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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20년(1990)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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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 智者與天地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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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者與天地同

             

지혜로운자는 천지와 같이해

 

 

김 연 희 <교무ㆍ남대구 방면>

 

  소리없이 비가 내리며 가을이 깊어 간다. 아득한 대덕산 능성이로 저녁안개가 피어오르고 젖은 나무들이 호소하듯 눈물을 흘리며 서 있다. 비바람에 아무 저항 없이 떨어지는 나뭇잎, 그 둘레에 무수히 떨어져 쌓여 있는 그 아름답던 여름날의 혼령들,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라 읊었던 어느 시인의 처절함이 바로 이 마음이었을까. 비에 젖어 땅에 묻힐 낙엽들을 바라보며 울컥 가슴이 시려온다.

  예전에 나의 가을은 조금씩 술렁이며 찾아왔다. 늦여름 뙤약볕이 멀어가고 소슬바람이 불어올 때면 멀리 어디론가 발길 닿는대로 떠나고 싶다. 그래서 어느날 훌쩍 가을 속을 다녀왔다. 그리움에 자기몸을 태우는 단풍나무, 초가집과 맨드라미, 사립문 그리고 뜰안의 감나무들 그 순수한 만남들을 통하여 나를 확인하고 다가올 시간을 기다리는 고즈넉한 여유. 머리는 맑은 시냇물처럼 투명해졌다. 돌아오는 길엔 바람에 흔들리는 보랏빛 들꽃이 종내 나를 눈물 흘리게 하고 아마 가을은 안으로 안으로 우는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조금은 허술하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각박한 이 세상에 극성스럽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보다는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평범히 살아가는 모습들이 이제는 가을꽃들처럼 지혜스럽고 품위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비 내리는 대덕산 가을 숲. 비에 젖은 가을나무들은 누구를 부르는 것일까? 안개같은 비밀에 묻혀 여름내 숲은 커가고 그 안에 지혜와 희생과 사랑이 익어간다. 이 자연의 사랑법을 따라야겠다. 이기는 것보다는 지는 법, 받음보다는 주는 것을, 외롭고 소외된 자들을 위로하고, 사랑해주는 마음, 나를 죽이며 섬기고 사는 법을 깨닫고 싶다.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노자』의 문장이 떠오른다.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사람은 땅을 바탕으로 하고 땅은 하늘을 바탕으로 하고 하늘은 도를 바탕으로 하는데 도는 자연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서 도가 바로 자연을 본보기로 한 개념이고 자연에 바탕을 둔 개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자연이라는 것은 천지만물의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라는 뜻으로 사상의 기본개념인 도, 곧 영구불변의 절대적인 존재이며 만물의 생성의 모체인 도의 바탕이라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한자 문화권에서는 인간은 처음부터 자연의 일부며 따라서 자연과의 조화 또는 자연과의 융합을 통해서만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 또는 그러한 조화와 융합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인간의 이상적인 생활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고 인간의 이상적인 인격은 자연과의 융합을 통해서만 다듬어진다는 인식을 말한다. 여기서 인간의 지혜가 나올 수 있다. 『전경』에 『智者 與天地同 有春夏秋冬之氣每事任意用之謂之智慧勇力大智與天地同有春夏秋冬之氣其次 與日月同有弦望晦朔之理又其次與鬼神同有吉凶禍福之道(제생 43절)(지혜로운 자는 천지와 함께하고 봄・여름・가을・겨울의 기운이 있다. 매사를 임의대로 쓰니 이것을 지혜용력이라한다. 큰 지혜는 천지와 같고 봄・여름・가을・겨울의 기운이 있다. 그 다음은 해와 달과 같으며 보름달. 반달, 그믐달, 삭망의 이치가 있다. 또 다음으로는 귀신과 같고 길・흉・화・복의 도가 있다.) 즉 자연과의 혼연일체가 되면 천지의 모든 이치가 파악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없애고 세속의 말로 마음을 비워야 한다. 마음을 거울과 같이 닦아서 진실하고 정직한 인간의 본질을 회복했을 때 언행과 처사가 일치되게 생활화하여 세립미진(細粒微塵)되고 마음이 무욕청정(無慾淸淨)이 되었을 때 천지의 모든 이치를 깨닫고 도통진경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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