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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22년(1992)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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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단 : 대진대학교 대문 단청작업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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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眞大學校 대문 단청작업을 다녀와서

 

                       

  하수형 <정리ㆍ잠실2방면>

                 

  道를 닦게 되면 그 이전에 비이상적이라고 여겼던 세계가 일상이 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 사물은 같더라도 그것을 체험하고 받아들이는 강도가 너무나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도인 일이 수도과정에서 체험하는 세계를 아직은 신비(神秘)라고 부른다. 즉 도인들은 신비를 알고 살아가는 신기한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같은 사회 속에 살아가면서 어쩌면 그렇게 다른 삶을 사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것은 기존의 사회인들이 당연히 받아들이고 숙명으로 생각하는 죽음을 도인들은 달리 생각하는 데서 기인하지 않을까 한다. 도인들은 죽을 고생을 해서 즉 삶 속에서 숱한 종류의 죽음을 이겨 넘김으로서 선천식 삶의 한계점인 무리적 죽음까지도 초극 해낸다. 그러한 모습이 모르는 이의 눈에는 헛고생 생고생처럼 보이고,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평소에도 같이 수도하는 이들에게서 「氣的인 美」를 늘 느껴왔지만, 한번 더 그것을 느낄 기회가 있었다. 짧은 나날이었지만 道에서가 아니면 나로서는 평생 해 보지 못할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포천 대진대학교의 門을 단청하는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방면 선감의 말씀을 듣고 단청하러 갈 날을 기다리는 동안 참으로 마음이 설레였다. 미술시간에도 구성작품을 꼼꼼이 칠해내는 데에는 통 자신이 없었고 또 높은 데서 작업한다는데 대한 두려움이 있어선지 몰라도 밤에 자다가 단청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일은 듣던 대로 「신도의 각」을 열 수 있는 기회라 믿고 목욕재게를 하며 그날을 기다렸다.

  2월말, 아직 봄이라고 말하기엔 쌀쌀한 날씨, 새벽 일찍 도착한 포천 대진대학교 현장에서는 어둠과 안개가 포옹하고 있었으며 그 속에서도 곳곳에 불이 훤히 켜진 가운데 일하는 일꾼들을 볼 수가 있었다. 그 뒤로 왕방산을 기대고 있는 학교 건물들이 단청 일을 하러 온 각방면 내수들이 탄 차를 반갑게 맞아들이는 듯 했다. 후천은 음의 시대고 그 세계가 열리는데 중요한 기틀이 되는 대진대학교의 문은 내수들의 손을 빌려 단장되어야 한다는 듯이….

  이윽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나는 모르는 분들과 한 조가 되었는데, 그 중 단청을 처음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하지만 일에 능숙한 그분들로부터 배우는 마음으로 일을 했다. 처음엔 선 밖으로 칠해 질까봐 겁도 났고, 견본을 보아도 어디다 무슨 색을 칠해야하는지 감이 잘 안 잡혔다.

  게다가 민첩하게 자세를 바꾸어가며 일을 해야 하는 좁은 공간에서 부지런하게도 몸 마저 아팠다. 평소에도 자주 앓는 배가 팽팽히 당기듯 아파왔고, 아무렇지도 않던 무릎 관절이 이상하게 아팠다. 하지만 복마의 발동은 하루가 지나면서 사라졌고, 한참 칠해 나가노라니 몸에 다른 기운이 응해져 있다는 것이 느껴지며 나의 영혼, 마음이 새 집에 이사와 있는 것처럼 산뜻해져 있음을 느꼈다.

  보통 밤 12시나 1시경이면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다. 퍽 긴 시간동안을 계속 일했건만 마치 두어 시간 흘러가듯 시간의 흐름이 달리 느껴졌다. 그리고 몸이 쑤신다든지 하는 일의 피로는 커녕 점점 몸이 가뿐해지고 있었다. 나이어린 나 뿐만이 아니라 연세드신 임원이나 평소 몸이 불편하던 분들도 그러하였다.

  또 식사와 참을 각각 세 차례씩 먹었는데 일을 하다가 들판에서 먹는 밥은 참으로 꿀맛이었으며 입맛이 새롭게 돌았다.

  한 점, 한 획을 그어가며 어떤 질서로운 삶의 건축이 내 마음 속에 들어서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이 비워지며, 등에 내리는 봄 햇살처럼 따사롭고 포근한 기운이 온 몸에 차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일을 하는 것은 나지만 또 내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모두들 동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순수한 기원의 절정 속에서 일하는 것 같았다.

  모두의 정성으로 이루어져가는 무늬 하나하나는 너무나 선명하고 고왔다. 또한 단청도 아름답지만, 그것을 그리는 사람 역시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붓을 놀리다가 문득문득 집요히 작업에 몰두해 있는 도인들의 얼굴을 보면 그 깨끗하고 맑기 그지없는 눈매와 곱고 평온한 표정을 통해 수도의 힘이 얼마나 크고 신비로운 것인지 실감이 났다.

  업이 벗겨진 사람의 모습, 진실한 내면의 빛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 뒤엔 세상에선 볼 수 없는 美가 있었다. 어찌나 고운지 그분들이 처녀인지 아주머니인지 알아 볼 수 없었다. 시비와 상극이 없는 조화와 질서, 아름다움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꿈만 같았다.

  이렇게 세 밤을 지내고 서울로 왔는데 단청을 마친날은 비가 내리셨다. 3일동안 몸무게도 늘어났고 늘 앓았던 배의 통증도 사라져 버렸다.

  지금도 후천 5만년 내내 남을 대진대학교 대문의 한점 한획을 그릴 기회를 내려주신데 대한 무한한 감사를 깊이 느끼며 앞으로의 수도생활 속에서 마음이 지저분해질 때마다 단청처럼 깨끗하고 산뜻하게 늘 갈아입는 수도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살아있는 것 자체는 막연한 고통이 아니라 기쁜 것이며, 세상 사람들이 여기는 「신비」 가 아닌 진실한 새 삶의 모습을 찾는 것이 대순의 수도임을 한 번 더 확신케 된다.

이젠 봄, 꽃샘바람이 분다. 또 삶을 시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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