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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9년(2009)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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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문화 : 화해의 한마당 탈춤

화해의 한마당 탈춤

 

 

글 교무부

 

  얼굴을 가리고 어깨춤을 추며 온 몸을 까불어 대는 춤사위에 흥겨움이 절로 나는 탈춤. 춤꾼들의 얄미운 듯 익살스런 탈의 모습과 춤사위가 벌어지는 공간은 삶의 여러 모습을 그려내고 해석하는 또 다른 형태의 삶의 마당이 된다. 탈춤놀이는 집단적 차원에서 벌어져 그 속에서 신명 가득 환희의 순간을 만끽하게 한다. 오랜 세월동안 우리 민중의 역사와 함께 한 탈춤, 그 해학과 신명의 몸놀림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기원과 발달

  탈놀이라고도 하는 탈춤은 탈을 쓰고 춤을 추면서 재담과 노래로 삶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가면극이다. 판소리·꼭두각시놀음·무당굿놀이 등과 더불어 민속극의 중요한 한 갈래이며 서민적이고 매력 있는 한국의 전통문화로 남아 있다. 그것은 풍자와 해학으로 삶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다, 춤과 음악 그리고 재담 등이 한데 어우러져 신명의 흥을 돋우기 때문일 것이다.

  그 기원은 어느 장르의 경우보다 활발하게 논의되어 왔는데, 농경의례설(農耕儀禮說)·기악설(伎樂說)·산대희설(山臺戱說) 등등이 한국 가면극의 유력한 기원설로 손꼽힌다. 이러한 가면극은 고구려의 무악(舞樂), 백제의 기악(伎樂), 신라의 처용무(處容舞)와 오기(五伎) 등 삼국시대 이래의 산악백희(散樂百戱)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시대의 가면극은 9세기 말엽 최치원(崔致遠)의 「향악잡영」의 5수(首)에 나타나는 5기, 즉 월전(月顚)·대면(大面)·금환(金丸)·속독(束毒)·산예(猊)에서 가면을 사용한 흔적을 볼 수 있으며 처용무 역시 가면을 쓰고 춤을 추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후 고려시대에는 나례(儺禮)와 산대잡희(山臺雜戱)가 나타난다. 나례는 연중(年中)의 재앙과 병마의 근원인 악귀를 쫓아내어 즐거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음력 섣달 그믐날밤에 행하던 의식으로, 조선시대 인조 때까지 행하여졌다. 산대잡희는 연등회와 팔관회 외에 임금의 관람과 개선장군의 환영행사 때에도 행하여졌는데 현대에 전해지고 있는 탈춤의 모체인 산대도감극(山臺都監劇)으로 계승되었다.

  그러나 근대사의 시대적 과도기를 겪어가면서 침체되어 있던 탈춤은 1970년대부터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민속극부흥운동이 일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탈춤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각 지역의 특징을 담으며 발전하였다. 황해도 지역에서는 ‘탈춤(봉산, 강령, 은율)’, 경기 지역에서는 ‘산대놀이(양주별, 송파)’,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 지역에서는 ‘야류(수영, 동래)’, 서쪽 지역에서는 ‘오광대(고성, 통영, 가산)’로 불렀다. 또 하회나 동해안 지역의 ‘별신굿’, 강릉의 ‘관노놀음’, 북청의 ‘사자놀음’, 제주도의 ‘입춘굿’ 등도 각각 지역과 놀이의 특색에 맞춰 지은 이름이라 할 수 있다.

 

 

탈춤의 풍자

  탈춤은 사회의 부조리한 측면을 풍자하고 있는데 이를 익살과 해학으로 풀어나가는 재치가 돋보인다. 각 지역에서 탈춤이 풍자하는 공동의 주요제재는 벽사(邪)의 의식무, 파계승에 대한 풍자, 양반에 대한 모욕, 처첩의 갈등에 의한 가정비극, 축사연상(逐邪延祥)의 축원, 서민생활의 곤궁상 등이다.

  각 탈춤의 놀이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지는데 서두에 앞놀이, 중간에 탈놀이, 나중에 뒷놀이가 있다. 특히 앞놀이와 뒷놀이를 할 때에는 놀이꾼과 관중 모두 어울려 춤을 추면서 즐거움을 나눈다. 탈놀이에서는 놀이꾼이 펼치는 싸움이 화해가 되고, 화해가 싸움이 되어 승패가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고 패배자의 고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여러 탈춤 중에서도 하회탈춤에서 양반과 선비가 지체를 다투는 마당놀이에서 재미있게 드러난다. 하회탈춤의 파계승 마당에서는 중이 부네라는 여자에게 유혹되는 과정을 보여주더니, 다음 마당에서는 양반과 선비가 중의 행실을 못마땅하게 여겨 다투기 시작하는데 누구의 지체가 더 높은가 판가름 하려고 어거지를 부리는 모습이 보인다.

 

 

쉬이~ 물럿거라 !

중략 …

선비 : “그러면 자네 지체가 나보다 낫단 말인가?”

양반 : “암, 낫고말고.”

선비 : “뭣이 나아? 말해 봐?”

양반 : “나는 사대부(士大夫)의 자손인데”

선비 : “뭣이 사대부? 나는 팔대부의 자손일세”

양반 : “팔대부는 또 뭐냐?”

선비 : “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이지”

양반 : “우리 할아버지는 문하시중(門下侍中)01이거던.”

선비 : “문하시중! 그까짓 거, 우리 할아버지는 문상시대(門上侍大)인데.”

양반 : “문상시대! 그것은 뭔가?”

선비 : “문하보다 문상이 높고, 시중보다 시대가 크다네.”

 

 

  이렇게 해서 고려 때의 최고 관직인 문하시중을 말장난거리로 만들어 지체 다툼이 허망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 대목에서 양반이 사서삼경보다 팔서육경을 읽었다고 하는데 선비가 못 알아듣자, 양반 하인인 초랭이가 “팔만대장경, 바래경02, 봉사안경, 약방의 길경(질경이), 처녀월경, 머슴새경”이라고 풀이하며 핀잔을 주자 양반과 선비가 다투다가 서로 망신을 당하고 만다. 이처럼 탈춤에서의 거친 입담은 듣는 즐거움을 더해 탈춤을 한층 더 맛깔스럽게 한다.

 

 

흥마당과 사회 안정

  관객들이 시끌시끌하게 기다리는 동안에 탈을 쓴 춤꾼들이 몸을 흔들면서 때론 왁자지껄하게 구경꾼들에게 말을 걸며 등장한다. 예전에도 보아온 탈의 모습이요, 등장장면이지만 구경꾼들은 서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 한바탕 웃으면서 그들을 맞이한다. 탈의 모습만 보아도 우습고 흥겨운 자리가 탈춤마당이다. 이렇게 탈춤은 흥을 만들어 내는 ‘흥 제조기’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민속놀이 중에서 탈춤만큼 흥겹고 신명나는 것은 없다. 그것은 아마도 언행의 ‘불일치성’이 탈춤을 희극적인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확실히 탈춤은 ‘흥의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탈춤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억압받는 서민층은 양반이나 지배계층을 조롱하듯 비판하면서 그들의 통한(痛恨)을 발산하였고, 지배계층은 잠시나마 서민들의 억눌린 심정을 잠재우는 의미에서 탈춤의 공연을 묵인하였다. 이런 탈춤은 어찌 보면 일반서민과 양반 등의 계급 사이의 갈등해소의 완충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단순한 오락거리인 것에서 벗어나 그 당시 사회체재를 유지하는 데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1960년대 후반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탈춤, 과연 이것을 통해 우리가 배우고 계승해야 할 문화적 정수는 무엇일까? 탈춤이 단순히 탈을 쓰고 춤을 추는 눈요깃감이라기보다는 그 속에 내포된 주제가 오늘날 우리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 고민이란 권위와 통제 부조리가 주는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와 정의를 되찾고자 하는 좋은 의미에서의 진취적 일탈에 관한 것이다. 이렇게 탈춤은 긍정적 의미의 일탈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더 나아가 공연하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이 공동체적 유대를 가진 ‘대동놀이’로 승화된다. 참고로, 대동(大同)이란 차별 없는 새로운 세계를 의미하고, 대체로 같은 처지에 있는 억눌린 사람들이 주체가 되는 신명풀이이며 마을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축제마당이다.

  탈춤은 모두를 화합의 세계로 이끌고자 한다. 탈춤 속에 나타나는 한국인의 낙천적인 성격과 특유의 익살은 그러한 화합의 세계에 대한 깊은 의지를 드러낸다. 한판 춤마당을 벌이며 평소 사회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해소되고 새로운 방향으로 가고자 하며 그 후 이어지는 ‘뒤풀이’에서는 탈춤꾼들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마당판에서 모두 어울려 하나가 된다. 화해의 마당에서 서로 어울려 춤을 추면서 말이다.

 

 

 

 

 

참고자료

ㆍ조동일, 『한국의 탈춤』,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2005

ㆍ신은경, 『풍류』, 도서출판 보고사, 2003

ㆍ이강순·신언경, 『봉산탈춤』, 교육과학사, 2008

ㆍ『파스칼세계대백과사전』, 동서문화사, 2002

ㆍ안동대학교 안동문화연구소, 『하회탈춤과 하회탈춤의 미학』, 사계절출판사, 1999

 

 

 


01 조선초기의 문하부의 정1품으로 으뜸벼슬

02 불경의 일종인 팔양경(八陽經)을 이르며 혼인·해산(解産)·장사(葬事) 따위에 관한 미신을 없애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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