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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21년(1991)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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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 안경 너머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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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너머의 세상

 

         

박대생<교정ㆍ부전방면>

  

  그날은 그토록 즐기던 당구장도 찾지 않았고 차 한잔 하자고 졸라대는 동료여학생의 애절한(?) 절규도 박절하게 뿌리치고 일찌감치 집으로 향하였다. 왠지 몸이 나른하기도 했지만 자꾸 집으로 마음이 쏠렸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평소엔 우리집 수문장인 자물쇠만이 빈집을 지키다 날 반기곤 하였는데 그 날은 대신 누나가 저녁을 준비하며 날 반겨주었다. 「어! 노?」, 「저녁 묵고 얘기 해줄께」오랫만에 누나와 함께 저녁을 먹고 텔레비젼을 보는데 불쑥 누나는 조금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엄숙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말인즉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신 후로는 늘 꿈자리가 뒤숭숭하고 불안하였단다. 그러던 차에 이웃집 언니가 소개해준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그 아주머니는 누나의 말을 자초지종을 듣고 나더니 어머니의 원을 풀어 주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라는 것이었다. 누나는 즉석에서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그 아주머니는 쾌히 장소와 날짜를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오늘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생면부지인 그 사람의 말을 믿다니! 그렇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누나는 힘겹게 생활하며 지극정성으로 나의 학비를 마련해 주었고 또 항상 어머니처럼 날 따뜻하게 격려해 주지 않았던가… 누나가 못 마땅해하는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집에서 버스로 약 50분 가량 걸리는 연산동의 조그마한 미용실이었다. 「무슨 원풀어 주는 곳이 미용실이고? 파마 못하고 가신 분도 아닌데…」 죄없는 돌을 툭툭 차고 있을 즈음 누나와 한 아주머니가 날 정중하게 미용실 안으로 데려갔다. 안에는 서너명의 아주머니들이 있었고 날 보면 반갑게 웃어 주었다.

  그렇지만 미처 쑥스러워 할 여유도 주지 않고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에게 절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상한 형식의 절이었다. 몹시 불쾌했다. 동네에선 똑똑하다고 소문난 내가 뭔가에 속는 것 같았다. 이윽고 나의 안색은 화려하게(?) 변색되어 갔고 누나는 참아 달라는 눈짓을 계속했다. 「그래참자. 누나를 위하여…」 힘들게 원풀이가 끝났다. 생전 처음으로 많은 절을 한 나에게 아주머니는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아유! 학생 어쩜 그렇게 절을 잘하우」 그날밤 난 베개에게 투덜거렸다. 「속았다. 그쟈」 며칠 후 그 아주머니가 집에 왔다. 누나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누나는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나를 보자 『박외수』라 부르며 반가워하시면서 그날 우리가 한 것은 『시운치성』이고 입도식을 한 것임과 동시에 어머니의 원도 그것으로 풀렸으리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민족종교라는 것까지도…

  후딱 며칠이 지났고 아주머니는 지겹게도 찾아왔다. 와서는 천도(天道)와 인도(人道)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를 하였으며 그럴 때면 나는 내방으로 도망갈 기회만 찾았다. 그런데 열변을 토하던 그 아주머니는 문득 내게 질문을 했다. 「박외수 도통이 뭔지 압니까?」「도통? 도통이 뭐꼬?」 난 속으로는 궁금하면서도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도통요? 불도저가 길 뚫는게 도통이 아닝교…」 그 후로 난 회실이란 곳에 여러번 갔고 수련도 몇번 하였다. 물론 누나의 간곡한 요청에 의한 것이었지만-그리고 그곳 사람들과 얘기도 했고 높은 사람(?)의 교화도 들었다. 요즘에는 거의 상실되다 시피한 인간성이란 것과 예절, 도덕을 가르쳤고 더불어 천지공사(天地公事)라는 너무나도 생소한 것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있었다. 천지공사? “세상에. 하늘도 뜯어 고치고 땅도 뜯어 고치다니…!”

  순간 나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솟아 올랐다. 그래! 어쩌면 이곳은 평소 내가 선입관과 편견을 가지고 있던 그러한 곳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이 알지 못하면 그것을 부정하고 믿으려 하지 않는 나쁜 습성이 있지 않은가? 암기식 위주의 정제된 지식이 고작이면서 그 얄팍한 지식의 안경너머로 세상을 보고 감히 주위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자 하지 않았던가….

  다음날 나는 친구 영암이를 회실로 데려와 입도를 시켰다. 영암이 역시 새롭게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라며 좋아했다. 난 또 포덕을 하였으며 틈틈이 전경도 공부하였다. 성냥을 다 쓴 뒤에는 반드시 구겨서 버리라는 전경구절이 너무도 감명깊었다. 이제야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왜 진작에 도문에 들어오지 못했을까. 그해 일년은 빨리도 지나갔다. 난 선무가 되었고 수반들도 생겼다. 처음 기도를 모셔 주려고 방문하면 싫은 내색을 하던 사람들도 이젠 나를 반기기 시작했고 우리 대순진리회에 관심과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민족종교라는 말만 듣고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더불어 나의 생활태도도 입도 이전의 부정적인 사고방식에서 긍정적・적극적으로 변화하였으며 삶을 즐겁게 영위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모두가 상제님의 크나 큰 덕화가 아니겠는가!

  요즘도 가끔 세간에서는 민족종교를 일컬어 무조건 정통이 아닌 이단종교로 매도하는 것을 보곤 한다. 그럴 때면 입도전의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아 괜히 얼굴이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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