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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23년(1993)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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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단 : 사람은 언제 내복을 벗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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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 내복을 벗는가

 

 

서범석 선무 잠실4방면

 

  추운 겨울에 사람들은 내복을 입는다. 자신의 신체적 생명력이 추위 때문에 위축될 때 사람들은 내복을 입어 이를 이겨내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 내복을 언제 벗는가를, 나는 길지 않은 내 생애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겨울에도 별로 심한 추위를 겪지 않고 겨울을 살아간다. 대개의 삼십대 사람들은 겨울에 입었던 내복을 삼일절(3월 1일)쯤이 되면 벗어버리고 활기찬 봄을 맞아 생활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십대의 사람들은 식목일(4월 5일)쯤을 기다려야 내복을 벗는다. 오십대들은 어린이날(5월 5일)쯤이나 되어야 내복을 벗게 되는 것을 알았다. 아마 육십대의 어른들은 현충일(6월 6일)쯤 되어야 비로소 내복을 벗겠지만, 그분들은 이제 현충일의 영령들처럼 자손들로부터 제사를 받을 날이 매우 가까워졌음을 뜻하는 것이리라.

  몇해 전 아직도 내복을 입어야 할 만큼 추운 어느 날, 나는 중곡동 도장에서 시법 공부 중이었다. 싸늘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별이 차갑게 빛나는 밤에 초소근무를 하던 나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게 뭔가. 바쁜 내 할일 다 제쳐 두고 따뜻한 가족과의 시간을 뿌리치고 이게 무엇하는 일이란 말인가. 이런 것이 도라면 나는 닦지 않겠다. 그래도 사회에서는 <~님> 소리 들으며 사는 내가 여기 와서 추운 날씨에 보초나 서고 청소나 하는 잡부 노릇이나 하는 것이 도 닦는 일이란 말인가.

  내가 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산책을 할 때 공손한 자세를 갖추지 못했다고 꾸중을 하던 아까 그 생면부지의 사람이 미웠다. 나는 정말 분했다. 이런 공부하러 가는 나에게「서외수는 복이 많아서 벌써 공부도 들어가게 되었다」며 축하한다던 선각들이 괘씸하게 생각되기도 했었다. 매우 춥고 어두운 나의 계절이었다.

  지난겨울 나는 여주도장에서 시학공부 중이었다. 싸늘한 추위 속에서 자시쯤 숭도문 초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마침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때 어느 젊은 분이 허름한 차림새로 손수레를 끌며 내정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어디 가느냐고 물었고, 그는 내 물음에는 대답도 하지않고 길이 미끄러우니 눈 좀 쓸어달라는 말만 남기고 내정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밤중에 나는 하얀 눈이 쌓인 내정 진입로를 정성들여 쓸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나의 몸은 더워져 갔다.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알 수 없는 생명의 힘을 느꼈다. 도전(都典)님께서 지나다니실 이 길의 눈을 내가 쓴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정 출입문 앞의 눈을 쓸고 있는 순간 나는 어떤 거룩한 힘에 인도되어 선인(仙人)이 된 듯도 했다.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 남이 자고 있을 시간에 무엇인가 나의 이익이 아닌 더 큰 무엇인가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 바로 나의 생명의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빗자루를 쥔 손에 힘이 더욱 솟았다.

  도(道)는 깨달음이다. 실행(實行)을 통한 깨달음이다. 우리 도는 모두 이 실행의 장을 통해 이루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상제님께서 저에게 생명의 기운을 주신 것으로 믿었다.

  어둡고 춥던 시절에 입었던 내복은 따뜻한 생명력이 안으로부터 솟아날 때 저절로 벗게 되는 것이 아닌가. 이때 우리가 지은 척은 소멸되고 인간개조, 정신개벽이 이룩되는 것이 아닐까. 상제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후천의 무궁한 선운을 열어 낙원을 세우리라. 너는 나를 믿고 힘을 다하라」(공사 1장 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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