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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9년(2009)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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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溫故知新) : 먼저 네 집부터 섬기면 부자 되리라

먼저 네 집부터 섬기면 부자 되리라

 

 

글 교무부

 

  옛날 어떤 산골에 가난한 내외가 살았다. 아무리 일을 해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

  “무슨 팔자가 안 되는 팔자뿐이냐? 농사가 당최 안 되는구나.”

  그도 그럴 것이 하천가에 고생고생해서 논을 일구어 놓으면 그만 홍수가 나서 덮어버리지, 산기슭에 밭을 일구어 놓으면 산사태가 나서 그만이지, 간신히 산골 팔밭(개간할 묵은 땅)을 파서 강냉이나 감자를 심어두면 산짐승이 내려와서 다 먹어치우지, 도대체 복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여보게, 여기서 우리가 살 팔자가 아닌가 보네. 우리 다른 곳에 가서 살아보세! 맨날 산나물만 캐고 뜯어다가 볶아 먹고 무쳐 먹고 살 수는 없지 아니한가. 소증(素症: 채소만 먹고 고기를 못 먹어서 속이 허하고 헛것이 보이는 증세)이 나서 못 살겠네.”

  “그러지요, 낭군의 말을 따르겠소.”

  이런 금슬 좋은 내외가 변변치 않은 보따리나마 이고지고 가다가 보니까 해는 서산에 넘어가고 마땅히 의지할 곳은 안 나오고 이런 심란할 때인데, 웬 이목이 단정한 노인 하나가 길에서 썩 나오는 것이었다.

  “자네들, 어디를 가는가?”

  “깜짝이야? 웬 어르신이 이 해질녘에 덜컥 나오십니까? 간이 떨어질 뻔했지 않습니까?”

  “아이구, 놀란 것은 나라네. 자네들이 집을 떠나니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네. 그래서 내가 자네들 뒤를 밟아 따라왔지. 그런데 오늘 해가 다 지도록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안 하기에 이리 나타난 것이라네.”

  “어르신은 누구신가요?”

  “나? 물을 것 없어, 다만….”

  “다만? 다만이라니요?”

  “자네 내외가 동서남북을 분간 못하고 사방으로 얻어먹으러 가는데, 가지마. 집으로 당장 돌아가. 객지에 가면 더 힘들어. 우선 집에 돌아가서 살 궁리를 해!”

  “그동안 내 집에서 살았지만….”

  “내가 알지,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른 것을…. 이제 그 막다른 때가, 정말 정든 집도 버리고 정든 고향도 떠나고 그동안 공들인 기초도 버리고 떠나고 싶을 때, 그 울고 싶을 때가 사실은 일어설 때야. 이제 뭐 더 나빠지고 가라앉고 쓰러지고 무너지고 기진맥진할 여지가 있는가? 바로 그 맨 밑바닥이 이제 일어서는 기초야. 그 고생을 맛보아야 일어서. 그 고생을 한 곳이 어딘가?”

  “집이고, 내 고장입니다.”

  “바로 그렇지. 다른 데 가서 고생하느니 그래도 터 잡은 내 집에서 일어서야 돼. 자 어서 집으로 돌아가. 가면 잘 살거야. 이 늙은 것이 사정을 하네.”

  어차피 마땅히 갈 곳도 없는 내외는 이 생면부지의 노인 말을 듣기로 하였다.

  그들 내외는 집으로 돌아와서 청소를 싹 하고 군불을 지피고 없는 음식이지만 끓여 먹고 따뜻한 방에서 편히 잤다. 자고 보니 여기저기 그 동안 손보지 못한 집 구석구석이 보였다. 그래서 다 손보고 청소도 하고 화롯불도 다독거리고 다시 밭도 매고 개간도 할 각오를 하고 자는데, 그날 밤 그 길에서 만난 그 노인이 나타났다.

  “내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내가 너의 집 성주(城主)야, 안방신이지. 성주풀이 하는 집에서 제일 높은 가신(家神)이야. 그동안 너희들을 돌보느라고 했지만 나도 형편이 안 되어서 부자로 못 만들어 주어서 미안해. 그런데 이제는 되었어. 자네들이 못 살겠다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여기서 살아보겠다고 하니까 말이야. 집안 청소도 다 하고 손볼 것은 손보고 새로 설계도 하는 것이 참 보기 좋더라. 이제 잘 살 것이야. 그런 희망을 말해주는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없느냐?”

  “대접할 것은 없고, 그저 냉수라도 떠 놓고 지성으로 제사를 드리겠습니다.”

  “냉수? 그것 좋지. 제사는 제물보다 정성이니까 힘이 닿는 대로 나를 위해 보게!”

  그래서 그들 내외는 목욕재계를 하고 또 청소를 하고 냉수를 떠다 놓고서 정성껏 기도하였다. 그날 저녁 다시 성주 노인이 나타났다. 꿈에!

  “잘 먹었다. 내가 공짜로 얻어먹을 성 싶으냐? 나도 보답을 하겠다. 열심히 개간을 하고 곡식을 심어라. 자, 희망을 갖고 노력을 해보라고! 이제는 더 낙심을 말고. 낙심한들 더 내려갈 곳도 없으니까 말이다!”

  “네, 고맙습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런 꿈 속 대화가 있은 후, 그들 내외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씨앗을 뿌렸다. 씨앗이라기보다는 희망을 뿌리고 심은 것이다. 그런데 감자를 심으려는데, 아니 심으려는 그 자리에 이미 도라지가 나 있었다.

  “웬 도라지가 이리 많으냐? 곡식 심을 자리에.”

  이상하였다. 도라지야 먹을 수 있지만 자기들은 감자나 옥수수가 있어야 되는데, 웬 반찬감인 도라지가 이리 많이 자꾸 나오는고? 우선 망태기에다가 가득 담아서 남편이 메고 집으로 왔다.

  “웬 도라지가 이리도 많소?”

  “글쎄 말이야, 어서 도라지 무침을 해봐.”

  그런데 아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도라지치고는 이상하다? 그렇다고 더덕도 아니고, 도대체 이것이 무엇일까? 어디 한번 베어 먹어 봅시다. 이크 써! 이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저 아랫동네 최대감이 유식하니까 가지고 가서 여쭈어 보아야겠네.”

  이리하여 남편이 그 이상한 도라지가 든 망태를 메고서 최대감을 찾아갔다.

  “아니 여보게, 자네 재산을 듬뿍 붙들었네그려.”

  “아니 이까짓 도라지 한 망태가 무슨 재산이 됩니까? 재산을 붙들다니요? 이까짓 도라지를 가지고서.”

  “쉿, 이까짓 것이라고 하지 마! 이것은 산삼이네.”

  “옛, 산삼이요?”

  이래가지고 내외는 부자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어려움이 닥치면 다른 곳에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은 스스로가 문제를 바르게 인식하여 해결하려고 마음먹는 데 달렸다. 그리고 고진감래라 하듯이 참고 견디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수도하는 데 있어서도 겁액이 먼저 밀려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멀리서 해답을 구할 것이 아니라 내 가까이 있는 선각을 위하고 수반을 위할 때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리라.

 

 

 

 

참고문헌

ㆍ최래옥, 『눈치 빠른 놈은 절에 가서도 새우젓 얻어먹는다』, 제삼기획,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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