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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8년(2008)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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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溫故知新) : 여승(女僧)은 춤추고 노인은 통곡하다

여승(女僧)은 춤추고 노인은 통곡하다

 

 

교무부

 

  조선시대 새로 등극하여 어진 정사를 펼쳐 태평성대를 이룬 임금이 있었다. 선비들은 글을 읽고, 백성들은 잘 교화되어 모두 맡은 바 소임에 힘을 쓰니 나라가 평안하고 인심은 후하였다.

  어느 날, 임금은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둘러보기 위해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몰래 도성을 순시하였다. 임금이 도성을 둘러보다가 어느 골목길로 들어서니 문득 창문에 불이 환하게 밝혀진 민가 한 채가 눈에 띄었다.

  마침 창문이 열려 있어 방안을 들여다보던 임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안에는 머리가 허연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그 앞에 술과 안주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노인은 술과 안주를 먹지 않고 두 손으로 낯을 가린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더욱더 이상한 것은 노인 앞에 있는 젊은 사내와 머리를 깎은 비구니였다. 사내는 상복을 입은 채 노인 앞에 앉아 흥겹게 손뼉을 치며 만수가(萬壽歌)를 부르고, 비구니는 그 노랫소리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임금이 뒤를 따르던 신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방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냐?”

  그러나 시종들도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 속 시원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임금은 무슨 곡절이 있음을 눈치 채고 사립문 앞으로 다가가 주인장을 불렀다. 이윽고 노인이 달려 나와 사립문을 열자 임금이 말했다.

  “나는 지나가는 길손인데, 방안에서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려 무슨 영문인가 싶어 잠시 들렀소.”

  노인은 곧 손님임을 알아차리고 임금을 방안으로 모셨다.

  “다행히 음식과 술이 있으니 한 잔 드시고 가시지요.”

  노인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선 임금이 물었다.

  “무슨 이유로 노인은 울고, 상주는 노래하며, 여승은 춤을 춥니까?”

  그러자 노인은 금세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가난하게 살았으나 자손에게는 늘 충효를 가르쳤습니다. 1년 전, 저의 늙은 처가 병으로 죽었습니다. 그래서 이 늙은이는 아들과 며느리에 의지해 살고 있습니다. 아들은 늘 글을 읽고, 효성스런 며느리는 베를 짜서 살림에 보태고 있습니다.”

  “그럼, 상복을 입은 사람과 머리를 깎은 여승이 아들 내외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럼 며느리는 왜 머리를 깎았소?”

  “들어보십시오. 사실 오늘은 이 늙은이의 회갑 날입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잔칫상을 마련할 수 없었습니다. 자식과 며느리는 이 때문에 가슴이 미어졌던 게지요. 그래서 아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아 음식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며느리가 이를 반대하고 나섰지요. 아들은 선비인데 머리를 깎으면 사대부들의 놀림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훼손하지 않는 것을 효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며느리는 아녀자인 자신이 머리카락을 잘라 이렇게 술상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 늙은이가 죽지 않고 자식에게 얹혀사는 것도 안타까운데, 집안이 가난하여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자식 내외의 용모까지 헐어 술상을 받으니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들은 이 못난 늙은이를 위해 만수를 기리는 노래를 부르고, 머리를 깎은 며느리는 춤을 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노인의 말을 듣고 임금은 가슴이 뭉클했다. 임금은 아들 내외를 도와줄 방법을 생각하다가 가만히 아들에게 말했다.

  “그대는 얼마나 글을 읽었는가?”

  “아직 부족하오나 대개 선비들이 공부하는 책은 모두 읽었습니다.”

  “반드시 그대의 효성(孝誠)에 대한 하늘의 보답이 있을 것이네. 어머님의 상례를 마칠 즈음 아마도 나라에서 과거가 있을 것이네. 반드시 과거에 응하게. 아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네.”

  이윽고 세월이 흘러 아들은 상복을 벗었다. 마침 나라에서 과거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아들은 과거시험에 응했다. 그때 임금은 몸소 과장(科場)에 납시어 손수 시제(試題)를 냈다. 아들은 시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상가승무노인곡(喪歌僧老人哭).’

  즉 상주는 노래하고, 여승은 춤추며, 노인은 운다는 뜻이었다. 아들이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니 시제를 낸 사람은 오래 전 자신의 집을 찾아왔던 사람이었다. 그는 곧 곁에 서 있던 시관(試官)에게 물었다.

  “저분이 누구십니까?”

  그러자 시관이 눈을 부라리며 윽박질렀다.

  “어서 머리를 조아리지 못할까! 바로 성상(聖上)이시다.”

  그제야 아들은 자신의 집을 찾아왔던 사람이 임금임을 알았다. 그는 단숨에 시를 써서 제출했다. 이후 임금은 그 시를 보고 곧 합격시켰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부모에게 자식된 도리를 다 하려는 마음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효경』에 공자가 “다섯 가지 형벌에 속하는 죄가 삼천 가지이나 그 중에서 불효보다 큰 죄는 없다(五刑之屬三千 而罪莫大於不孝).”라고 하였듯이 효는 인륜(人倫)의 가장 으뜸이 되는 덕목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보면 상상할 수 없는 패륜적(悖倫的)인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상제께서 말씀하신 “세상에는 충이 없고 효가 없고 열이 없다. 그러므로 천하가 모두 병들어 있느니라(世無忠 世無孝 世無烈 是故 天下皆病)”에서 엿볼 수 있듯이, 수도인들은 인륜을 바로 행하고 도덕을 밝혀나가는 데 힘써야 하겠다. 더불어 우리는 수도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상제께서 ‘진심견수복선래(眞心堅守福先來)’라고 하셨듯이 진심으로 나의 도리를 다하고, 해원상생(解相生)·보은상생(報恩相生)의 윤리를 실천해 나간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 이용범 지음, 『사람됨의 도리 효』, 바움, 2004, pp.30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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