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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4년(2024)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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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결혼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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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산문 가작


결혼은 지옥이다



금릉1-13 방면 정리 한우영




  나는 결혼한 지 8년 되었다. 나에게 있어서 결혼은 지옥이었다. 나와 너무도 다른 성격의 아내를 만나서 말할 수 없는 문화충격을 받았다. 하나에서 열까지 나와는 너무나도 사고방식이 달랐다. 처음에는 아내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이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했지만, 이미 아기가 생기고 말았다. ‘그래! 아기가 태어나면 좀 정상이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아내는 더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되어 가고 있었다.
  고부갈등에 나만 보면 못 죽여서 안달이 났고 종일 했던 말을 또 하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잔소리를 계속 반복적으로 녹음기 틀어놓은 것처럼 하는데, 사람을 미치게 했다. 오히려 선각분의 꾸중이 다정하게 들릴 정도였다.
  처음에는 선각분을 많이 원망했다. 왜 이런 정서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을 소개해서 내 인생을 망쳐놨냐고. 수반 교화하고, 포덕하고, 치성 모시고 도의 일을 하고 나면 집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재충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 가면 오히려 평소의 몇 배 이상으로 잔소리를 들으니까 극도로 스트레스가 쌓여서 집에 가고 싶지 않아 이리저리 배회하면서 계속 아내에 대한 불평을 해댔다.
  아내가 내 수도를 방해하는 존재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왜냐하면 꼭 중요한 교화가 있거나 중요한 수반을 만나야 할 때는 어김없이 전화해서 알아듣기 어려운 잔소리를 1시간 이상 해댔기 때문이다. 나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관에 봉착했다. 그때 문득 머릿속에서 상제님 말씀이 떠올랐다.
  “자고로 화복이라 하나니 이것은 복보다 화를 먼저 겪는다는 말이니 당하는 화를 견디어 잘 받아 넘겨야 복이 이르느니라.”
  그렇다. 내가 아내를 만난 것은 알고 보면 상제님께서 주신 크나큰 복인데 복을 복인지 모르고 화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날부터 아내의 그 알아듣기 어려운 잔소리가 무슨 뜻인지 귀 기울여보기 시작했다.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집중해서 이게 무슨 말인지 해석했다.
  처음에는 한국말인데도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어서 몇 번이고 다시 얘기해보라고 했는데, 2년 정도 같은 얘기를 듣다 보니 그 뜻을 해석할 수 있었다. 그 해석은 이러했다. 당신은 부인에게 관심도 없고 부인을 아낄 줄도 모르고 자기 자식밖에 없고, 자기 부모밖에 모르는 마마보이고, 자식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기만 하는 어리석은 남편이자 아버지이고, 가정에서 뭐가 우선인지 분간도 못 하는 멍청한 인간이다.
  사실 이 말을 못 알아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나 스스로는 훌륭한 남편이며, 자상한 아버지이고, 부모를 잘 모시는 효자라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나는 자존자만에 빠져서 나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객관적으로 분간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잘하는 나에게 잔소리하고 훌륭한 나를 무시하는 아내 정신에 문제가 있다며 비난했다.
  분명히 원인 없는 결과가 없는데, 아내가 이렇게까지 나에게 반복적으로 하소연하듯이 얘기하는 것은 나에게 어떤 문제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조건 왜 저러냐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의 심정을 느껴보려고 하는 공감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게 되었다.
  그때부터 아내의 입장에 서서 얘기를 귀담아듣기 시작했고, 그러는 사이에 정말 내가 아내였어도 통탄할 심정이었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정말 나는 상대방의 고통을 공감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수칙에도 부부화목하여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라고 했다.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부부가 화목한 것이 우선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유교적인 관습에 물들어 아내보다는 피가 섞인 내 부모 내 자식을 더 우선시했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아내는 굉장히 오랜 세월 소외된 채 살아왔다. 그런 소외된 심정을 나에게 수년간 하소연해왔지만, 그 심정을 전혀 알아주지 않고 오히려 정신이상자라고 매도하기까지 한 나야말로 진정한 소시오패스이며 정신병자였다.
  선천 동안 가장 한이 많이 맺힌 존재는 바로 부인이자 며느리라고 생각한다. 결혼하면 친정에도 못 가고 시부모에게 구박당하고 그 와중에 남편이라는 인간은 부인을 위로하기는커녕 시부모에게 똑바로 하라고 하면서 타박까지 하고…. 결국 그 누구도 부인이자 며느리의 편은 없었다.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고 원한이 맺혀서 죽은 수많은 며느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드디어 해원시대를 맞이하여 그 며느리도 해원을 해야 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나는 또 아내에게 나 대신 시부모에게 성심껏 효도하기를 바라고 집에 와서는 아내를 뒷전으로 하고 자식이랑만 희희낙락하면서 대접받으려고만 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말로만 해원상생으로 수도한다고 하고 실제는 선천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 사고를 버리지 못한 채 계속 악습을 고수해왔다. 아직 짧은 결혼 생활을 하고 있어서 잘은 모르지만,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남편도 자식도 아닌 아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가정을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것 하나라도 아내와 먼저 상의해서 아내가 원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했길래 배우자가 저런 말과 행동을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결혼은 나에게 있어서 지옥이었던 적도 있지만, 그것은 아내 때문이 아니라 나의 고치지 못한 선천의 악습이 내 삶을 지옥으로 만들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결혼을 통해서 나의 셀 수도 없는 선천의 악습을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나는 나의 아내를 누구보다도 고마운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만약 결혼해서 자식을 낳지 않았다면 이 악습을 어떻게 고칠 수 있었을까? 역시 나라는 인간은 어리석어서 오지게 겪지 않고서는 깨달을 수 없는가 보다. 말은 쉽지만, 가장 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부부화목인 것이다.
  “부인! 앞으로도 저에게 선천의 악습이 보이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반드시 고쳐서 상제님께서 쓰실 수 있는 도통군자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사랑하고 너무 감사합니다. 이 은혜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후천오만년 영원히 함께하고 싶습니다. 꼭 같이 도통받고 후천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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