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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0년(2010)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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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 가화만사성 (家和萬事成)

가화만사성 (家和萬事成)

 

글 교무부

 

  옛날 어느 마을에 김씨와 이씨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였는데 몇 년이 지나자 생활 형편이 비슷해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김씨네는 점점 부자가 된 반면에 이씨네는 오히려 살림이 궁핍해졌다. 이씨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디에서 이런 격차가 벌어지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 이대로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결국 김씨에게 직접 가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느라 잠을 설친 이씨는 일찌감치 김씨를 찾아갔다. 때마침 아침상을 물린 김씨가 반갑게 웃으며 그를 맞아 주었다.

  “여보게,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겠나?”

  “얼마든지 할 수 있네. 어서 들어오게나.”

  이씨는 김씨와 마주 앉자마자 진지한 어조로 묻기 시작했다.

  “부자가 되는 비결이 무엇인가?”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인가?”

  “전에는 분명 자네나 나나 살림 형편이 비슷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자네는 이렇게 부자가 되고, 나는 오히려 궁핍해지지 않았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연유를 모르겠더군. 그래서 자네에게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닌가 해서 이렇게 찾아왔다네.”

  그 말에 김씨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슬쩍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분명 부자가 되는 비결이 있긴 하네만… 자네가 그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가르쳐주기만 하면 그대로 할 테니 제발 좀 알려주게!”

  “정말인가?”

  “암, 하고말고!”

  “알았네. 내 가르쳐주지. 우선 나와 함께 자네 집으로 가세. 그러고 나서 자네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소를 끌어 지붕 위에 올리게 하고, 소금 한 가마니를 집 앞의 연못물에 담갔다가 꺼내오라고 시키게나.”

  이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소를 지붕 위에 올리고, 소금 한 가마니를 물에 담그라니? 이게 부자가 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무조건 알려주는 대로 하겠다고 대답한 터라 일단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인 후 곧장 김씨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이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들 내외에게 말했다.

  “얘들아, 우리집 소를 끌어다 지붕 위에 올려놓아라.”

  이씨의 말에 아들 내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곧 아들이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아버지, 말이 좀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저 크고 무거운 소를 어떻게 지붕 위에 올리라는 겁니까? 아침을 잘못 드셨나…”

  이씨는 당황하여 김씨를 쳐다봤다. 그러나 김씨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아들 내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미 예상했던 터였다. 그는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다시 말했다.

  “어험, 소를 끌어 올리는 건 무리겠느냐? 그럼 광에서 소금 한 가마니를 꺼내 와서 집 앞 연못에 좀 담갔다가 꺼내오너라.”

  이어지는 이씨의 주문에 그들은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에는 며느리가 앙칼진 목소리로 대꾸를 했다.

  “아니, 아버님! 무슨 망령이라도 드셨습니까? 소금 값이 얼만데 그 비싸고 귀한 것을 연못물에 집어넣으라니요? 나 원 참 기가 막혀서…”

  두 사람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각자의 할 일을 하러 가버렸다. 이씨는 한숨을 내쉬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멀뚱멀뚱 아들 내외를 쳐다봤다. 그러자 김씨가 빙그레 웃더니 이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김씨는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아들과 며느리를 불렀다.

  “얘들아, 여기 와서 이 소를 지붕 위에 올려놓아라.”

  “예, 아버지.”

  김씨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들 내외는 곧장 소를 끌고 갔다. 그러더니 아들은 소를 앞에서 끌고, 며느리는 뒤에서 밀어주며 어떻게든 지붕 위로 끌어올려 보려고 애를 썼다. 두 사람의 행동에 놀란 이씨가 눈만 끔벅거리고 서있자 김씨는 다시 빙그레 웃더니 아들 내외에게 말을 걸었다.

  “되었다. 아무래도 무리일 듯싶구나. 그 소는 다시 제자리에 두고, 광에서 소금 한 가마니를 꺼내 와서 집 앞 연못에 좀 담갔다가 가져오너라.”

  “예, 아버님.”

  이번에도 두 사람은 김씨가 말을 하자마자 바로 소를 외양간에 넣더니 광으로 가서 소금 한 가마니를 짊어지고 나왔다. 아들 내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연못 쪽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마당을 나서자 김씨가 다시 두 사람을 불렀다.

  “그것도 되었다. 소금을 다시 광에 가져다 두고 각자 할 일들 하여라.”

  아들 내외는 이번에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소금을 광에 가져다 놓더니 각자의 할 일을 하러 갔다. 이씨는 그런 두 사람이 신기하기만 했다.

  “허허… 이런 엉뚱한 주문을 군말 없이 따라주다니… 자네는 참 복도 많네그려.”

  “이게 바로 내가 부자가 된 연유일세.”

  “이것이 말인가?”

  “그렇다네. 나는 그동안 이 집안의 가장으로써 많은 노력을 해왔네. 누구보다 더 일찍 일어나 일을 시작했고, 빈둥거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손을 놀렸다네. 그리고 무엇을 결정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했네. 내가 솔선수범했기 때문에 우리 가족들은 나를 믿고 따라주게 된 것이지.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불합리한 주문에도 아들 내외는 필시 무슨 까닭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시킨 대로 따랐을 걸세. 무슨 일이든 단결이 되지 않으면 행할 수 없는 법이지. 이렇게 서로 합심하여 화목한 상태인데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김씨의 설명에 이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우리가 흔히 들어오는 격언(格言) 중 하나일 것이다. 가정은 사회구성원의 기본요소이자 기초단계이므로 모든 것이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디 가정만 그러할까? 각자의 방면 역시 수도생활에 있어서 ‘가정’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선각과 후각이 서로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 신뢰를 바탕으로 화합·단결하면 안 될 일도 될 것이고, 못할 것 같던 일도 해내게 되지 않겠는가?

 

 

 

참고 문헌

최운식 편저,『옛날 옛적에』, 민속원,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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