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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1년(2011)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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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 관점에서 본 민간신앙 : 자동차 고사

종교학 관점에서 본 민간신앙

 

자동차 고사

 


글 교무부

 

 

 

  최근 모 프로야구단 서포터스가 최하위인 팀의 부활을 기원하는 이색 퍼포먼스를 펼쳤다는 기사가 있었다. 다름 아닌 고사(告祀)였다. 이유인즉 시즌 초반 부진했던 액운을 떨쳐버리고 의기소침한 선수들과 화합의 한마당을 연출하려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지나가는 많은 관람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절을 올린 뒤 고수레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고사를 지내는 것이 하루 이틀 있었던 일이 아니다. 이사·개업·정치현장[선거] 그리고 첨단과학기술의 결정체라 일컫는 항공우주센터 착공식에도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고사를 지낼 정도로 관행화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옛 선조들은 가택의 안녕을 비롯해서 나아가 나라의 번영을 기원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신(神)에 대한 특별함을 나타낼 정도였다.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고사가 변함없이 한국인의 정서로 짙게 배어 있는 것은 일종의 심리적 보험, 즉 미래에 닥칠지도 모를 재해나 액운(厄運)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액막이 성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전통사회에서 비롯된 풍속이지만, 현대사회의 산업화 물결을 타고 새롭게 해석되고 재편된 고사도 있다. 가장 비근한 사례가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고사문화로 자리 잡은 자동차 고사이다. 그렇다고 자동차 고사가 느닷없이 출현한 것은 아니다.01 전적으로 우리 생활에 자동차 보급의 대중화를 이룬 근래에 생성된 것으로, 돼지머리와 시루떡을 차려놓고 사고가 안 나게 해달라는 소망과 함께 앞으로 같이 할 차에 대한 예를 올리는 모습은 전통사회 고사의 제의방식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고사가 전통사회에서 형성 전승되어 왔던 고사의 전통 속에서 싹튼 것임을 뜻한다. 또한 뭐니뭐니해도 자동차는 무사고와 안전운행이 최고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이의 희망사항일 뿐 누구도 보장받을 수 없는 희망이었다. 이런 연유에서 사람들은 그 어떤 초월적 존재에게 의존하고자 하는 종교적 심성이 유발되어 자동차 고사를 올리게 하는 풍속이 확산되기에 이른 것이
다.

 

 

[제의(祭儀)의 순서]
· 고사 물목(物目) : 돼지머리, 과일, 소금, 팥, 탁주, 초, 향, 시루떡, 북어, 명주실, 고사 상(床), 수저 등


① 시동을 걸고 헤드라이트 및 비상등을 켠다.
② 보닛과 트렁크 그리고 차 문을 모두 연다.
③ 차 앞에 제물을 진설한 후, 차주 및 운전자가 재배 혹은 삼배를 한다.
④ 고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재배한다(이때 진설된 돼지머리에 돈을 꽂는다).
⑤ 제주(祭酒: 쌀로 빚은 청주나 막걸리)를 차바퀴 및 차체와 도로 주변에 뿌린다.

⑥ 주물(呪物)인 북어, 소금, 팥 등을 차바퀴에 뿌려 잡귀를 물리친다.
⑦ 고사에 사용한 북어는 명주실이나 무명실타래에 감아 차 안에 넣어둔다.
⑧ 차례가 끝난 후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음복(飮福)한다.
⑨ 주물은 수호신의 신체가 아니기 때문에 차 안에 놓아둔 지 3일, 7일, 1개월, 6개월, 1년, 3년 등이 지나면 없앤다.

 

 

  자동차 고사는 새로운 소유관계가 형성되고 번호판이 부여되면 이내 길일을 택해 제의를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제의절차는 차를 구입하거나 소유한 이들에 따라 다소 상이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대체적으로 위와 같은 절차에 따라 고사가 진행된다. 그리고 자동차 사고의 위험성을 미연에 막아 제액 초복(除厄招福: 액을 막고 복을 들인다)을 강구하는 주술적 벽사 의례(壁邪儀禮)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은 다른 고사와 유사하다. 다만 대상 신(神)이나 주물 그리고 장소는 예부터 전승된 고사문화를 시대적 추이에 따라 새롭게 해석되고 재편된 양상을 띠고 있다.

 

 


  기존 고사에서는 터주신·성주신·제석신·조왕신·삼신[産神]02 등처럼 각각의 목적과 제의의 성격에 따라 대상 신을 모시고 있다. 반면 일반사회의 자동차 고사는 차를 수호하는 특정 대상 신이 나타나지 않는다든지, 조상신이나 가족 구성원 중 차 사고로 인해 죽음을 맞았던 원혼 등을 대상 신으로 상정하기도 한다는 견해가 있는데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신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일까? 상제님께서 “양지에 ‘칙령도로신장 어재순창농암 이우정읍대흥리( 御在淳昌籠岩 移于井邑大興里)’라 쓰시고 물에 담궜다가 다시 끄집어내어 손으로 짜신 후에 화롯불에 사르시니라. 이때 갑자기 큰 비가 내리다가 그치고 남풍이 불더니 이튿날 땅이 굳어지는도다.”(권지 1장 13절)라는 말씀에서 미루어 볼 때, ‘도로신(道路神)’이 대상 신으로 생각된다. 이는 자동차는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무사고와 안전운행을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천지에 신명이 가득 차 있으니 비록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를 것이며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옮겨가면 무너지나니라.”(교법 3장 2절)는 상제님의 말씀에서 볼 때, 고사의 대상을 어떤 특정 신에 두는 것이 아니라 제의 주관자와 관련된 모든 신[多神]에게 올리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자동차 고사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물인 북어(北魚)03와 제주[酒]이다. 북어는 항상 눈을 뜨고 있는 모습으로 인해 잡귀나 액운이 들어오나 안 오나 잘 감시한다는 벽사기능을 띠고 있다. 그래서 한옥의 대들보를 올리는 상량식(上梁式)04에 매달거나 부엌을 관장하는 조왕신 상에 올리면, 나쁜 잡신과 액운의 근접을 막아 집안 자손이 무병 및 번창한다고 한다. 이런 연유에서 근대 이후 자동차 고사에 일종의 주술물이면서 보호 부적 구실로 변모 되었다. 다음 제주인 술은 북어가 갖는 벽사의 의미와 함께 대상에 대한 경의(敬意)의 의미가 들어 있다. 하나는 고수레처럼 주변의 잡신에게 빌어 재액(災厄)을 물리침을 위한 벽사기능이다. 다른 하나는 예부터 술을 단지 마시고 즐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손님을 대접하고 어른을 공경하고 조상을 숭배하기 위한 하나의 경의의 산물로 여겼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자동차 고사에는 소유자가 신에 대한 경의를 표하면서 미래에 혹시 모를 액을 막아 주기를 기원하는 종교적 의례 행위를 정성스럽게 올리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대중들에게 있어서 가장 선호하는 제의 공간은 네거리 혹은 삼거리라 일컫는 교차로다. 전통사회에서의 교차로는 삼재(三災) 풀이나 치병 의례와 같이 사기(邪氣)를 풀어낼 수 있는 열린 공간, 즉 재액을 사방으로 발산시키게 하거나 사방의 좋은 기운으로 재액을 중화시킬 주력이 깃든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05 반면 현대사회는 차량이 집중적으로 몰리고, 그에 따라 사고가 가장 빈번한 곳으로 해석되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불의의 돌발적 사고라는 것이며,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게 관건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를 막는 현실적인 필요성이 종교적 의식을 만들었고, 그 토대를 종래의 교차로 제의방식을 차용하여 재액을 모면하고자 하는 자동차 고사로 변이시키게 되었다.
  이렇게 자동차 고사를 올리는 것은 자동차의 보급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사고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고, 안전운행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던 연유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의의 사고를 막고 소망하는 기대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초월적 존재에게 의존하는 종교적 보험을 대안으로 삼았다. 바로 종래 전통사회의 고사방식에다 시대적 추이에 따라 새롭게 해석되고 재편시켜 자동차 고사를 지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조금씩 사라져가는 고사문화를 자동차 고사가 출현하여 그 전통을 지속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고사 신을 특정 대상으로 두고 있지 않고 다신(多神)으로 보는 것이, 우리의 정서 속에 모든 것을 신께 마땅한 예로써 정성껏 대접하려는 문화가 내면 깊이 잠재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곧 상제님께서 “조선과 같이 신명을 잘 대접하는 곳이 이 세상에 없도다.”(교법 3장 22절)라고 말씀하신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01 현대 자동차 고사와 유사한 것이 전통사회의 말머리 고사다. 지금이야 자동차가 사람의 발이 되었지만, 예전은 말이 중요한 이동수단이었다. 그래서 말을 타고 멀리 길을 떠남에 앞서 여행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하여 소규모 제의를 올렸다고 한다. 이 유래는 현재 제주도에서만 전승되고 있다.( 『디지털제주문화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02 산모와 생아(生兒)를 수호하는 신. 삼신은 아기를 점지하는 세 신령(神靈)으로, 산모와 생아(生兒)를 수호하는 신이다. 친근하게 삼신할매, 삼신바가지, 산신(産神)으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자녀가 처음 태어나면 삼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삼신이 낳으시고 삼신이 보호하신다’라고 기도했다.( 『한국민속대사전』, 민족문화사, 1993)

03 북어는 마른 명태의 다른 말이다. 명태의 어원은 조선시대 인조 때 함경북도 관찰사가 명천군(明川郡) 초도순시를 했을 때 반찬으로 내놓은 생선이 담백하고 맛이 좋아 이름을 물었더니 아무도 모른 채 다만 ‘명천(明川)에 사는 태(太)씨 성의 어부가 처음으로 잡아온 고기’라는 말을 듣고 명천의 ‘명’ 자와 ‘태’ 씨의 성을 따 ‘명태’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전해진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1995)

04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상량보를 올리는 제의이다. 상량보는 건물의 중심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곳에는 재목도 가장 좋은 걸로 썼다. 상량보를 올릴 때는 떡, 술, 돼지머리, 북어, 백지 등을 준비해 목수가 새로 짓는 건물에 재난이 없도록 지신(地神)과 택신(宅神)에게 제사 지내고, 상량문을 써서
 올려놓은 다음 모두 모여 축연을 베풀었다. 상량문은 머리에 용(龍)자, 밑에는 귀(龜)자를 쓰고, 가운데 모년 모월 모일 입주상량(立柱上樑)이라 쓴 다음 밑에 2줄로 응천상지오광(應天上之五光) 비지상지오복(備地上之五福) 등 축원의 글귀를 쓰는 것이 관례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1995)

05 ‘삼재(三災)든 사람은 자기가 입던 적삼에 북어 한 마리와 계란을 싸서 네거리 길에 버린다.’, ‘정초에 가족 중 그 해 운수가 좋지 않은 이의 나쁜 운수를 막기 위해 계란에 붉은 색으로 이름을 쓴 후 밤에 삼거리로 가서 먼저 굵은 소금을 삼거리의 세 방향으로 뿌리고 계란을 삼거리 중앙에 던져 깨트린 다음 술을 붇는다.’, ‘열병이 있으면 복숭아 나뭇가지를 자기 나이만큼 잘라 물에 담그고 그 물로 지은 밥을 남몰래 사거리에 묻어 두면 낫는다.’라는 사례가 그러한 경우이다.(무라야마 지준 저/ 노명환 역, 『조선의 귀신』, 믿음사,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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