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별 보기
   daesoon.org  
대순141년(2011) 7월

이전호 다음호

 

도전님 훈시 종단소식 상제님의 발자취를 찾아서 (58) 청계탑 「전경」속 역사인물 대원종 치성이야기 금강산 이야기 (73) 28수 별자리 그림 이야기 온고지신 일각문(一覺文) 특별기고「이제는 상생이다」 답사기 대순광장 나누고 싶은 이야기 독자코너 독자사연 대학생 코너 동양고전읽기의 즐거움 종교학 관점에서 본 민간신앙 종교산책 알립니다

온고지신 : 하늘이 주시는 명당

하늘이 주시는 명당

 

 

글 교무부

 

  옛날 홍성 고을에 김 명사와 이 명사라는 지관(地官)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고을 사람의 묏자리를 봐주곤 했는데, 어느 날 김 명사가 먼저 세상을 뜨고 말았다. 김 명사는 미처 자신이 누울 자리는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그의 아들은 묏자리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김 명사의 아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차마 아무 데나 산소를 차릴 수가 없었다. 미리 아버지께 권하여 묏자리를 봐두지 않았던 것을 한탄하며 눈물만 흘렸다. 한참 울던 그는 명당을 찾아볼 결심을 하고 아버지의 시신을 일단 가까운 산에 모셨다. 장사를 마친 아들은 곧장 이 명사를 찾아갔다.
  “이 명사님! 아버지께서 운명하실 때 ‘명당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고 지관은 찾아내는 것뿐’이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부디 좋은 명당을 찾아주십시오! 어흐흐흑…”
  “그래, 알았네. 나도 자네 아버지가 남기신 말씀에 동감한다네. 그만 눈물을 거두시게.”
  이 명사는 김 명사의 아들을 다독여주고 나서 잠시 무엇을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자네 집 추수가 모두 오백 석이었던가?”
  “예, 그렇습니다만…”
  “그럼 우선 그것을 모두 처분하게나.”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선을 하고 오게.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나면 하늘이 감동하여 알맞은 자리를 내려줄 듯하네.”
  이 명사의 설명에 아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전 재산을 팔았다. 이윽고 돈이 마련되자마자 전부 챙겨들고 길을 떠났다.
첫 번째로 마주친 사람은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남루한 차림의 노인이었다.
  “노인장, 혹시 시장하지 않으신지요?”
  “젊은이… 지난 며칠 동안 제대로 먹은 게 없다네.”
  “그럼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밥 한 끼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되겠는가? 고맙네, 고마워.”
  아들은 노인을 주막으로 모셔 가서 따끈한 국밥을 대접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에게 돈을 주어 솜을 두둑하게 넣은 명주 바지저고리를 만들어서 노인에게 전해달라는 부탁을 한 후 다시 길을 떠났다.
  다음으로 마주친 사람은 누더기 차림의 소년이었다. 아들은 울상을 지은 채 마루에 앉아 있는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얘야, 왜 그런 얼굴로 앉아있니?”
  “어머니가 가슴앓이로 돌아가실 지경인 데 돈이 없어서 의원을 부를 수가 없어요.”
  “그럼 나랑 같이 어머니를 모시고 의원에게 가자꾸나. 돈은 내가 내어주마.”
소년은 쉽게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이 돈 꾸러미를 직접 보여주자 냉큼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들도 방으로 따라 들어가 소년의 어머니를 부축하여 의원으로 모시고 갔다. 진료비와 약재 값을 치러준 아들은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는 모자를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그는 이런 식으로 수중에 있던 돈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적선을 한 후 곧바로 이 명사의 집으로 갔다.
  “이 명사님, 다녀왔습니다.”
  “오오, 수고했네. 이제 좋은 자리를 찾아 보세나.” 
  두 사람은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김 명사가 누울 명당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해가 질 때까지 돌아다녀도 딱히 좋은 자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음날부터는 아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명당을 찾아 다녔다. 
  며칠 후, 그날도 두 사람은 온갖 산자락을 샅샅이 살피며 돌아다녔다. 얼마쯤 갔을까? 아들이 봤을 때도 꽤 괜찮은 자리가 발견되었다. 그는 이번에야말로 아버지께서 누우실 만한 곳을 찾아낸 게 아닌가 싶어서 얼른 이 명사에게 물었다.
  “이 명사님, 여기가 혹시 명당입니까?”
  “잘 보았네. 그러나 아주 좋은 것은 아니고 그저 웬만한 자리 정도 일세.”
  “그렇군요. 혹시 제 정성이 부족해서 명당이 나지 않는 게 아닐까요?”
  “아닐세. 아무래도 내가 아둔해서 영감(靈感)을 얻지 못하는 모양이네.”
  이 명사와 김 명사의 아들은 서로 자기 탓을 하며 한숨만 내쉬었다. 바로 그때, 근처에서 돌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겨보니 한 사내가 정질을 하며 땅을 파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저게 누군가?”
  “돌쇠입니다. 간밤에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더니 저곳에 자리를 파는 모양입니다.”
  아들의 대답을 들으며 이 명사는 사방을 휘둘러보다가 돌쇠가 파고 있는 곳이 진짜 명당임을 알아차렸다. 마음이 급해진 이 명사는 황급히 돌쇠에게 달려갔다.
  “얘, 돌쇠야! 너 이 자리에다 장사를 지내려고 하느냐?”
  “네, 그렇습니다.”
  “이 녀석아! 여긴 가시덤불에 돌밭이 아니냐? 어찌 이런 자리에 네 어머니를 묻으려고 하느냐? 그러지 말고 내가 저쪽에 봐둔 자리가 있으니 거기에 묘를 써라.”
  돌쇠는 이 명사처럼 이름 있는 사람이 선뜻 명당을 내어준다니 고맙기 그지없었다. 그는 혹시나 이 명사가 마음이 바뀌어 자리를 도로 내놓으라고 할까 봐 얼른 장사를 지냈다.
  김 명사의 아들도 서둘러 아버지의 시신을 옮겨와 장사를 지냈다. 그런데 그 후부터 기이한 일이 벌이지기 시작했다. 묘 안에서 죽은 김 명사와 돌쇠 어머니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내 자리 내놔! 아무리 자기가 지관이기로서니 내 아들이 파기 시작한 자리에 드러눕는 얌체가 어디 있어? 어서 내놓지 못해!”
  “어허, 어디 함부로 멱살을 잡는 게냐? 늘 안하무인으로 굴더니 죽어서도 마찬가지구나!”
  이 명사와 김 명사의 아들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묘 앞을 떠날 수도 없었다. 이 명사는 묵묵히 하늘만 올려다 볼 뿐이었고, 김 명사의 아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발만 동동 굴렀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더니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쇠 어머니는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도 하늘을 향해 악을 썼다.
  “신령님! 여기는 원래 제 자리입니다! 저들이 제 아들을 속여 빼앗아 갔습니다!”
  “그 자리는 음탕한 짓만 일삼던 자가 취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김 명사는 생전에 공이 많았고 아들의 효성도 지극했다. 너에게는 이 명사가 바꿔준 자리도 과분하다. 그러니 당장 물러가거라!”
  돌쇠 어머니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신령님의 말을 어길 수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김 명사는 이 명사가 잡아준 명당에서 편히 쉬게 되었다고 한다. 
 『전경』에 상제님께서 “신명은 탐내어 부당한 자리에 앉거나 일들을 편벽되게 처사하는 자들의 덜미를 쳐서 물리치나니라. 자리를 탐내지 말며 편벽된 처사를 삼가고 덕을 닦기를 힘쓰고 마음을 올바르게 가지라. 신명들이 자리를 정하여 서로 받들어 앉히리라.”(교법 1장 29절)고 하셨다. 껍질은 있되 알맹이는 영글지 않은 열매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자신이 마음가짐과 행동을 어떻게 하는지,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지, 수도생활을 어떻게 해나가는지에 따라 껍질 안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속이 단단하게 꽉 차있는 열매와 탐스러워 보이지만 속은 비어있는 열매. 어느 것을 취할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참고자료

. 편집부 엮음, 『전설 따라 三千里』, 태을출판사, 2001

 

 

관련글 더보기 인쇄

Copyright (C) 2009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대순진리회 교무부 tel : 031-887-9301 mail : gyomubu@daes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