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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7년(2007)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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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으로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계(四季)를 따라 순환하는 업장의 굴레’

 

 

글 교무부

 

 

 

  사계의 문이 열린다. 호수 위에 암자가 떠 있고, 노승과 동자승이 보인다. 비일상적이며 낯선 그 공간에서 4개의 계절과 인간의 생이 맞물려 순환한다. 지극히 단순한 듯한 두 대상의 대화 속에서 이름 모를 향내가 피어나고 그 향은 내 숨결에 묻어 떠날 줄을 모른다.

  ‘봄’, 호수 가운데 지어진 절에 노승과 동자승이 살고 있다. 어느 날 동자승은 장난으로 물고기, 개구리, 뱀을 잡아 돌을 매단다. 이에 노승은 동자승의 몸에도 똑같이 돌을 묶은 다음, 그들을 풀어주면 동자승도 풀어주겠다고 말한다. 동자승이 달려갔을 때, 뱀은 이미 죽어 있었다. 죄책감에 동자승은 서럽게 운다.

  ‘여름’, 동자승은 사춘기 소년의 모습으로 성장했고 절에 두 여인이 찾아온다. 중년의 여인은 병든 소녀를 맡기고 떠난다. 소년은 소녀를 보며 자신의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욕정을 느끼고 깊게 빠져든다. 소녀 또한 소년에게 이끌려 간다.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 노승은 결국 소녀를 보내고 소년 또한 번민에 힘겨워하다가 절을 떠난다.

 

 

 

  ‘가을’, 30대로 성장한 소년은 죄를 짓고 절로 도망쳐 온다. 스님은 자살하려는 그를 설득해 나무로 된 절의 마당에 써놓은 반야심경을 칼로 파내라고 한다. 그를 찾아 절에 이른 두 형사는 스님의 부탁대로 그가 반야심경을 다 팔 때까지 기다린다. 그가 잡혀가고 스님은 나룻배 위에서 자신의 몸을 불태워 다비식을 한다.

  ‘겨울’, 중년이 된 그가 절에 왔을 때 절에는 아무도 없다. 입적한 스님의 사리를 모으고 절을 보살피다가 우연히 낡은 책 한 권을 발견한다. 그는 책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깨달음을 찾아간다. 어느 날, 보자기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한 아기를 안고 나타난다. 새벽에 여자는 아이를 두고 급히 떠나려다, 공교롭게도 두껍게 언 강에 뚫려진 구멍에 빠져 죽는다. 여인의 시신을 건져 얼굴을 확인한 그는 깨달음을 얻은 듯, 웃옷을 벗어던진 채 몸에 돌을 매달고 손에는 관음보살상을 들고 산에 오른다. 산 정상에 오른 그는 관음보살상을 올려다 놓고 곁에서 합장을 한다.

 

 

 

  ‘그리고 봄’, 노승이 된 그의 곁에는 한 동자승이 있다. 동자승은 어느 봄 그가 했듯 개구리와 뱀의 입속에 돌멩이를 집어넣으며 장난기 어린 웃음을 터트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 영화는 감독의 기획과 발상에서부터 깊은 맛이 있는 작품이다. 더욱이 사계의 흐름을 맑은 수채화로 정성껏 그려가다 그 화폭이 한 없이 늘어진 듯한 작품 전반의 느낌은 관객의 마음을 차분히 정화시켜가기에 충분하다.

  감독의 발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절이라는 독특한 공간에 대한 해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 공간은 현실 세계도, 그리고 환상의 세계도 아니다. 그것은 현실 세계를 지배하는 진리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즉, 진리가 현실 세계 속에 깃들어 순환하듯, 호수 위의 공간은 현실 내부에 법칙으로서 존재하는 세계를 상징한다. 감독은 현실의 세계에서 진리의 영역만을 따로 떼어낸 뒤, 호수 위 암자라는 독특한 아이콘(Icon)으로 그 영역을 묘사하고자 한 것이다.

  감독은 그러한 공간의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사용했다. 배우의 대사를 절제하고 상징적 영상들로 의미를 전달하려는 점이다. 특히, 감독이 직접 연기한 겨울 장면은 대사가 아예 없이, 깊은 의미가 농축된 상징성으로 가득하다. 보자기로 얼굴을 가린 여인, 그 여인의 죽음 뒤에 세운 부처의 형상, 돌을 맨 몸으로 관음보살상을 안고 산을 오르는 장면 등에서는 그 공간의 특성을 표현하기 위한 감독의 일관된 연출력이 보인다.

  그 속에는 사계를 따라 순환하는 인간의 업이 있다. 봄, 동자가 개구리와 뱀의 몸에 짓궂게 돌을 매달듯 자신에게 업장의 굴레를 씌운다. 인간의 삶은 업의 현실과 함께 시작된다. 여름, 성장해 가는 육체는 정욕에 이끌려 한 여름 뙤약볕만큼이나 뜨겁게 달구어진다. 타는 듯한 정욕의 집착 속에서, 육체가 성장하듯 업의 불길도 커져 간다. 가을, 집착이 맺어놓은 업의 열매를 거둬들인다. 겨울, 업의 열매를 씹으며 깨달음의 길을 향해간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봄은 다시 온다.

  업장의 굴레, 그것은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것 그 이상 그 이하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생의 순환에 동참하는 한 요소로 볼 때 그것은 생을 역동케 하는 촉매제가 된다. 잘못을 통해 인간은 번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번뇌와 고통은 물론 힘겨운 인내를 대가로 요구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면서 인간의 생은 더욱 깊고 견고해져가는 것이다.

 

 

  중년이 된 동자승이 관음보살상을 안고 몸에는 돌을 매단 채 산을 오르듯, 수도인은 가슴 한 가운데 큰[大] 진리를 품고 겁액(劫厄)을 등에 업은 채 완성을 향한 삶을 산다. 그러한 삶은 낯설 것 없는 자연스러운 수도의 일상이며, 일상 속의 힘든 겁액도 진리를 수행하는 이에게는 수련의 도구에 불과하다. 완성에 도달하면, 수도인은 그 순환의 틀을 반복하지 않고 단지 초월해 낼 뿐이다.

 

 

 

영화정보

ㆍ감  독 : 김기덕

ㆍ제  작 : 이승재

ㆍ각  본 : 김기덕

ㆍ출  연 : 오영수(노승), 김기덕(장년승), 김영민(청년승), 서재경(소년승), 김종호(동자승)

ㆍ제작연도 : 2003년(개봉 : 2003.9.19)

ㆍ상영시간 : 106분

ㆍ수상경력 : 제41회 대종상 영화제 최우수작품상(2004), 제11회 춘사대상영화제 올해의 미술상(2003), 제11회 춘사대상영화제 올해의 기획제작상(2003), 제51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관객상(2003), 제24회 청룡영화상 기술상 및 최우수 작품상(2003)

 

영화 속 명소

ㆍ주산지 :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에 있는 저수지로 조선 숙종 때 인공적으로 만든 호수이다. 길이 100m, 너비 50m 정도의 작은 호수로 300여 년의 세월 간 주왕산 자락의 물을 모으고 있다. 그 아래 이전리 마을에서는 해마다 호수 주변을 정리하며, 제사도 지낸다. 영화를 위해 만든 절은 환경보존을 위해 철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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