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인 마침표를 찍지 않았네
신천방면 이 소 영
그 아인 마침표를 찍을 줄 몰랐다. 해바라기 씨 닮은 까만 마침표. 늦서리 오던 날 시들은 해바라기 떨군 씨 흙에 잉태되어 다시 일어나 노오란 미소로 피었다. 시작의 끝은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작문 선생님은 가르치지만 마침표 닮은 까만 씨
그건 결코 마침이 아님을 아이는 보았으므로 다른 친구들이 마침표를 꼭꼭 눌러 찍을 때 까만 마침표 되살아나 굳은 껍질을 벗고 푸르게 기지개하며 황금빛 화관을 쓰는 것을
아이야! 그는 자라 어른이 되어 척박한 땅 위에 살대를 꽂고 지분대는 먼지를 훔치며 살음살다. 때로 파열될 열매의 겉껍질을 줍고 버캐 같은 응어리를 짓기도 하다.
친구들은 쉬이 마침표를 달고 견고한 철문을 만들어 금박의 명함을 찍어대었으나 그는 배웠으므로 유년의 조그만 땅은 준 만큼 내 보여줬음을 그것은 파기가 아닌 유예라고
잃는 것을 슬퍼 않았네 모든 이별은 모든 시작이므로 날마다 숱한 발자국으로 거리에 낙인하며 제 입으로 토해내는 까만 씨앗을 묻으면 그 낙인의 수만큼이나 발긋 일어나는 육신의 피로이지만 허물어질 순 없지. 어느 사이 시절은 화려한 그 잎을 떨구고 모든 치장을 벗겨 갯바닥처럼 드러나 보일 테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고,
걷는 내 앞에 타는 석양 속에 보았네 알알이 박힌 시작을 알리는 씨앗, 씨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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