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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22년(1992)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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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단 : 나무가 말을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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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말을 한다면

 

                

임혜숙 <대진여고 3년>

 

  나무는 즐거운가 보다. 아까부터 계속 즐거운 듯이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어제 퍼부은 빗줄기에 이어 오늘은 따사로운 햇살이 비춰 주어서일까?

  촉촉하게 물기를 품은 대지 위에 서서 맑은 햇살에 만족스런 웃음을 띠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그러고보면 사람마다 제각기 달라서 똑 같은 이가 하나도 없듯이 나무들도 가만히 살펴보면 저마다 각기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작은 예로 겉 모습을 얘기해 본다면 배 나온 40대 아저씨처럼 아름드리 꽉 찬 나무, 어린 꼬마의 오줌 줄기처럼 가늘디 가는 갈비씨나무, 또 자식만 주렁주렁 많은 것처럼 산 가지가 많아 풍성한 나무, 할아버지처럼 등이 굽어 어린 아이들의 재미있는 놀이터가 되어주는 흰 나무의 모습들, 그리고 수다스런 동네 아줌마처럼 호들갑스럽게 나뭇잎을 흔들어 대는 나무, 반면 과묵한 성직자 처럼 고고하게 미소만 지어서 기쁨을 나타내는 나무의 모습 등을 들 수 있겠다.

  이처럼 다양한 그네들이 입을 열어 말을 한다면 그 내용 또한 제각기겠지?

  정말이지, 나무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할 말이 참 많을 텐데. 문득 천 년이 넘게 살아온 그들이 말을 할 수만 있었다면 우리의 역사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들 중엔 말을 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의사를 사람들에게 전달했던 때가 있었다. 전설에 불과할지는 모르나 임금님의 행차에 존경하는 마음으로 길을 내줬다하여 정 2품이라는 벼슬까지 받은 나무며, 나라의 국난을 예견해서 구슬피 소리 내어 울어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려주었던 나무 등이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말도 못하면서 그 생각을 전하기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을까. 바로 그 때에 나무들이 말을 할 수 있다 해도 옛날처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은커녕 좋은 말도 나올 것 같지 않다.

  요즈음 인간들이 그들에게 주는 거라곤 매연으로 가득찬 탁한 공기, 각종 해로운 물질로 오염된 물, 끝도 없는 소음, 게다가 산성비, 가지 꺾음, 칼자국 등 고통뿐이니 설령 그들이 말을 한다 해도 인간들을 욕할 내용밖에 없을 것이나,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들이 못 알아들을 뿐이지 그들끼리는 서로 사람들을 욕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인간들이란 도대체 왜 들 그럴까?』

  『맞아, 나도 도통 이해가 안가. 그 몸에 해로운 담배는 왜 피워대는 건지. 난 또 기관지염에 걸렸단 말이야. 공기 좋은 데서 살았음 소원이 없겠어.』

  『내 친구는 산성비 맞고 잎이 다 떨어졌대. 나도 하나 둘 자꾸 떨어지는게 걱정돼.』

  『야, 말도 마, 어제는 어떤 남자애가 자기 여자 친구랑 와서 내 몸에 하트를 새기지 뭐니, 그런다고 자기들 사랑이 이루어질 줄 아는지. 여기 저기 쓰라려서 못 살겠어.』

  『어휴, 어떡하니, 빨리 나아야 할 텐데. 많이 아프지?』

  『어떡하겠니, 인간들이란 다 어리석은 걸. 우리가 참고 견뎌야지 』

  『맞아, 인간들이란 다 어리석고 이기적인 존재들뿐이니. 쯧쯧…』

  두런 두런, 소근 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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