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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시풍속 : 영등(靈登)맞이
영등(靈登)맞이
글 교무부
▲ 신비의 바닷길. 전라남도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 약 2.8km가 조수간만의 차이로 수심이 낮아질 때, 바닷길이 40여 미터의 폭으로 바다속에 만들어 진다.
위의 전설은 남해안의 진도에서 전해져 오는 ‘영등 뽕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시에 사람들은 ‘뽕 할머니의 소망이 바닷길을 열고 할머니의 영혼이 등천하였다’하여 ‘영등(靈登)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매년 회동과 모도에서 제단을 차리고 영등제를 지냈다고 하는데, 사랑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제사를 지내면 ‘소원성취’ 한다는 전설도 전해져 오고 있다. 이런 영등제는 ‘영등맞이’라고도 하는데, 천계에 살고 있다가 음력 2월 초하룻날에 지상에 내려오는 영등할머니를 맞아들이기 위해 제사를 모신다. 이때 영등굿, 제주칠머리 당굿 등의 행사가 열린다. 영등할머니는 딸이나 며느리를 데리고 내려 왔다가 3일, 15일 또는 20일에 하늘로 올라간다고 하는데, 이런 신앙은 주로 영남 지방과 제주도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영등할머니가 인간 세상에 내려올 때 딸을 데리고 오면 일기가 온화하여 걱정되는 일이 없지만, 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에는 비바람이 몰아쳐 농가에 피해를 입힌다고 한다. 이는 인간관계에 있어 친정어머니와 딸은 사이가 좋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는 불화와 갈등이 종종 있는 것에 빗대어 일기의 변화를 짐작한 결과이다. 일기가 불순하면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일기가 순조로우면 풍작을 바랄 수 있으니, 영등할머니는 농작의 풍흉과 관계되는 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1년 중 백중사리(1년 중 가장 큰 사리)와 함께 조수간만의 차이가 가장 큰 시기가 바로 이때라고 하며 양력으로는 보통 3월경에 해당한다. 어부들은 이 기간 동안 출어(出漁)를 삼가 하여 일을 쉬었다고 한다.
▲ 뽕 할머니 기원상(전라남도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 소재)
이와 같이 농촌이나 어촌에서는 영등신이 지상에 있는 동안 우순풍조(雨順豊調)01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매일 아침 정화수를 작은 상에 받쳐 장독대에 올려놓고 빌며, 초하룻날에는 고사를 지낸다. 풍재(風災)를 면하기 위해 영등할머니와 그 며느리에게 제(祭)를 올리는데, 이를 ‘바람 올린다’고 한다. 이 외에도 2월 초하루에 햇살이 밝으면 ‘불 영등 드린다’고 하고, 비가 오면 ‘비 영등 드린다’고 해서 날씨의 변화에 따라 제를 올렸다고 한다. 조선조 순조 때 홍석모(洪錫謨)가 편찬한 『동국세시기』에 “음력 2월 초에는 집집마다 신에게 제사하는 풍속이 있는데, 이를 영등이라 한다. 신이 무당에게 내려서 동네로 나돌아 다니면 사람들은 다투어 이를 맞아다가 즐긴다.”라고 전한다. 영등할머니가 인간 세상에 있는 동안 민간에서는 대나무에 오색헝겊을 달아 사립문에 매달고 부정한 사람의 출입을 금하며, 창호지도 바르지 않고 고운 옷을 입는 것도 삼간다. 또 논밭갈이는 물론, 땅을 다루는 일이나 쌀을 집안에서 밖으로 내는 일, 물건을 사고 파는 일, 심지어는 빨래까지도 금하는데 만일 빨래를 하게 되면 빨래에서 구더기가 난다는 속설도 전해 온다. 한편, 영등할머니가 하늘로 오르는 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들고 조금 흐려도 길하다고 믿기도 했다. 이러한 풍속은 우리 옛 조상들에게 한 해의 풍년과 집안의 태평함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 전라남도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 소재
01 비가 때맞추어 알맞게 내리고 바람이 고르게 분다는 뜻으로, 농사에 알맞게 기후가 순조로움을 이르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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