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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5년(2015)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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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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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대순문예전 수기부문 금상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단편
 
 
 

자양 20방면 선감 양영화

 
 
 
 
  수도과정에서 경험한 것을 수기로 적어 남에게 보이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흔히 수도인은 음덕이 크다는 상제님의 말씀처럼 자신의 덕행을 드러내기보다는 묵묵히 남을 잘 되게 하는 음덕을 행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을 안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또 수도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부족이 한없이 커 보여서 자신 있게 남에게 드러내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가슴 따뜻한 사연을 간직하고서도 자신을 내세우는 것이 부끄러워 그저 묵묵히 선행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분들이 내는 향기는 때로는 말보다 눈과 귀로 먼저 다가와 가슴 한편을 뭉클하게 할뿐더러 순수한 양심을 자극하여 때 묻은 마음에 경종이 되어 나를 깨우곤 한다. 그리고 소리 없는 덕행으로 자극된 아름다운 선율은 꽃보다 진한 향기가 되어 내 온몸을 전율시킨다. 지금 가만히 펜을 들고 그것을 되뇌는 시간조차도 내게는 기분 좋은 다짐이자 명상의 시간이다. 이제 가만히 숨어 있는 이러한 사연 중, 혼자 간직하기보다 많은 수도인에게 하나의 울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를 꺼내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본부성 날의 일이었다. 시골 할머니의 따스한 정을 떠올리게 하는 82세의 부전방면 보정은 저녁에 아주 기쁜 일이 생겼다며 수박 반 덩어리를 나에게 건넸다. 그날따라 할머니의 얼굴은 갓 나은 아이를 안고 처음 하늘을 보는 새댁 같은 미소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오랜만에 입도식을 한 음복이니 임원들이 꼭 맛있게 먹어주어야 한다며 어서들 드시라고 재촉하신다. 그 말을 방에서 듣고 있던 젊은 안동방면 임원 몇 분은 할머니의 말에 “네, 이 음복은 꼭 먹어야겠네요.”라며 할머니 주위로 둘러앉았다.
  “보정요, 주변에 누구 입도식이 있었던 거예요? 방면 수반 앞에서 입도치성이 있었나요? 여기 앉아서 얘기 좀 해주세요.” 보정께서는 쑥스러워하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으응, 내 앞에 입도치성이 있었어.” “네?” 동료들은 일제히 뛸 듯이 기뻐하며 “와~, 정말 좋은 일이네요. 정말 잘 됐어요.”라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보정께 입도치성을 하는 후각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댔다. 정성이 담긴 이 수박보다 도장에만 계시던 보정께서 어떻게 포덕을 하셨을까 하는 궁금증에 동료 임원들은 모두 할머니의 입에 반짝이는 시선을 모았다. 보정의 사연은 이러했다.
 
 
 
  며칠 전 도장에서 저녁수호를 위해 회관마당을 나서는데, 마흔 중반의 젊은 남자가 두리번거리면서 말을 건넸다.
  “여기가 어디예요? 아무래도 길을 잘못 찾아 들어온 것 같은데….”
  “여기는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인데, 젊은이는 여기가 처음인가 보네요?”
  “예”
  “집이 어디죠?”
  “인천 ○○입니다.”
  “아유 반갑기도 해라. 그 동네는 내가 십여 년을 산 바로 옆 동네라 잘 알지요”
동네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난 후, 그 젊은이는 나에게 ‘대순진리회’에 관해 물어왔다.
  “ 음, 간단히 설명하면 알기가 어려운데… 젊은이? 혹시 얘기 좀 듣고 갈 시간은 되나요?”
  “네 조금….”
  “그럼 내가 구경시켜 줄 테니 이왕 여기까지 온 것, 나 따라서 구경 좀 해 볼래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럼 괜찮지, 나 따라와 봐요.”
  이렇게 해서 숭도문 안을 둘러보고 도장을 소개하면서 교화를 했다. 그런데 이 젊은이는 내가 하는 이야기를 다 알아듣는 것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나는 도를 이해하는 그 젊은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혹시 다음에 또 볼 수 있을까?”라고 말을 건네니, 주저 없이 “여기로 전화해 주세요.” 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명함을 유심히 살펴보니 서울대 박사, ○○교수라고 쓰여 있었다. 명함을 건네받은 나는 “내가 도장을 수호하고 있고, 나이도 있어 시간을 내서 밖에 나가기가 힘든데….”라고 하니, 그 젊은이는 관심이 있었던지 두말하지 않고 자기가 여기로 찾아오겠다고 기약을 했다. 나는 “그래요, 젊은이. 다시 여기에 오게 되면 이 번호로 전화해요.”라고 약속하고 젊은이를 배웅했다.    
  나는 젊은이와 헤어지고 나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고 가슴이 쿵쾅거려 동료 임원들에게 “오늘 이러한 일이 있었어.”라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그 말을 들은 동료 임원들은 그런 사람이 여기에 왜 왔겠느냐며 의심 섞인 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저런 의심스러운 말을 뒤로하고 오직 그 젊은이가 도를 알 수 있게 해 달라고 심고를 드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젊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수화기에서는 나의 인사보다 먼저 그 젊은이가 “할머니 잘 계셨어요?” 하며 나를 더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 한마디 인사에 동료 임원들로부터 들었던 걱정이 말끔히 날아가 버렸다. 전화로 이런 저런 대화가 오고 갔고 며칠 후에 꼭 도장에 들리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나는 믿어지지 않았다.
  “아이고, 정말로 박사네 박사. 내 팔자에 교수 후각 두게 생겼네. 내가 상제님께 이 젊은이 꼭 도인 되게 해달라고 지성으로 빌었더니 그것이 정말 이루어지려나 봐!”
  그 이후 정말 젊은이는 도장으로 나를 찾아왔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왕래가 더 잦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교수와 몇 번의 왕래가 있은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입도식에 대한 말까지 꺼내게 되었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나에게 “입도식이 뭐에요?”라고 되물었다. 그래서 나는 입도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오늘 시간 좀 돼요?”
  “네, 한 시간 정도요.”
  “그럼, 이제 대순진리회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니고 멀리서 어렵게 발걸음 했으니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오늘 입도식을 하지 뭐. 젊은이가 도하고 인연이 많은가 봐.”
  바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입도식을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는 곧장 후각을 배웅하고 이렇게 음복을 챙겨서 가져온 것이란다. 보정이 나와 동료 임원들에게 건넨 수박에 얽힌 사연에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니 참 신기하게만 여겨졌다. 보통은 선각자가 인연자를 찾아 후각을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후각될 사람이 스스로 찾아와서 입도를 한 것이니 더 값진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정께 이 사연의 전말을 더 상세하게 묻자 보정은 “그렇게 심고 드렸지. 내가 몸도 불편하고 나이도 많아서 잘 못 움직이니까 오가는 길에 후각을 두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빌었지!”
  “심고대로 된 겨….”
  나는 안다. 오늘 보정의 뜻깊은 인연이 빛을 발한 이유를. 2년여 전에 나는 정성을 들인다고 도장에서 한두 번 화장실과 샤워실 청소를 한 적이 있다. 안 하던 일을 하려니 머릿속에 별생각이 다 나고, 옆에 사람들 시선이 의식되어 쑥스럽고, “내가 이것을 꾸준히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다가…, 결국 이런저런 합리화로 ‘반짝’하는 시도로 끝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오는 할미꽃 같았던 다정한 보정의 모습이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솔선수범해서 불편한 허리를 숙여 가며 화장실 쓰레기를 비우고, 어지러워진 샤워실을 말끔히 청소하고 계셨다. 그것도 매번, 한결같이…. 그래서 나는 보정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보정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깨끗하게 쓸 수 있네요. 힘들진 않으세요?”
  “아이구, 뭔 말씀을요. 이거라도 해서 밥값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도장에서 복만 까먹고 있는 것 같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생각하다가 이거라도 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오히려 많이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연신 부끄러워하셨다.
  우리 엄마는 75세로 집 안 청소하는 것도 힘들어하시는데, 보정은 82세에 무릎도 불편하신 분이 자진해서 솔선수범하시니 역시 수도인이고 임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보정의 정성에 숙연해짐과 동시에 그런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정성 드리지 못한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그 정성의 결과로 이런 수박 맛을 선사하신 것을 보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상제님께서 저 마음을 보시고 소원을 들어주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사연을 동료 임원들에게 얘기했더니, 모두 ‘정말로 오랜만에 듣는 감동적인 이야기’라며 다시 마음을 잡는 눈빛을 주고받는다. 내 후각은 “화장실 청소 얼마나 했대요? 나도 화장실 청소하는 걸로 정성을 들여볼까요?” 하며 부러움의 말을 한다. “화장실 청소만 했다고 그렇게 됐겠어요? 평소에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행동으로 옮겼으니 감동을 낳았겠지요!”
  연세 드신 분들이 치성을 드리는 것을 보면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참으로 존경스럽다. 젊은 사람도 힘든데, 어쩜 저렇게 정성스럽게 서 계실까? 저 정성이 오늘의 대순진리회를 만들었지 않나 싶다. 오늘도 보정은 “후각 월성 모시게 해야 하는데, 내가 아는 게 없어서…. 이 사람 도인으로 잘 커야 할 텐데….”라고 걱정하시면서 수호를 서시면서 정성을 들이신다. 정말이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정성은 다 드리시는 것 같다. 흔히 사회에서는 나이가 들면 고집만 세지고, 남이 뭐라 해도 서운해 하는 애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수도인인 보정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인 듯하다. 마치 보정은 티 없이 맑고 고운 어여쁜 아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집 대신 겸손하며 매사에 감사해 하고 어떻게라도 은혜를 갚으려고 하는 지극히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의 아이처럼 말이다. 지금도 보정을 보고 있노라면 대순진리회의 참된 수도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분이라고는 생각이 든다. 굳이 많은 말과 글을 보태지 않더라도 ‘수도란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는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사람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모습들이 이런 아름답고 순수한 인간의 향기로 가득한 꽃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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