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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7년(2007)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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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으로 : 구미호가족

구미호가족


‘어설픈 구미호 가족의 사람 되기 소동’


 

글 교무부

 

 

 

  한 여름 무더위, 우리네 전설 속 구미호는 원두막 수박만큼이나 서늘하고 친숙한 옛날이야기 거리다. 사람이 되고파 인간의 간을 구하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의 전설이 마냥 무섭기만 했던 어린 시절, 구미호는 단지 사람을 해치는 나쁜 존재일 뿐이었다. 하지만 왜일까  그들의 원과 한을 조금은 이해하는 지금, 인간이 되고픈 그들의 강한 소망에 동정표 한 장을 던지고 싶다. 완성을 향한 인간의 꿈과 무언가 닮은 듯한 그들의 소망이 낯설지만은 않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도시에 이상한 가족이 나타났다. 어수룩하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 한 외모 하는 끼투성이 첫째 딸, 늘 아버지와 아옹다옹하는 덜떨어진 아들과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막내딸, 사실 이들은 인간이 되고파 근 천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온 구미호들이다. 정확히 천년이 되는 날 인간의 간을 먹으면 인간이 된다는 기대를 안고 그 날을 한 달 남겨둔 채 도시에 나타난 것이다.
  사람의 간을 구하기 위해 이들 가족은 서커스단원으로 위장해 제물이 될 인간을 물색한다. 우연히 첫째 딸 구미호에게 혹한 사기꾼 기동은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되어 그 빌미로 구미호 가족의 일당이 된다. 기동은 그들에게 서커스단원을 모집해 그들을 제물로 삼자는 제안을 하고 구미호 가족은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막상 단원으로 모집된 이들은 치매로 버림받은 오 노인, 외모를 비관해 자살하려는 미스 황, 그리고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홍씨가 전부다. 구미호 가족들은 거사일에 그들의 간이라도 먹으려면 이 병든 이들을 보살피고 살려줄 수밖에 없다. 결국 그들은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그들을 봉양하는 데 주력한다. 한편, 형사는 구미호 가족을 서커스장 일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천년의 그날은 다가오는데…

 

  먼저 이형곤 감독의 ‘구미호 가족’은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뮤지컬의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던 영화다. 극의 주요 부분에서 사용된 8개의 뮤지컬 곡과 배우들의 노래와 춤은 구미호라는 공포스러운 소재를 친근하면서도 예쁘장하게 다듬어 주기에 충분하다. 노래와 몸짓으로 전해지는 그들의 마음, 사람이 되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픈 그 마음은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마음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사실 배우들의 연기에는 전문 뮤지컬 배우에게서나 볼 수 있는 세련된 기교는 부족해 약간은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기교 대신 성실하고 진심어린 배우들의 뮤지컬 연기는 오히려 이 영화 ‘구미호 가족’에게는 더 적격인 듯싶다.
  “구미호가족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구미호 설화에 공포와 잔혹, 엽기 코드를 가미한 퓨전 코미디 영화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고 어리버리한 구미호들이 요물보다 더 사악한 인간들에 의해 위기에 빠지고, 그 와중에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작품에 대한 감독의 소개말처럼 영화는 잔혹하고 공포스러운 듯하지만 익살스러우며, 꼬리 아홉 달린 여우들은 혐오스러움보다는 오히려 애처로움과 정감이 느껴지는 너무나 어설픈 모습의 구미호들이다. 이렇듯 영화를 보자면 사람의 모습 속에서는 요괴의 모습을 발견하고, 오히려 구미호의 모습에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러한 아이러니 속에서 진정 인간이란 겉으로 드러난 인간의 모습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인간다운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단상에 젖어보기도 한다. 
  인간이 되고자 끈덕진 인내로 천년을 애써온 구미호를 보면서, 도통군자가 되고자 기나긴 세월을 공들여온 수도인들의 염원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그 소망의 크기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뭔가 닮은 데가 있다. 천년의 종지부를 찍는 그 순간은 구미호의 애타는 노력이 결실을 맺느냐 물거품이 되느냐의 기로와 같다. 그렇듯이 수도의 목적인 도통에 있어서도 다를 바 없다고 여겨진다. 오랜 수도의 노력이 도통이라는 큰 결실을 맺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운수를 받는 그날에 밝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날이 언제인지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단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한시라도 성·경·신을 다하는 마음을 놓지 않는 길 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흩어지고 끊어짐 없이 깊고 넓게 흐르는 대양(大洋)과 같은 성·경·신으로써 말이다.

 

 

 

영화정보
ㆍ감  독 : 이형곤
ㆍ제  작 : 김용란
ㆍ각  본 : 전현진, 박은아
ㆍ출  연 : 주현(아버지 구미호), 박준규(기동), 하정우(아들 구미호), 박시연(첫째딸 구미호), 고주연(막내딸 구미호)
ㆍ제작연도 : 2006년
ㆍ상영시간 : 102분

 

영화상식
ㆍCG(computer graphics) : 컴퓨터를 이용하여 영상이나 도형 등의 그림 데이터를 생성, 조작하고 출력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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