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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5년(2015)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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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나의 스승, 나의 부모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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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승, 나의 부모님 “감사합니다”
 
 
 

신반 방면 교정 정나연

 
 
 
“여보세요?”
“여보세요, 엄마?”
“어, 밥 먹었냐?”
“예, 금방 먹고 지금 출근하는 길이에요, 드셨어요?”
“우리는 진작 먹었제. 출근하는 길이여? 아픈 데는 없고?”
“예, 좋아요. 여기는 비 그쳤는데 거기도 그쳤어요?”
“여기? 여기는 시방도 온다. 지금도 계속 와.”
“그래요? 이번 비 그치면 춥겠죠?”
“그제, 춥제. 인제 계속 추워지제.”
“그렇겠죠, 오늘은 뭐 하세요?”
“비 온께 들에는 안 나가고 김치 담을란다.
너 온다고 어제 장에서 배추 사왔어.
그거 다듬어서 김치 담아야제. 그래야 니가 오믄 먹제.”
“아······! 예.”
“건강 조심하고 들가라.”
“예, 엄마도 조심하세요.”
“오냐.”
 
 
  어머니의 목소리로 나의 출근은 시작된다. 이른 아침을 드시고 들에 나가시는 부모님께서 한창 일하고 계실 때다. 이럴 때 전화기 너머 들리는 가쁜 숨소리는 오늘도 고단하실 두 분의 하루를 말해준다. 가을이 부쩍 빛을 발하는 요즘 시골의 일손은 더욱 분주해진다. 어린아이의 고사리손이라도 필요한 시기이다. 부모님의 깊게 팬 주름 속에 담긴 세월의 우물이 오늘 하루만큼 깊어진다.
  가을걷이에 한창인 두 노년의 숨소리가 마치 시간을 빠르게 감는 태엽 소리처럼 크게 들린다. 촤르륵······, 촤르륵. 누구를 위한 삶인지. 젊음이 한창일 땐 자식을 위해 그리고 노년의 편안한 삶을 위해 애쓰던 분주함이 칠순의 고개를 넘긴 지금은 두 분의 안락함보다 한창 자라고 있는 손주들의 미래까지 생각하시며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보신다. 내일 뜨는 해를 맞이할 수 있다면 그날을 감사히 살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는 것이 남은 삶이라고 말씀하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수화기 너머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두 분의 모습이 비친다.
  다행히 오늘은 비가 내린다고 하니 좀 쉬실 수 있으려나 했던 단순한 나의 마음과는 달리 명절 때 오지 못한 막둥이가 집에 오면 먹일 거라며 김치를 담근다고 하신다. 죄송한 마음에 말을 잇지 못하겠다. 무엇일까? 무엇이 두 분을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아직 미혼인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도 어디 한 자락 닿을 데가 없다. 툭 불거져 나온 관절 마디마디에 맺힌 아픔을 삼키며 분주히 움직이시는 그 마음을 가늠할 수가 없다.
  나는 이렇게 순하게 사시는 분들께 뼈아프게 시린 아픔을 드린 적이 있다. 입도하고 수도를 핑계 삼아 두 분께 너무 소홀했던 것이다. 두 분 생신 때나 내 생일에 하는 전화로 나의 안부를 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몹쓸 매정함이었다. 그때 두 분의 심정은 어떠셨을까? 해도 해도 상상이 안 된다. 그 마음이 어떠셨을지. 솔직히 그 마음을 ‘이러셨을 것이다.’라는 말로 마치 이해한 듯 말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나는 아직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모지정이 무엇인지.
  당시엔 그저 부모님께서 건강하시기만을 빌었다. 오랜만에 찾아뵌 아버지의 모습은 매우 낯설었다. 낯모르는 이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만나면 아버지를 닮은 듯한 누군가를 보는 것처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그동안 걱정을 양식 삼아 근심을 잠 삼아 지내셔서 쑥 내린 살과 검게 변한 아버지의 얼굴에 숨이 막혔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저 먹먹한 마음에 눈물만 났다. 이런 막둥이를 먹이시겠다며 차린 상위에는 나를 기다리시는 두 분의 마음이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따뜻하고 고슬고슬한 밥과 내가 좋아하던 반찬들에서 아무런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런 밥도 제대로 드시지 못했을 두 분 생각에 고개를 숙인 채 수저질만 열심히 했다. 
  이렇게 집에서 이틀을 보내고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는 내게 두 분은 가방 가득 생필품이며 먹을 것을 잔뜩 챙겨주셨다. 아버지께서는 직접 운전하시는 차에 나를 태워 마을 입구에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셨다. 돈도 없을 거라며 가지고 계시던 돈에다 가게에서 빌린 것까지 차비로 꼭꼭 챙겨 주시던 모습에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울기만 했다. 나를 다시 보내시는 두 분의 마음은 어떠하셨을까? 그렇게 그렇게 가슴에 묻은 상처 위로 가족들과 나에겐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얼음이 녹아 강물이 되어 흐르고 천지에 꽃향기가 가득하고 개미눈 만한 나뭇잎이 붉어져 떨어지고 물이 다시 얼음이 되도록 변함없는 마음을 주시는 나의 부모님. 1초 1초 잠시도 쉬지 않고 힘차게 뛰고 있는 나의 심장과 수많은 혈관을 거침없이 흐르는 피 속에 오롯이 녹아들어 있는 그것을 하나씩 꺼내어 펼쳐본다. 낯설고 많은 사람 속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헤매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다짐한다. 살아계신 나의 스승을 닮아 가겠노라고. 나의 부모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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