을 뿐이다.

  꼬리감는원숭이 이야기를 알고 나서는 남자아이의 “삼촌, 왜 우리는 안 줘요?”라는 말이 다르게 들렸다. ‘여자아이들과 함께 놀았는데 왜 우리에게는 주지 않느냐? 주지 않으려면 내가 억울한 마음이 안 들게 이해시켜 달라’는 말로 해석되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공평하지 못한 처신이었다. 수도인으로서 깊게 헤아려 공평한 처신으로 타의 모범이 되어야 했다. 분별력이 생긴 아이를 내가 어린아이라 생각하고 너무 가벼이 대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말을 잘 들은 여자아이들에게 용돈을 준 것이 옳다 하더라도 남자아이들이 보았을 때, 형평성 없게 비쳐져 마음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처리하는 자세에 있어서 상제님께서 말씀하셨듯이 ‘편벽되게 사랑하거나 편벽되게 미워하지 않는 것이 인(仁)이다.’02라는 마음을 바탕에 두었어야 했다. 돌이켜 보니 씁쓸한 감정이 몰려왔다.
  나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지만, 남자아이들 시각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느껴졌으리라. 이런 부분에서 척을 맺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두에게 용돈을 주었다면 남자아이의 불만은 없었을 텐데, 그날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고등학교 2, 3학년이 되었을 남자아이가 그날의 나를 ‘공평하지 못한 삼촌’이라고 기억한다고 해도 달리 할 말이 없다. 사소한 일에도 공평함을 잊지 않아야겠다. 그때와 같은 질문을 받지 않으려면….






01 돌리 추그 지음,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홍선영 옮김 (경기도: 든, 2020), p, 94.
02 교법 3장 47절 “不受偏愛偏惡曰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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