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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8년(2008)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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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溫故知新) : 임금과 치한(癡漢)

임금치한(癡漢)

 

 

교무부

 

  춘추시대 초기, 초나라는 무왕이 즉위한 이후부터 강력해지면서 장왕(기원전 613년 즉위, 591년 서거) 때에 들어와 나라가 안정되니 임금은 이상적인 춘추시대의 통치자라 일컬어질 정도가 되었다.

  어느 날, 임금은 군신들과 더불어 성대한 연회를 열었다. 군주나 신하나 모두들 화기애애한 가운데 연회 또한 훌륭하기 그지없었다. 날도 완전히 저물어 연회도 절정에 이르렀다. ‘궁녀들이 꽃처럼 봄날 궁전에 가득 차니’라는 이백의 시구도 있지만 이날은 그런 글귀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바로 그때였다. 갑작스레 장강에서 한 줄기 돌풍이 불어 닥치더니 연회를 위해 밝혀놓은 등불이 일순간 전부 꺼지고 주위는 칠흑같이 깜깜해졌다.

  어둠을 틈타 술에 취한 남자 하나가 향기로운 냄새에 이끌려 궁녀의 옷자락을 힘껏 잡아당겼다. 순간 궁녀는 예리한 기합과 함께 남자의 관모 끈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임금을 향하여 큰 소리로 아뢰었다.

  “왕이시여, 미치광이 하나가 제 옷을 잡아당기려 하였습니다. 저는 그 남자의 관모 끈을 끊어서 갖고 있습니다. 어서 불을 켜주세요. 빨리 미치광이를 잡아들여 주세요.”

  그녀는 임금이 특별히 총애하는 후궁이었다. 순간, 취해 있던 남자는 새파랗게 질렸다. 임금은 열화와 같이 화를 냈고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신하들은 경멸에 가득 찬 시선으로 깜깜한 주변을 두리번거렸으나 놀랍게도 임금은 큰소리로 단언했다.

  “짐이 신하에게 술을 주었다. 설령 취하여 무례한 언동을 한다 해도 비의 말에 따라서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치를 주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그러고는 곧바로 신하들에게 명했다.

  “오늘 짐과 함께 술을 마시고도 관모 끈을 끊어버리지 않는 자는 심히 불쾌하게 여기리라.”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백여 명의 신하들은 일제히 관모 끈을 끊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윽고 등불이 켜져서 다시 낮처럼 환히 밝아졌다. 말할 것도 없이 백여 개의 관모 끈이 여기저기 제멋대로 흩어져 있었다. 임금은 이렇게 해서 신하의 목숨을 구해냈다. 한순간 중단되었던 연회는 매우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끝이 났다. 목숨을 구한 신하의 감격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다른 신하들도 임금의 너그러움에 새삼 눈물을 흘렸다.

  2년의 세월이 흘렸다. 초나라는 진나라와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치열한 대격전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이름도 없는 어떤 신하가 언제나 선두에 서서 싸웠는데 전쟁터에 나갈 때마다 누구보다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다. 그가 싸우는 모습은 마치 귀신에 씐 듯 혀를 내두를 만한 솜씨였다. 아군이나 적군이나 그 화려한 몸놀림에 제대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그는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의 활약은 싸움을 크게 좌우하게 되어 마침내 전쟁에서 이길 수가 있었다.

  임금은 신출귀몰한 신하의 활약상에 감격해마지 않았다.

  “짐은 덕이 부족하여 그대와 같은 용사를 귀하게 대하지도 못했으며 심지어 이름조차 알지 못하였노라. 그럼에도 그대는 죽을힘을 다해서 싸워주다니!”

  용사는 아뢰었다.

  “소인은 예전에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2년 전에 술에 취해 무례를 범하였으나 왕께서는 마음을 다스리시어 처벌도 내리지 않으시고 잘못을 덮어주셨나이다. 소인은 맹세코 주군의 깊은 은덕에 대해 반드시 은혜를 갚으리라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이후 이 한 몸을 던져서 적을 무찌를 기회만을 엿보았습니다. 소인이 바로 2년 전 밤에 비께서 관모 끈을 움켜쥐셨던, 바로 그 미치광이이옵니다.”

  임금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신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이야기는 윗사람이 한 번 실수로 잘못한 아랫사람을 넓은 아량(雅量)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니, 그 사람이 감동하여 진정한 충신(忠臣)이 되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존중해 주는 사람을 따르게 마련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관용을 베풀 때 그 사람은 윗사람을 끝까지 믿고 따를 것이다. 『대순지침』에 도전님께서 “윗사람은 모자(母子)의 정(情)과 애휼(愛恤)의 마음으로 아랫사람에게 대하라.”, “상생대도(相生大道)를 몸소 실천하는 데서 모든 조직체는 굳어지니, 자존심과 위세와 힘을 부리지 말고 도(道)의 규율을 잘 지켜 실행하라.”, “상하(上下)와 상호(相互)의 은의(恩義)를 잊지 말고 인정(人情)과 관용심으로 융화·단결하여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듯이, 우리는 상하는 물론 서로가 융화·단결하여 상제님의 덕화를 세계만방에 펼칠 수 있는 수도인이 되어야 하겠다.

 

 

 

<참고문헌 : 공현아 엮음, 『중국의 기담 괴담』, 문학수첩, 2005, pp.265~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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