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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8년(2008)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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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溫故知新) : 저승에 있는 곳간

저승에 있는 곳간 
 

 

글 교무부

 

  옛날에 박서방과 이서방이 살았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성질이 딴 판이었다. 박서방은 부자이면서도 인색하기 그지없어서 평생 제 것 하나라도 남에게 줘 본 적이 없었다. 이웃에서 누가 연장이라도 빌리러 오면,

  “아, 사서 써.”

  이러고 빌려주지 않고, 스님이 동냥을 와도,

  “아, 딴 데 가봐.”

  이러고 주지 않았다. 보리쌀 한 줌도 남에게 줘 본 적이 없었다. 이게 소문이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아무도 박서방네 집 근처에 얼씬도 안 했다. 가봤자 좋은 소리 못 들으니까 아예 발길을 뚝 끊은 것이다.

  그런데 이서방은 가난하게 살면서도 뭐든 남에게 곧잘 주었다. 누가 양식이라도 꾸러 오면 저 먹을 것이 있건 없건 쌀독 바닥을 박박 긁어서라도 주었다. 길 가다가 거지를 보면 입은 옷도 벗어서 주고, 스님이 동냥을 오면 곡식을 있는 대로 퍼내 주고도 더운 밥 한 끼씩 꼭 대접을 해서 보냈다. 이것이 소문이 나니까 이서방네 집에는 언제나 사람이 북적거렸다. 거지든 과객이든 가기만 하면 대접을 잘 해주니까, 사람들 발길이 끊일 날이 없었다.

  이렇게 사는데, 하루는 박서방이 저녁을 잘 먹고 자다가 갑자기 저승에 가게 되었다. 자다가 보니 저승사자가 둘이 와서 다짜고짜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한참 동안 가니까 저승이었다. 저승에서 제일 큰 집이 염라대왕 사는 대궐인데, 거기에 턱 들어가서 염라대왕 앞에 꿇어앉았다.

  “너는 아직 올 때가 안 됐는데 왜 왔느냐?”

  “자다가 저승사자님이 가자고 해서 따라왔습니다.”

  하니까 염라대왕이 저승사자들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너희는 일을 어찌 이 따위로 하느냐? 이 사람은 삼십 년 뒤에나 올 사람인데 어쩌자고 잡아왔느냐? 어서 돌려보내도록 해라.”

  그래서 저승사자를 따라 대궐을 나왔다.

  “우리가 실수로 자네를 데려와서 미안하이. 그런데 이승으로 나가려면 노자가 있어야 한다네.”

  “노자고 뭣이고 이승에서 올 때 한 푼도 안 가져왔으니 어떡합니까?”

  “그것은 걱정 말게. 저승에도 자네 곳간이 있으니 거기에 있는 돈을 좀 쓰면 될 것이야.”

  “저승에도 제 곳간이 있다고요? 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를 따라오게.”

  저승사자를 따라갔더니 아닌 게 아니라 곳간이 즐비했다.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는데, 자기 곳간에 가보니 이건 뭐 손바닥만 한 것이 다 찌그러져 가는 곳이었다. 들여다보니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것도 없고 달랑 짚 한 단뿐이었다.

  “제 곳간은 왜 이 모양이랍니까?”

  “쳇, 자네는 이승에서 어지간히 인색했던 모양이로군. 저승 곳간에는 이승에서 남에게 준 것이 그대로 쌓인다네. 자네는 평생 짚 한 단밖에 남에게 준 것이 없나 보군.”

가만 생각해보니 언젠가 이웃 사람이 삼태기를 빌리러 왔기에,

  “아 만들어 써.”

  하면서 짚 한 단 던져 준 일이 있었다. 그것 말고는 남한테 준 게 없었다. 그러니 곳간이 그 모양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적선 좀 하고 살걸.’

  “노자가 한 푼도 없으니 이제 어떻게 합니까?”

  “할 수 없지. 남의 곳간에 있는 돈을 빌려 쓰는 수밖에. 마침 자네 이웃에 사는 이서방네 곳간에는 돈이 많으니 그걸 좀 빌려 쓰게나.”

  저승사자를 따라 이서방네 곳간에 가보니 참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많았다. 곳간도 으리으리했다. 그 안에 돈이고 양식이고 옷이고 자잘한 물건이고 잔뜩 쌓여 있었다.

  박서방은 이승에서 부자로 살아도 저승 곳간은 텅텅 비었고, 이서방은 이승에서 가난하게 살아도 저승 곳간은 꽉 찬 거였다. 그래서 이서방네 곳간에서 돈 삼백 냥을 빌려 가지고 나왔다. 빌린 돈으로 노자 해서 무사히 이승으로 왔다.

  눈을 떠보니 방안에 병풍을 둘러치고 식구들이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하는데, 병풍 뒤에 자기가 턱 누워 있었다. 벌떡 일어나 병풍을 걷고 나오니 식구들이 기절초풍을 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 돈 삼백 냥을 들고 이서방을 찾아갔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이 돈 삼백 냥을 받게나.”

  “이게 웬 돈인가?”

  “글쎄 묻지 말고 받아 두게. 빚을 갚는 것뿐이니까.”

  안 받으려는 걸 부득부득 맡겨 두고 돌아왔다. 그 뒤로는 박서방이 아주 딴 사람이 됐다. 저승 곳간을 채우려면 적선을 해야 하니까, 그때부터 부지런히 적선을 해서 죽을 때가 돼서는 저승 곳간을 어지간히 채웠다. 이서방도 박서방한테 받은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구제해서 저승 곳간을 더 키웠다. 그렇게 해서 둘 다 살다가 죽어서 저승에 가서도 잘 살았다 한다.

 

 

  이 이야기는 사람이 다 자기 복을 갖고 태어난다 하지만 자신의 희생과 남한테 베푸는 마음이 없다면 그 복도 있을 수 없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현재 내 환경이 좋다고 해서 그 환경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니듯이 우리는 항상 남한테 베푸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典經』에 상제께서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人尊)시대라.”(교법 2장 56절)라고 하셨다. 이는 사람이 제일 존귀하다는 의미로, 사람으로서 진정 가야 할 길을 가르쳐 줘서 그 사람을 잘 되게 한다면 이보다 더 큰 덕(德)이 어디 있으랴. 상제께서 “우리의 일은 남을 잘 되게 하는 공부이니라. 남이 잘 되고 남은 것만 차지하여도 되나니….”(교법 1장 2절)라고 하셨듯이, 모든 수도인들은 덕을 베푸는데 힘써야 하겠다.

 

 

 

 


<참고문헌: 서정오 저,『우리 옛이야기 백가지(2)』, 현암사, 2004, pp.173~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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