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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7년(2007)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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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코너 : 시간의 향기속에 파묻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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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향기속에 파묻히다

 

 

글 원대 10방면 평도인 이정선(대구 한의대 한문학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꼭 사람이 이름만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수명은 한 세기를 넘기는 경우가 흔하지 않지만 인간과 인간이 모여 군락을 이루고, 그 군락과 군락이 국가를 이루고, 또 그 국가와 국가가 모여 부대껴 나가면서 이야기들을 남긴다. 곧 그것을 기록한 것이 역사이며 역사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남긴 것은 교훈, 이야기, 시 등이니 모두 입으로 전해지기에는 한계가 있어 책이라는 형태로 시간과 벌레와 교우(交友)관계를 돈돈히 다지며 콤콤한 곰팡내 나는 젖은 존재로 남는다. 작가는 이미 멀리는 십여 세기 전에, 가까이는 몇 십년 전에 황천으로 유람 떠나 강물에 발을 담그었을테지만 그들이 남긴 몇 권의 책은 후대의 자손들에게 정신적, 금전적인 가치가 되어 보내온 시간만큼 내일로 초침과 분침을 타고 꿀렁꿀렁 넘어갈 것이다.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들어간 대학에서 교직(敎職)이라는 눈앞의 이익을 따먹기 위해 배운 한문학(漢文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료되어 버렸었다. 조금 과장해서 동서남북(東西南北)도 제대로 읽지 못했던 나는 한자(漢字)를 한 자 한 자 곱씹고 되짚으면서 고전(古典)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고전적(古典籍)들로 빽빽한 책장이 가득 늘어선 도서관에서 일하는 꿈도 꿔본 적이 있었다.

  현재 내가 다음의 도약을 위해 몸을 잠시 움츠린 곳은 작은 고서점(古書店)이다. 원했던 고서적을 다루는 도서관의 일은 아니지만 나보다 나이 많은 책들의 몸에서 피어난 검버섯 같은 곰팡이와 오래됨 특유의 향내를 폐부로 들이키며 나름대로 만족하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하루에 스무 권 남짓 되는 책을 처리하고 정리한 후 누워 잠자는 책들을 바라보면 만감이 교차하고 있음을 느낀다. 켜켜이 쌓인 저 책들 중에는 아주 낡고 오래된, 심지어는 좀먹고 불에 타 훼손이라는 말 가지고도 부족하지만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서적(書籍)이 있는가 하면 겉은 말쑥하지만 그 가치성은 형편없이 떨어지는 책도 있다. 후대의 사람이든 동시대의 사람이든 그 책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가치를 매기는 것은 작가가 아니지만 그 가치를 만드는 것은 작가 본인이다.

  고서적(古書籍)에 있어 수명이 다 함은 책이 낡고 손상되어서가 아니라 값어치가 얼마냐에 따름이다. 책의 값어치가 그 책을 만들 때 든 돈의 가치보다 못해져서 버려지거나 뜯어져, 편지 혹은 다른 책의 보수용으로 쓰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사람의 가치라는 것도 책과 같고 또한 그 책을 낳은 작가와 같아서, 외양이야 어떻든 본인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고 만들어 놓은 가치를 더욱 갈고 닦아 은은한 빛을 품거나 빛을 바래게 하는 것도 나(我)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현재 비록 자신이 세상에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확신하고 그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현재도 무시당하지는 않을 것이며 언젠가는 세상 사람들이 따스한 눈길로 자신을 재평가 하게 될 것이다.

  나 자신도 앞으로 어떠한 책이 될지 모른다. 섣불리 앞날을 내다보기엔 너무 어리고, 아무것도 모른다며 현실을 외면하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어버렸으니까.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대로 어느 촌로의 불쏘시개가 되기에는 우리들이 지닌 미래의 가치성이 너무 크고 무궁무진하다는 것. 뒤를 돌아보고 후회하는 것은 자기전의 반성으로 족하다. 그 나머지 시간은 본인의 반짝이는 가능성을 믿고 자신의 가치라 말할 수 있는 긍지를 더욱 다듬고 견고히 만들어 화씨지벽(和氏之璧: 천하의 명옥을 이르는 말)이 되는 초석으로 삼아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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