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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7년(2007)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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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 딸아이와 함께 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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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함께 한 기도

 

 

원평 36방면 보정 김영진

 

 

 

  고성제생병원 현장에서 오랜만에 휴가를 받고 설레는 가슴을 안고 차에 올랐다. 애가 얼마나 컸을까? 단숨에 집 앞에 도착했다. 딩동! 누구세요. 응! 아빠야. 딸아이인 백초가 뛰어 나왔다. 부인도 반가이 맞아주었다. 모두가 반가웠다. 얼마 만에 보는 얼굴들인가?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가 재롱떠는 모습을 보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어느덧 저녁기도 모실 시간이 됐다. 아이에게는 “기도 모시고 올게.” 하고 작은 방으로 들어가 방을 닦고 기도상을 차린 뒤 집사람과 같이 시립해 있었다. 둘째를 가져 몸도 무거울 텐데 기도를 모신다고 한다. 조금 있으니 “아빠! 백초도 기도 모실래요.”라며 뛰어 들어온다. 자기도 같이 모시고 싶다고 하니 참으로 기특하고 예뻤다. 온 가족이 같이 기도를 모신다는 마음에 설레고 기뻤다. “그래. 그럼 백초는 오른쪽에 가서 면수하고 가만히 서 있어.” 하고 초에 불을 붙이고 향을 피웠다. 부복, 법좌, 주문봉송 …, 아이가 벌써 이렇게 커서 상제님께 정성을 드릴 수 있다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이것이 도 닦는 맛이 아닐까’ 하며 주문을 읽었다.

  그러나 이런 기쁨도 잠시 기도주가 끝나고 진법주에 들어가자 아이가 내 품에 들어왔다가 다시 일어나 엄마 품으로 갔다. ‘그러면 그렇지 얌전히 있을 리가 없지’ 웃음이 나다가도 이내 불안하기도 했다. ‘혹시 불장난이나 하지 않을까?’ 아이는 엄마 품에서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방바닥에 있는 파리를 봤다. 방바닥을 내리쳐 파리가 도망가자 이번에는 벽에 걸린 거울 앞으로 갔다. 자기 얼굴을 요리조리 비쳐보고 여러 가지 표정도 지어보았다. 아이 엄마가 백초를 끌어다 앉히면 또 일어선다. 그러자 이번에는 초 앞으로 갔다. 후~ 후~ 입 바람을 분다. 꺼질라 말라 불안하기도 하고 웃음도 난다. 모든 것이 호기심 대상이다. 이렇게 되니 제대로 기도 모시기가 어려웠다. 집중이 안 된다. 아이를 끌어다가 앉히면 다시 일어나 돌아다닌다. 인상을 찌푸리면 아이는 물끄러미 쳐다본다. 기도에 집중이 안 됐다. 눈을 감으면 또 불안감이 몰려온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혹시 촛불을 떨어뜨려 불이나 내지 않을까. 괜히 아이를 데리고 기도를 모셨나’하고 후회도 된다. 꽥~ 꽥~ 그때 갑자기 숨이 막혀온다. 아예 이번에는 뒤에서 목조르기까지 하는 것이다. 입으로는 주문을 하면서도 떼어 놓으려고 아이 손을 꼬집어버렸다. 너무 세게 꼬집었는지 엉엉 소리를 내며 울음보가 터졌다. 보다 못해 부인이 데리고 나갔다. 그래도 아이가 기도를 모시려고 했던 마음은 기특한데 내가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날도 딸아이가 사고를 쳤다. 이번에는 기도를 모시다가 기도방을 아예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밖에 시장 갔다 돌아왔는데 마침 딸아이가 자고 있었다. ‘아휴, 다행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기도를 모실 수 있겠구나.’ 기도상을 차리고 시립해 있으려니 애가 잠에서 깼는지 아빠를 찾는다. “아빠~ 아빠. 엄마, 아빠는 어디 가셨어요?” “응! 기도방에 기도 모시러 가셨단다.”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옷이 내복차림이었다. “내복차림으로는 안 돼. 기도를 모시려면 양말도 신고 바지도 입고 와야지.”라고 말하고 얼른 내쫓았다. 이내 뒤에서 “아빠, 기다려.”하면서 울먹거리며 재촉이다. 할 수 없이 옷을 잘 갖춰 입히고 “기도를 모시려면 끝까지 얌전하게 움직이지 말고 여기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돼.”라고 다짐을 받고 기도를 모셨다.

  주문봉송, 무극신 대도덕… 옆 눈으로 살짝 쳐다보니까 제법 진지하게 주문을 잘 읽고 있었다. 목소리도 또랑또랑 우렁찼다. 그런데 진법주에 들어가자 소리가 나지 않아 쳐다보니 거울 쪽으로 간 것이다. 오라고 눈짓을 해도 묵묵부답! 할 수 없이 주문을 했지만 불안해서 또 눈이 떠진다. 성냥통을 쏟아 놓고 탑 쌓기도 하고 성냥을 툭툭 치면서 불을 붙이려고 했다. 애를 끌어다가 옆에 앉혀도 잠깐 앉아 있더니 곧 향 통 옆으로 갔다. 후~ 후~ 앗! 저러면 안 되는데! 하지 말라고 인상을 찌푸려도 향 통에 더 가까이 얼굴을 대고 바람을 불었다. 결국 일을 저질렀다. 재가 날려 온방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이 얼굴도 범벅이 됐다. 기도를 더 이상 모실 수가 없었다. 순간 화가 불끈 치밀어 올랐으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아이의 묻은 재를 털어주고 내보냈다. 한참 방을 다 정리하고 밖으로 나와 천진난만한 애를 보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도인이 되어 어린애 앞에서도 화가 치밀어 올라오다니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전경』에 “넘어오는 간닢을 잘 삭혀 넘겨야 하느니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아직 수도가 덜 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네 살짜리 딸아이와 기도를 모실 수 있다는 것에 상제님께 감사를 드린다.

  지금은 큰 아이가 둘째에게 기도상 차리는 것을 가르쳐준다. 초를 꽂아주고 향도 빼주고 성냥도 놓고 물론 주문을 조금하고 밖에 나가기는 하지만. 주문이 끝나면 들어와서 “아빠! 나가주세요.” 하고 떠밀며 기도상을 치워준다. 어떻게 하나 보면 제법 잘한다. 참으로 기특하다. 사랑스런 우리 딸들 무럭무럭 잘 자라다오. 상제님의 덕화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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