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 대순회보 12호 문단

대순119년(1989) 3월

문단 : 초

초

서울방면 이 종 욱

초가 타고 있다.
하이얀 몸을 녹이며 어두운 세상에
빛을 주고 있다.
시기와 질투와 모든 번뇌를 녹이고
새로운 세상을 밝히려 하얗게 타고 있다.

초의 마음이 되고 싶다.
아름다운 희생의 정신과 진정한 사랑을
내 한몸 불살라 밝은 세상이 온다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초를 사랑하고 싶다.
어둡고 캄캄한 암흑세상을 밝히기 위해
몸이 녹아 내리는 고통도 인내하는
조그마한 한자루의 초를
영원히 사랑하고 싶다.

초의 사랑을 배우고 싶다.
모든 죄악과 원한과 고통을 녹여
하얀 아주 하이얀 빛으로 만들련다.
거추장스러운 허물과 위선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오직 빛을 내기 위해
조용히 희생하는 사랑을 배우련다.

도우들이여!
사랑하자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자.
그리고 사랑하는 것을 위해
진정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한자루 조그만 초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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