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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는 풍경 : 환경운동과 ‘4R’의 실천, 용기가 필요한 때

환경운동과 ‘4R’의 실천,

용기가 필요한 때



교무부 윤미정




  쓰레기를 버릴 때면 소비가 많지 않은 나 한 사람이 버린 쓰레기가 이렇게 나오니 전 세계 쓰레기가 얼마나 많을지 종종 되뇌곤 한다. 쓰레기는 여러 가지 문제를 동반한다. 최근 몇 년 불난리, 물난리로 인해 심각성이 더욱 인식된 기후 위기에도 쓰레기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쓰레기와 관련된 피해를 생각할 때 이것을 줄이는 것이 환경 보존과 더불어 해원상생ㆍ보은상생을 실천하는 하나의 길임을 자각하게 된다.
  환경 보존과 쓰레기 문제를 생각하니 언젠가 읽었던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故 박경리의 기사와 그녀의 기념관이 떠오른다. 2002년 8월 우리나라에서 세계생태학대회(INTECOL)가 열렸다. 이 대회의 기조 강연에서 박경리는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원금은 건드리지 말고 이자만 갖고 살아야 한다”라고 말해 세계 생태학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1987년 유엔 브룬틀란 위원회(Brundtland Commission)는 지속 가능성을 “미래 세대의 요구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는데 이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던 세계 생태학자들은 그녀의 뛰어난 비유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선 것이다.01
  환경에 대한 그녀의 우려는 관념에 머물지 않고 행동에 옮겨졌다. 우연한 기회에 관람했던 원주 박경리 문학 공원에는 그녀가 살던 집과 텃밭이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 살면서 외부로 쓰레기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없애기)’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녀가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은 것은 원금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즉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전 세계 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약 25억 톤인데 이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34억 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쓰레기 배출량은 약 2억 톤으로 2년간 쓰레기양을 1㎥씩 쌓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연결할 수 있으며 연간 쓰레기 처리비용은 15조 원 이상이다.02 증가 추세였던 쓰레기 발생량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 사용이 더욱 확산했기 때문이다.
  쓰레기에는 건축, 의료, 핵폐기물 등도 있지만 일상생활 쓰레기로는 주로 플라스틱, 의류, 음식물, 전자폐기물 등이 있다.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로 플라스틱이 소재인 의류는 세계적으로 매년 생산되는 옷 1,000억 벌 중 같은 해에 버려지는 옷이 330억 벌이며 이 중, 한번도 입지 않고 버려지는 옷이 12%이다. 음식물은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이 버려진다. 전자폐기물로는 전 세계 160억 대의 휴대 전화 중 2022년에만 53억대가 폐기될 것이라고 한다.03
  이렇듯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로 발생하는 쓰레기는 매립하거나 소각하는데 처리비용도 많이 들지만, 그 과정에서 온실ㆍ유해 가스가 배출돼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쓰레기 처리 시설과 환경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아무 곳에나 버려진 쓰레기는 쓰레기 산을 이루고 강과 바다로 흘러가 해양 생물을 위협한다. 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공기 중이나 음식물에 섞여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한편, 쓰레기가 많다는 것은 자원 소비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자원의 고갈뿐만 아니라 자원 채취 과정에서 자연을 파괴하고 동식물의 멸종을 초래한다. 또한 상품 생산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돼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식품과 의류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각각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3%와 10%를 차지한다.04




  우리는 지구가 45억 년간 축적해온 자원을 지난 200여 년간 고갈 상태로 만들었고 미래 세대가 살아갈 자원 대신 쓰레기 무덤과 쓰레기 산, 쓰레기 바다, 기후 재앙만을 물려주게 된 셈이다. 이에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 움직임으로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일어났으며 이를 실천하는 방안으로 ‘4R’ 운동이 전개되었다. ‘물건을 귀중히 여겨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 생활방식’을 골자로 한 ‘4R’ 운동은 R로 시작하는 단어를 일상에서 실천하자는 움직임으로 쓰레기를 줄이는 리듀스(REDUCE), 재사용하는 리유스(REUSE), 재활용하는 리사이클(RECYCLE),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거나 거절하는 리퓨즈(REFUSE)의 네 가지 실천을 말한다.05
  리듀스의 실천에는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 텀블러, 장바구니 사용하기 등이 있다. 리유스는 사용된 자원을 재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형태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옷을 수선해서 입고 쓰지 않는 물건을 나누며 일회용품을 여러 차례 사용하는 실천을 할 수 있다. 리사이클은 자원을 재가공하여 쓰는 것으로 자원순환을 돕는다. 재가공할 수 있도록 플라스틱, 투명 페트병, 종이, 캔 등의 올바른 분리배출이 필요하다. 리퓨즈는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과대포장과 환경오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상품과 배달 음식에서 숟가락과 포크 그리고 먹지 않을 단무지와 김치 등의 음식을 거절하는 것 등을 말한다. 이러한 ‘4R’운동을 요약하면, 불필요한 소비와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배출을 바르게 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R’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우리 수도인에게 해원상생ㆍ보은상생의 실천이 된다고 할 수 있다.06 먼저, 해원상생은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자연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쓰레기의 피해는 사람 사이에서는 서로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지만, 사람과 자연 사이에서 자연은 온전한 피해자이다. 내가 버린 쓰레기로 인해 피해받은 사람과 자연은 원을 가질 수 있다. 자연이 어떻게 원을 가질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자연에는 생물, 무생물뿐만 아니라 자연을 주관하는 신명이 계신다. 상제님께서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옮겨가면 무너지나니라.”(교법 3장 2절)라고 하신 말씀에서 무생물에도 크고 작은 신이 응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쓰레기로 인해 고통받고 죽은 동물들과 자연을 운행하는 신명은 원이 쌓일 수 있다고 본다. 쓰레기를 줄여 사람과 자연에 피해를 줄이는 것이 원을 덜 쌓게 하는 것이므로 해원상생의 실천이 되는 것이다.
  또한 덜 사고 덜 버리고, 버리더라도 분리배출을 바르게 하는 것은 보은상생의 실천이기도 하다. 보은의 대상에는 상제님, 천지[자연: 생물, 무생물, 자연을 운행하는 천지신명], 국가와 사회, 부모, 스승, 직업 등이 있다. 상제님의 덕화 속에 이러한 존재들로 인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우리가 살다가 간 삶의 흔적이 훼손된 자연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자연을 넘어 건강하고 풍요로운 자연일 때 이 터전을 마련해주신 상제님과 상제님의 덕화 속에 이 터전을 유지해온 자연, 부모님과 사회에 대한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 박경리의 표현을 빌자면 원금에 이자까지 남기는 것이 보은이다. 그러나 소비문화를 지나치게 조장하는 사회에서 쓰레기의 발생은 피하기 어려우므로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인류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 보은상생의 실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우리 종단에서도 상생의 실천으로 상급 임원들이 모여 환경정화 활동과 환경캠페인을 벌이고 방면에서는 거리정화 운동을 한다. 이것은 강, 하천, 바다로 유입되고 홍수 시 하수구를 막아 침수 피해를 일으키는 쓰레기와 쓰레기가 미세하게 분해되어 자연과 사람에게 입히는 해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종단에서는 ‘지속 가능한 생태 문명을 위한 종교 간 대화’라는 주제로 국제적 규모의 여주에코포럼(2019)을 개최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세계적 생태환경 학자와 국내 환경 분야 전문가들을 비롯하여 종교 지도자와 여주지역 주민, 종단 임원 등이 참여하여 생태환경과 관련하여 종교인들의 국제적 연대를 촉구했다.07 수도인 개개인의 노력도 엿보인다. 어쩔 수 없이 비닐 팩을 쓰더라도 헹구어 재사용하기, 입지 않는 옷 나누기, 양말 기워 신기, 텀블러와 포장 음식을 위한 용기 갖고 다니기, 음식물 쓰레기를 건조기에 말려 배출하기,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줄일 수 있는 고체 비누 쓰기 등을 실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고 거절하는 ‘4R’의 실천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때로는 비용이 들기도 한다. 소비를 부추기는 바쁜 현대사회에서 편리와 욕구를 포기하고 귀찮고 힘듦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나 하나 실천한다고 무슨 변화가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들고 주변의 궁상맞고 유난스럽다는 따가운 시선이 의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작은 실천 하나로 어딘가에서 죽을지도 모를 생명이 살 수도 있고 이런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 국가와 기업의 친환경 정책과 제도를 앞당겨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 환경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떨치고 작은 실천이라도 할 수 있는 결단과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01 최재천,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원금과 이자」, 《조선일보》 2020.08.25.
02 배움이락tv, 「쓰레기 박사와 알아보는 현대사회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
https://www.youtube.com/watch?v=OAwQy1TOEtU; BTN, 「지혜의 다락방 178회 쓰레기 줄이기 왜 필요한가?」,
https://www.youtube.com/watch?v=M-livdtuhJU; 국가환경교육 통합플랫폼,
「배출의 품격 슬기로운 쓰레기 배출 생활-쓰레기 분리배출편」, https://www.youtube.com/watch?v=yYQCHZbrgB4.
03 허승은, 『쓰레기 없는 지구를 만든다면』 (서울: 다른, 2023), p.24, p.48, p.66, p.101 참고.
04 배움이락tv, 「쓰레기 박사와 알아보는 현대사회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
https://www.youtube.com/watch?v=OAwQy1TOEtU.
05 「거절하고,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친환경 습관 ‘4R’(분리배출 잡학사전)」, 『네이버 백과사전』
06 생태환경을 위한 실천이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실천 수도라는 관점에 대해서는 다음 연구를 참조하기 바란다. 차선근, 「대순진리회 생태론 연구서설」, 『대순사상논총』 35 (2020), pp.316-323.
07 「도장은 지금: 생태문명을 위한 여주에코포럼」, 《대순회보》 223 (2019), pp.16-19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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