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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8년(2008)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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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종교 갈등과 열린 종교

종교 갈등과 열린 종교

 

 

글 이한구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현실적인 영향력을 상실한 지금, 종교적 신념이 사회의 중심이념으로 떠오르고 있다. 컬럼비아대학의 마크 릴라 교수는 “21세기 국제정치 지형이 16세기 식 종교 논쟁으로 돌변했다”고 주장한다.

  세계화의 시대에 종교가 사회 중심이념으로 부상함에 따라, 앞으로 종교적 갈등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으며, 종교적 갈등의 해결이 인류의 최대 과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과 중동간의 뿌리 깊은 불신은 그 밑바닥에 기독교와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이념이 가로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부시는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십자군 전쟁을 언급했고,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에 테러를 감행하면서, “더럽고 타락한 서구 민주주의는 더 이상 알라 신이 바라는 세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럽연합도 동구의 기독교 국가들은 회원으로 받아주면서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수용은 주저하고 있다.

  정치와 종교가 손을 잡는 정치신학(political theology)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현대사회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원칙으로 한다. 이들이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종교의 권력화와 정치의 독선화를 막을 수 있었다.

  정치권력과 결합된 종교는 닫힌 종교이다. 닫힌 종교는 집단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폐쇄적으로 똘똘 뭉친, 배타적이고, 전투적인 종교이다. 닫힌 종교를 기반으로 하여 닫힌 사회가 나타난다. 권력화된 종교는 자유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협이 된다.

  닫힌 종교에 대립하는 것이 열린 종교이다. 열린 종교는 인류 전체를 포용하는 사랑의 종교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열린 종교의 특성을 신비주의라고 규정한다. 신비주의는 개개인이 절대자와의 직접적이고 내면적인 합일을 추구하는 사상이다. 신비주의에 의하면 이러한 합일은 단순히 합리적 추론이나 계율의 실천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는 없고, 초이성적 명상이나 직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합일은 많은 경우 금욕적 태도를 요구하기도 한다.

  신비주의는 인간이 종교를 추구할 때부터 있었다고 할 수 있으며, 모든 종교는 나름대로의 신비주의 색채를 띠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각 종교의 신비주의가 구별되는 것은 궁극적 실재인 절대자의 특성과 합일을 가능하게 하는 인지능력과 실천을 각각 다르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르그송은 여러 종교의 신비주의 중에서도 완전한 신비주의는 기독교신비주의뿐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완전한 신비주의는 실천이요, 창조요, 사랑인데, 다른 여타 종교의 신비주의는 이런 특성들을 부분적으로만 갖추고 있거나 아예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리스의 신비주의는 인간적 의지와 신적인 의지가 일치되는 지점까지 나아가지 못했으며, 그 결과 사랑의 실천에까지 연결되지 못했다. 힌두교와 불교의 신비주의는 염세주의가 너무나 강력하여 자비를 권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나는 베르그송의 닫힌 종교와 열린 종교의 구분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신비주의를 지나치게 기독교 중심으로 해석하지 않았는가하는 의문과 함께, 열린 종교와 신비주의의 동일시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다. 열린 종교는 인종과 국경을 넘어서는 사랑의 종교일 뿐만 아니라, 다른 고등 종교에 대해서도 관용의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말하자면 합일의 체험에 이르는 다른 길을 주장하는 다른 고등 종교의 가치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신비주의는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광신주의의 길로 나갈 수도 있다.

  광신주의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교설은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으로 믿으면서, 다른 교설은 일체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면서, 자신이 믿는 교설만이 선이며, 이 이외의 다른 모든 교설은 악이라고 본다. 여기서는 관용과 타협과 공존이 허용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광신주의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다른 사람을 개종시켜야 한다고 믿고 있다. 역사상 많은 전쟁들이 광신주의자들에 의해 성스런 신들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십자가와 초승달의 수 백 년에 걸친 전쟁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금도 광신적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무수한 생명들이 희생되고 있다.

  광신주의는 어떤 상황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종교적 갈등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모든 종교가 광신주의를 극복하고 관용의 열린 종교로 나아가야 한다.

 

 

 

 

이한구 (현 성균관대학교 철학 교수)

ㆍ한국분석철학학회, 철학연구회 및 한국철학회 회장 역임
ㆍ열암학술상 및 서우철학상 수상
ㆍ주요저서에는 『역사주의와 역사철학』, 『지식의 성장』 등이 있고
ㆍ주요 역서로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 I』,『추측과 논박 I·II』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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