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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4년(2024)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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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는 풍경 : 부부 화목의 실천, 존중

부부 화목의 실천, 존중



교무부 이정만



▲ 화조도(花鳥圖) 8폭 병풍: 꽃ㆍ나무ㆍ새 등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8폭의 병풍이며, 꽃나무와 어우러진 암수 새들의 모습을 다정하게 표현하여 부부간의 화목을 염원하고 있다.(이 설명은 문화재청 홈페이지 내용 인용한 것임),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도전님께서도 “가정화목이 수도의 근본이다. … 가정화합이 안 되면 운수를 못 받고 도통을 못 받는다.”01라고 말씀하시면서 도인들이 수도 과정에서 가정화목을 이루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하셨다. 가정이 화목하려면 그 주체가 되는 부부간의 화목이 특히 중요하다. 오늘날 부부 중심의 핵가족 사회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누구나 이러한 점을 알고는 있지만, 화목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부부간의 불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배우자를 존중하는 자세의 결핍이라 볼 수 있다.02 그래서 부부 화목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도의 해원상생 진리를 실현하기 위한 ‘존중의 자세’가 더욱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부부 사이에 있어서 존중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의 일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퇴계 이황은 두 번 결혼했다. 첫 번째 부인이 두 아들을 낳고 산후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나이 서른에 안동 권 씨와 재혼했다. 그런데 그녀는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전승에는 당시 안동으로 귀양 온 권 씨의 아버지 권질이 퇴계 이황을 찾아와, “과년한 딸이 정신이 혼미하여 아직 출가하지 못했다”라며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한다. 그리고 퇴계는 이를 거리낌 없이 승낙했다. 조선 성리학의 종주답게, 아무리 상대방에게 부족한 면이 있다 할지라도, 철저히 예로써 대한 것이다.
  그렇게 두 번째 부인과 결혼한 후, 한번은 온 식구가 분주하게 제사상을 차리던 때였다. 그만 상 위에서 배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권 씨는 그것을 집어 치마 속에 감추었다. 퇴계의 큰형수가 그것을 보고 권 씨를 나무랐다. 방안에 있던 퇴계는 그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와, 아내 대신 사과했다. 그리고 얼마 후 퇴계는 아내 권 씨를 따로 불러 그와 같은 행동의 연유를 물었고, 권 씨가 그저 “먹고 싶어서”라고 답하자, 그 배를 손수 깎아 주었다고 한다.
  또 하루는 권 씨가 흰 두루마기를 다림질하다가 조금 태우고는 붉은 천을 덧대 기웠다. 그걸 입고 외출한 퇴계를 사람들은 경망스럽다며 탓했다. 그럼에도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모르는 소리들 말게. 붉은색은 잡귀를 쫓고 복을 부르는 것이라네. 우리 부인이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기라고 해준 것인데 어찌 이상하단 말인가.”
03



  이 일화는 퇴계 이황과 그의 부인 권 씨 사이에 있었던 일로 퇴계가 아내를 얼마나 존중했는가를 알 수 있는 이야기다. 퇴계 이황은 학문의 경지가 높은 데다가 어진 성품까지 갖춘 사람이었다. 그런 그였지만 아내가 예에 어긋난 여러 가지 행동을 했을 때 그 심정이 얼마나 괴롭고 난처하였겠는가. 하지만 그때마다 퇴계는 아내를 나무라거나 홀대하지 않고 오히려 아내에 대한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고 대인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퇴계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는 부부 화목의 조건은 먼저 배우자와 소통하고 이해하는 마음이다. 보통 부부 중에 한 사람이 실수하거나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면 그 배우자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에 앞서 무작정 화부터 내거나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퇴계는 아내가 제사 준비 과정에서 실수했을 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 아내를 따로 불러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면서 소통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아내를 이해하려고 했다. 이처럼 존중은 소통을 통해 배우자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다음으로는 배우자를 배려하는 마음이다. 퇴계가 붉은 천을 덧댄 흰 두루마기를 입고 나갔을 때 남들이 비웃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퇴계가 당대의 이름난 성리학자이고 예의 대가로 알려졌던 인물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도 퇴계가 그 옷을 입고 나갔던 행동은 아내의 정성을 무시하지 않으려는 퇴계의 배려심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아내가 손질해 준 옷을 입은 퇴계를 남들이 경망스럽다고 했을 때 그가 아내의 실수를 재치로 감싸주는 행동은 아내를 존중하는 퇴계의 진정성을 한층 더 느끼게 한다.
  퇴계가 아내를 존중하는 마음은 그가 이제 막 혼례식을 올린 손자 이안도(李安道, 1541~1584)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더 분명히 나타난다. 그 편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부란 인륜의 시작이요 만복의 근원이란다. 지극히 친근한 사이이기는 하지만, 또한 지극히 바르고 조심해야 하지. 그래서 군자의 도는 부부에서 시작된다고 하는 거란다. 허나 세상 사람들은 부부간에 서로 예를 갖추어 공경해야 하는 것을 싹 잊어버리고, 너무 가깝게만 지내다가 마침내는 서로 깔보고 업신여기는 지경에 이르고 말지. 이 모두 서로 손님처럼 공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거란다.”04 이처럼 퇴계는 부부란 서로 예를 갖추어 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손님처럼 서로 존중하고 공경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부부가 화목하여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사는 가정이 많이 있지만, 부부 관계가 화목하지 못한 가정도 상당수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 화목한 관계를 이루지 못한 부부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 소중하게 맺어진 부부의 인연을 포기하고 이혼하거나, 불화로 인해 남남처럼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2022년 통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혼인 건수는 19만 2천 건이고 이혼 건수는 9만 3천 건으로 결혼 2건당 대략 이혼 1건에 해당할 정도의 높은 이혼율을 기록하고 있다.05 통계 자료에서 이혼 사유로 흔히 언급되는 것이 ‘성격 차이’다.



  그런데 부부 관계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존 가트맨(John Gottman, 1942~현재) 박사에 의하면, 이혼은 더 근본적으로는 부부 사이의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 등 부정적 싸움에서 비롯된다고 한다.06 이 4가지 항목들을 깊이 들여다보면 모두가 배우자에 대한 존중의 결핍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개인주의가 가속화되면서 서로에 대한 존중보다는 자기중심적으로 변해가는 추세가 가정에서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07
  우리 도의 수칙에 “부부 화목(夫婦和睦)하여 평화(平和)로운 가정(家庭)을 이룰 것이며”라는 내용이 있다. 수칙은 일상생활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으로 정해놓으신 규범이기에 운수와 도통을 바라는 도인들이라면 반드시 힘써 실천해야 하는 덕목이다. 이러한 부부 화목을 실천하기 위해선 도전님께서 말씀하신 “평화스러우려면 항상 서로가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도인이든 아니든,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모두 다 존경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연히 화목이 되고 화목이 오므로 평화로워진다.”08라는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말씀의 요지는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 화목을 이루기 위해서는 항상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물며 세상을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많은 인간관계 중에서 부모와 자식 관계 못지않게 친밀하면서도 귀중한 관계인 부부 관계에서는 더욱 존중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 우리나라는 부부 중심의 핵가족화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가정 내에서 부부간의 화목에 더욱 관심을 가질 때이다.09 요즘처럼 복잡하고 바쁜 일상에서 살다 보면 자칫 부부간에 지켜야 할 예를 소홀히 하거나 망각하기가 쉽다. 그럴 때 퇴계의 일화처럼 배우자를 존중하여 예로써 공경해야 함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01 「도전님 훈시」(1992. 2. 8).
02 최성애, 『최성애 박사의 행복 수업』 (서울: 해냄출판사, 2012), p.27; 강희숙ㆍ양정옥, 「이혼위기에 처한 부부들의 부부갈등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 『한국가족치료학회지』 20 (2012), p.185 참고.
03 정창권, 「서로 배려하고 존중했던 조선시대 부부간의 예의」(2020. 6. 29), 문화재청 홈페이지.
04 『퇴계선생문집』 권40, 「손자 안도(安道)에게 주다[與安道孫]」. 이에 대한 해석은 ‘정창권, 「조선시대 부부들의 사랑관」, 『문명연지』 15 (2014), p.56’ 참고.
05 통계청 홈페이지, 「2022년 혼인ㆍ이혼 통계」 (2023. 3. 16).
06 최성애, 앞의 책, p.27 참고.
07 윤성문, 「불교적 관점에서 본 부부간의 윤리와 이혼문제」, 『동아시아불교문화』 20 (2014), pp.578-579 참고.
08 「도전님 훈시」(1993. 1. 28).
09 박혜인, 「산업화와 가족생활: 가족연구의 실천적 지평을 위한 일고찰」, 『대한가정학회』 26(4) (1988), pp.204-206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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