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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의 만남 : 베이컨의 우상론

베이컨의 우상론    글 교무부      영국의 고전경험론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 1. 22~1626. 4. 9)은 인간이 진리를 얻는 데 있어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을 우상이라고 보고 진리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상(偶像, idola)이란 다른 말로 선입견이나 편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네가지 종류의 우상을 이야기하며 인간이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되는 원인에 대해서 설명했다.   첫 번째는 베이컨이 네 가지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으로 간주한 ‘극장(劇場)의 우상(偶像)’이다. 그것은 유명하거나 전통과 권위가 있는 이의 말을 맹목적 혹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의지하려는 데서 생겨나는 편견이다. 우리가 흔히 ‘높은 분의 말씀이기 때문에 또는 유명한 사람의 말이므로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기 쉬운데, 이런 태도로 인해 우리는 잘못된 길로 빠지는 큰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명확한 의식과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견해를 수용해야 하며 그릇된 것이라면 과감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종족(種族)의 우상(偶像)’이다. 인간이 자신이 속한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에 비추어 다른 대상들을 판단하려고 할 때 생기는 편견이다. 예를 들어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자신의 마음에 비추어 의인화한다거나 자신이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듯 말 없는 자연도 그런 목적을 가지고 행위 한다고 판단하는 경향이다. 예를 들어 ‘저 새가 외로워 슬피 우는구나.’라고 자신의 의식에 비추어 현상을 판단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동굴(洞窟)의 우상(偶像)’이다. 동굴에 갇힌 듯 자신의 폭 좁은 소견에 비추어 사물과 현상에 대해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는 것이다. 인간 개개인은 각기 다른 성격과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자가 대상을 보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기 쉬운데 여기에 대해 베이컨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가운데 상호비판의 열린 마음을 가짐으로써 이 우상을 극복할 것을 주장했다. 상대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알고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 인간은 비로소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탈피해 폭넓은 견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는 ‘시장(市場)의 우상(偶像)’이다. 마치 시장상인들의 다툼 속에서 비어가 난무하듯 언어를 잘못 사용함으로써 오류에 빠지는 경우이다. 즉 뚜렷한 이치를 근거로 하지 않고 언어의 틀에 사로 잡혀 그 말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말한다. 이것 또한 앞선 네 가지 우상과 마찬가지로 선입견과 편견에 의한 잘못된 판단을 의미한다.   베이컨의 이론이 수도적 입장에 완전히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그릇된 편견을 경계하고 올바른 판단을 지향하는 그의 견해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양위 상제님과 도전님의 뜻을 따르는 과정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이컨이 말한 이 네 가지 우상은 수도 과정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현상이며 또한 조심해야할 것들임에는 분명하다. 도통을 목표로 함께 가지만 우리 공부는 ‘물 한 그릇이라도 연고 없이 남의 힘을 빌리지 못하는 공부’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바른 길을 따를 수 있는 자신의 자각이 중요하다. 베이컨의 우상론이 요즘 들어 더욱 공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함께 생각해 볼 문제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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