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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23년(1993)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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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단 : 기국을 키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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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국을 키우라

 

        

남은정 <평도인ㆍ진해4방면>

 

  저녁 여섯시 사십오분, 아! 초조한 마음으로 학생과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여섯시 삼십분까지 오기로 약속하셨던 분이 십오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였다.

  그때 학생과장께서 잠시 도담을 해주셨는데 그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해 보면 『간장 종지에는 간장만 담긴다.』즉 그릇을 키우라는 말씀이었다.

  수도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왔을 말이지만 나에게 이 말은 지난 겨울을 되돌아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겨울.

  결코 따뜻하고 포근했다고 만은 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지만 나를 성숙시키고 좀더 나를 발전시킨 계절이었다.

  그 해 겨울방학 3개월동안 공부하기 위해 친구 여섯 명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마냥 즐겁고 새로운 것들을 알아간다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를수록 한 사람 한 사람의 장점과 단점이 드러나면서, 인간관계에 묘한 대립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루는 컴퓨터 공부를 하다가 내가 짠 프로그램에 에러가 발생했을 때였다.

  『너는 이게 실행될 것 같니? 어떻게 이것도 못하냐?』하며 비웃듯이 말하는 거였다.

  나는 사람이란 으레 실수를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웃음으로 넘어갔다. 마음이 석연치 않았다. 며칠 뒤 회의 시간이었다.

  우리들의 생활 문제라든가 앞으로의 서클문제 등이었다. 많은 얘기가 오가다가 서클을 만들자는 의견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의견으로 나뉘어졌다.

  나는 굳이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므로 『나는 만들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지…』이때 갑자기 내 말을 막으며 『그건 너 혼자 생각해 보고』써클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른 애들과 얘기를 하는 거였다. 화가 났다.

  며칠 전부터 별로 좋지않은 마음들이 쌓여서 그런지 소화가 되지않고 어지러웠다. 쌓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나도 모르게 자주 먹는 버릇이 생겼다. 그 때문인지 애들이 밥통이라고 놀려댔다. 나는 그 소리가 너무너무 싫은데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이고 말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몹시 화를 냈다. 그러나 반응은 『네가 화를 내 봤자지 뭐』하는 식이었다. 이때마다 『참자, 참자, 이것도 수도 중 일부 일거야.』하며 마음속으로 태을주를 외웠다.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92년이 저물어 가는 12월 어느날 그 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이것 좀 같이 해보지 않을래.』하며 짜증을 냈다. 너무너무 화가 났다. 속이 답답하다 못해 아팠다. 머리 속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옥상에 올라가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나는 모두에게 잘 해준다고 생각하는데 상대편은 오히려 화를 내고 짜증스럽게 여기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를 시험하시는 것일까? 왜 유독 내게만 화를 낼까? 또 참아야 되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리가 또 아파왔다. 한참을 옥상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아래로 내려왔다.

  내가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아는 선생님 한 분이 나를 부르셨다. 『무슨 고민 있니?』그 말로 시작한 두시간 남짓의 대화. 『저는 모든 사람에게 잘 대해준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왜 저에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요…』하며 울먹였다.

  『예전에는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잘 참고 넘겼었는데 요즘에는 작은 일에도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요.』처음에는 울지 않고 또박또박 얘기 하다 보니 감정에 복받쳐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렸다.

  『은정아,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대접크기의 그릇을 생각해 보자. 처음에는 작은 물방울이 떨어져도 큰 물방울이 떨어져도 다 받아들일 수 있겠지 시간이 흐르면서 한 방울 두 방울 이젠 그릇에 가득 차 버렸어. 아무리 작은 물방울이라도 가득 차 수면 위에 떨어지면 그 물은 넘쳐버리지. 지금 네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 것도 네 마음의 그릇이 가득 차서 더 이상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게 아닐까? 이제 그 작은 그릇을 버리고 바다와 같이 넓은 아무리 큰 물줄기가 쏟아져도 넘치지 않는 그런 그릇을 준비하는 게 좋을듯하다. 그리고 네가 남에게 잘해주는데도 상대편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화를 낸다면 은정이가 진정으로 남을 위했는지 혹 자기자신을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차분한 한마디 한마디 말씀이 쌓였던 내 괴로움들을 씻어 내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좁은 그릇을 버리고 바다와 같이 넓고 깊은 그릇을 간직해야 한다는 것을, 또 진정 남을 위해서 행동과 말을 해야 한다는 것도. 내게 이 큰 깨달음을 열어 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께 감히 말씀 드린다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도 그 일에 감사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사물과 일들이 자신과 서로 화합하게 되며 평온한 마음을 늘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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