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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7년(2007)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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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 만촌방면 도문소자 극기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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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촌방면 도문소자 극기체험기

 

 

만촌방면 평도인 박준규

 

 

 

  2007년 8월 14일 아침. 오늘도 전국적으로 많은 비와 34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된다는 일기예보를 듣고서 집을 나섰다. 국토순례를 위해 나름대로 비옷과 행군에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했지만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었다. 사는 곳이 왜관읍 북쪽의 약목면이라는 조그만 면소재지라 교통이 불편해 7시 30분까지 집결지인 회의실에 도착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생각 끝에 우선 경산 시청으로 가기로 하고 7시 5분 열차를 탔다. 경산 시청이 어디에 위치한지도 몰라 경산역에서부터 걷다가 지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물어서 겨우 도착했으나 지각이었다. 모든 도인들이 먼저 도착해 부산하게 출발준비를 하며 생기에 차 있었다.

  출발은 예정 시간을 30분이나 지난 8시 30분에 했다. 하지만 오늘 참가자는 모두 내수들이었고 초등학교 어린이와 그보다 더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도 있었다. 듣기로는 30km나 되는 장거리 행군이라 하는데, 소풍이나 개울가에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행사에 참가는 했지만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만 가는 상황이었다. 비는 내리지 않아 걷기에 불편함이 없었지만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금방 온몸이 땀에 젖었다.

  한 시간 정도 열심히 걷다가 잠시 쉬고는 또다시 전진했다. 모두들 아무 탈 없이 여기까지 잘 왔지만 뒤에서 따라가는 입장이었던 나로서는 이만저만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오전 10시쯤 대열은 경산시 자인면 자인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청도 가는 69번 국도를 따라 가게 되었다. 그러다가 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얼마쯤 가다보니 들판을 가로지르는 입구에 보급을 담당하는 외수 도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참을 들며 원기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먹만 하게 삶은 감자를 입이 터져라 우겨넣고 시원한 오이를 한 입 베어 무니 목구멍이 확 트이는 것처럼 피로가 말끔히 씻겼다. 출출하던 참에 감자 두 개를 먹고 10분정도 휴식을 취하니 포만감과 함께 기운이 솟아나 다시 힘차게 출발할 수 있었다.

  이곳 자인면은 청정농작물과 과수를 집단적으로 재배하는 곳이라 지나는 곳마다 도로 옆으로 대추밭과 복숭아밭이 늘어서 있었다. 주렁주렁 열린 대추는 가을을 기다리고 빨갛게 익은 복숭아는 먹음직스럽게 잘 익어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한 물이 배어나올 것 같아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순간 하늘에서 터진 둑처럼 굵은 장대비가 쏟아졌다. 모두 비에 흠뻑 젖어 꼴들이 말이 아니었는데 ‘천둥이 울고 번개가 치니 이제부터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는가 보다.’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린애들조차도 불평과 흐트러짐 없이 대열에 맞춰 묵묵히 전진하고 있었다. ‘이것은 기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처음에는 모두 얼마 못 가서 낙오자가 생기고 이탈자가 생기리라 여겼다. 그런데 지금 나의 눈에 비친 그들의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의지가 배어 있었다. 이것은 무슨 조화일까?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걸까? 그러나 그 의문점은 바로 풀렸다. 아하! 이것이 바로 상생과 조화에서 나오는 화합이요, 단결력이라는 것을! 상제님의 가르침이고 대순의 진리인 것을! 이런 생각이 들자 ‘나 자신이 탈락해 낙오자가 되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란 의문이 절로 들었다.

  얼마나 왔을까? 잠시 후 자인면을 지나 남산면을 들어서니 학일산 자락에 펼쳐진 국립관광지가 보이고 상대온천이 있었다. 그러나 갈 길도 바쁜데 편하게 주변을 감상하며 눈 돌릴 겨를이 없었다. 비 내리는 기세가 조금 누그러지니 그나마 앞이 트여 움직이기가 훨씬 나았다. 남곡을 지나면 청도군과 경계인 금천면을 가기 전에 갈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중턱을 오르니 숨이 턱에 차 힘이 다 빠져버렸다. 그런데 마침 그곳에 보급부대가 마중을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여기서 점심을 먹고 기운을 충전하여 출발하기로 했다. ‘힘도 없고 배는 고프고 어떻게 이 고개를 넘을까?’하며 내심 걱정했는데 절묘한 시점에 맞춰 준비를 해놓고 있었으니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답사를 계획하고 총지휘를 하신 부대장이요 총사령관격인 선감의 세심한 진행방법과 시간 안배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찬은 많지 않았지만 정성이 깃든 준비에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따끈한 된장국에 통배추 김치 한 가닥을 쭉 찢어서 숟가락에 걸쳐 한 입에 넣으니 그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오메! 이렇게 맛있을 수가!’ 게다가 막걸리 한 잔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 갈고개 산신령이 부러워하는 듯했다. 배불리 먹고 막걸리 한 잔에 기분이 알딸딸해지니 갈 길이 가까운지? 먼지? 모든 근심을 잊어버리고 죽장(竹杖)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노래가 절로 나왔다. 한바탕 흔들었으면 좋으련만 갈 길이 바빠 다시 출발준비를 해야만 했다.

  이제 시간은 오후 1시를 넘었다. 다시 대오를 정비한 뒤 인원점검을 마치자 오늘의 중대장격인 빼어난 미모와 멋을 지닌 김교령의 출발신호가 울렸다. 가자! 여기 갈고개에 어떤 사연이 있어 그런 이름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갈 길이 바쁘다. 힘차게 내딛는 발자국에 고개 능선도 힘들지 않았다. “자! 떨어지지 말고 따라 붙어요!” 맨 뒤에서 채근하는 신선사는 훈련소에서 훈련병을 닥달하는 숙달된 조교 같았다. 그리고 대오 중앙에서 앞뒤를 잘 추스려 흐트러짐이 없게 질서를 유지하는 구정무는 바로 부대 주임상사 위치였다.

  이윽고 고개 마루에 올라서자 비가 더욱 세차지고 신발 안에는 물이 고여 질퍽였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 금천 13km! 부지런히 걸어도 해질녘에야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았다. 모두들 목적지가 어딘지 알고나 가는지, 얼마나 가야 도착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묵묵히 전진만 하고 있었다. 이제 서서히 지칠 때도 됐건만 다들 여전히 힘차게 걷고 있었다. 갑자기 멀리 안개 속에 조그만 산동네인 금천면 동곡리가 나타났다. 곧 가야할 매전면 금곡리와 경계인 동곡재를 앞두고 수박파티를 벌이며 휴식을 취했다. 적당할 때 지치지 않게 시간과 힘을 배분하는 요령, 지도자의 지휘방법이 전쟁터의 장군과도 같았다. 내가 보기에도 얄미울 정도로 빈틈이 없어 낙오자가 생길 여유를 주지 않았다.

  안개에 살짝 가린 동곡재의 유연한 능선이 미인의 허리인양 부드러워 보였다. 개미가 줄을 서서 움직이듯 서서히 울긋불긋한 옷차림의 깃발들이 흔들리듯 안개 속 고개를 넘었다. 이 고개를 넘으면 종착이라고 한다. 그곳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기에 머나먼 고행 길을 걸어왔을까? 고개 정상에 서서 동창천을 내려다보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뿌연 안개 속에 드러나는 산야! 그곳에는 ‘상생과 조화, 화합과 단결’의 자취가 배어 있었다. 상제님의 天ㆍ地ㆍ人 삼계(三界)공사를 보는 듯 대순의 발자취가 있는 듯했다.

  도착시간은 오후 4시. 모두의 마음속에는 출발점에서 30km에 이르는 먼 길을 8시간에 걸쳐 무사히 지나왔다는 성취감이 충만했다. 모두가 장하고 대견스러웠다. 동창천 냇가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며 우리 모두는 상제님의 가호를 받았으리라.

  이튿날 또 다른 일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대순의 내수 도인들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무엇이던 그때그때 일들을 망설임 없이 헤쳐 나가는 능력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족구시합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발놀림은 여자가 아니었고 분위기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질서와 화합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을 통해 대순을 알 수 있었고 이틀간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나의 사고를 부정적인 성향에서 긍정적인 성향으로 바꿔놓았다. 분명 동창천의 이무기가 놀라서 승천(昇天)을 서두를 것이다. 만촌방면 도문소자여! 소원성취케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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