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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5년(2015)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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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문 : 배추벌레가 나나니벌로 변하는 이야기

배추벌레가 나나니벌로 변하는 이야기
 
 
 

글 교무부
 
 
 
 
  계미년(1523) 여름에 내가 어머니 상(喪)을 당하여 상중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낮, 날씨는 어두컴컴한 데 앉았노라니 무엇인가가 뜰로 날아들었다. 모양은 벌과 같은데 조금 작고 ‘욍 윙’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날아다녔다. 이상해서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무슨 벌레인지 얼른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두 다리로 진흙을 뭉쳐서 어디론가 날아가더니 또 다시 와서 그렇게 하기를 종일 하는 것이었다.
  이에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가서 저것이 무슨 벌레이며 뭉쳐간 진흙으로 무얼 하는지 살펴보고 오너라.” 하였다. 아이가 살펴보고 와서는 벽 틈 사이에다가 그 진흙으로 집을 짓더라고 하였다.
  며칠 후에 또 아이에게 “가서 그 벌레가 죽었는지 아니면 다른 벌레로 변했는지 살펴보고 또 무슨 이유로 그전처럼 날아오지 않는지 살펴보고 오너라.” 하였더니,  아이가 가서 살펴보고 와서는, “그 벌레가 이제는 진흙을 나르지 아니하고 어디
론가 날아가서 벌레를 한 마리 물어 와 집에다 넣어놓고는 ‘웅 웅’ 소리를 내며 날개를 비벼댔습니다. 그게 무슨 벌레인지 모르지만 참 이상도 합니다.” 하였다.
  이에 내가, “그것은 바로 나나니벌이고 그가 물어온 벌레는 배추벌레다. 나나니벌은 다른 벌레를 자기와 유사하게 변화시킬 줄을 아는 벌레이다.” 했더니 아이가, “그렇다면 변화하는 벌레가 있단 말입니까?” 하였다.
  내가 “그렇단다. 장자(莊子)도 거기에 대해 언급하였다마는 네가 어려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 주겠다. 때에 따라 변화하는 벌레가 있는데 『시경』에 나오는 8월의 여치, 9월의 베짱이, 10월의 메뚜기나 귀뚜라미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또 끊임없이 생성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벌레가 있다. 너도 누에 치는 것을 보았겠지. 누에는 고치를 만들고 고치 속에서는 번데기가 생겨나고 번데기는 다시 나방이 되며 나방이 교배한 후에는 알을 낳고 알에서는 다시 누에가 태어난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다른 벌레를 자신과 유사하게 변화시킬 줄 아는 벌레는 오직 나나니벌뿐이란다.” 하니, 아이가, “벌레는 벌레이니까 그럴 수 있겠습니다만 사람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하였다.
  내가 “좋은 질문이다. 공자(孔子)는 노나라 추(鄒)읍 사람의 자식으로 성자(聖者)였고, 안회(顔回)는 안로(顔路)의 자식으로 현자(賢者)였다. 그런데 공자는 남의 자식인 안회로 하여금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자기와 유사하게 하도록 하였으니, 이것도 역시 변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면서 사람을 변화시킨 일은 공자만이 할 수 있었다. 공자 이후에는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남에게 변화를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없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하였다.
 
 
이 이야기는 조선 중종조의 문신이었던 기제(企齋) 신광한(申光漢, 1484~1555)의 「과라화명령설(蜾蠃化螟蛉說)」01이라는 제목의 수필입니다. 그는 할아버지인 신숙주에게 수학하였고, 조광조 때에 신진사류로 등용되었다가 기묘사화로 삭직되었습니다. 이후 다시 등용되어 좌찬성에 올랐습니다. 문장에 능하고 필력이 뛰어났으며 문집으로 『기재집(企齋集)』과 소설 『기재기이(企齋記異)』를 남겼습니다.
  위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입니다. 나나니벌이 배추벌레를 잡아다 집에다 넣고 흙으로 밀봉한 뒤 나나니벌이 나를 닮으라고 “나나나나…” 하면서 기원하고 나면 일주일 뒤에는 배추벌레가 변하여 나나니벌 새끼가 집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시경』의 「소완(小宛)」편에 나나니벌이 등장하는데 주석에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나니벌은 땅벌이다. 벌과 닮았지만 허리가 가늘다. 뽕나무벌레를 잡아 나무 구멍에 업어다 놓는데 7일이 지나면 뽕나무 벌레가 변하여 나나니벌의 새끼가 된다.”02 중국 위진남북조시대 죽림칠현의 한사람인 유령(劉伶, 221~ 300)의 「주덕송(酒德頌)」에도 나나니벌이 나오는데 그 주석에도  “(나나니벌이 뽕나무벌레를) 숨겨두고 기르며 ‘나를 닮기를’ 하고 기원한다. 시간이 지나면 변해서 벌이 된다.”03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배추벌레나 뽕나무벌레가 나나니벌로 변하기라도 한 것일까요? 이에 대하여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은 그의 저서 『관물편(觀物篇)』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나나니벌이 우리 집에 벌집을 만들었는데 나중에 들어내서 안을 보니, 벌집 안에 벌레들을 채워 넣고 그 사이에 알을 까두었다. 알은 구더기 같은 모양으로 자라며, 벌레들을 먹고 자라 벌이 된다. 이를 보고야 알았다. 나나니벌이 다른 벌레를 자식 삼아 키우면서 ‘나를 닮기를’ 하고 기원한다는 말이 근거 없는 소리라는 것을. 한나라 이후로 이러한 설이 전해 내려왔는데 사람들은 모두 이 설을 근거로 삼아 진짜 그렇다고 믿었다. 이것이 실상이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어느 것이 참으로 옳고 그른지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판단해서는 안 되며, 한쪽 말만 듣고 무시해서도 안 되는데 이러한 경우가 많다.”04
  나나니벌은 구멍벌과의 곤충으로 7~8월경에 땅에 작은 구멍의 굴을 파서 집을 짓고 곤충이나 애벌레를 사냥하여 먹이로 하다가 번식기에는 애벌레나 곤충을 침으로 찔러 마비시키고 알을 하나 낳고 알에서 깨어난 나나니벌이 배추벌레를 먹이삼아 자라서 일정시간이 지나면 굴 안에는 배추벌레는 없고 나나니벌이 한 마리 나옵니다. 이것을 옛 사람들은 배추벌레가 변하여 나나니벌이 되었다고 오해하였던 것입니다. 프랑스의 곤충학자 파브르(Fabre, 1823~1915)의 『파브르 곤충기』에는 나나니벌의 이러한 생태가 정확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비록 오해이기는 해도 세간에는 나나니벌이 무슨 벌레든지 잡아다 놓고 나를 닮으라는 기도[類我之祝] 끝에 자신과 닮은 나나니벌로 변화시킨다는 교훈으로 윗사람이나 남을 가르치는 사람의 경계로 삼아왔습니다. 우리 도에서도 임원이 수반 도인을 대하는 것은 결국 나나니벌같이 “나 닮아라, 나 닮아라!”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수반 도인은 매사에 임원이나 선각의 언행을 보고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솔선수범하며 언어·행동·처사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도전님께서 말에서는 “말은 마음의 소리다. 말을 좋게 하여 덕이 되게 하여야 한다.”05 하셨고, 행동에서는 “행동은 마음의 자취다.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06 하셨으며, 처사에서는 “맡은 임무에 충실히 복무하고 지시를 받았을 때는 지체 없이 수행하는 것이 바른 처사이다.”07라고 하셨습니다.
  말을 할 때는 언덕을 잘 가질 것을 생각해야 하고, 행동은 일동일정(一動一靜)을 법례(法禮)에 합당하고 도리(道理)에 알맞게 해야 하며, 일 처리는 신속 정확하게 하여 믿음직스럽게 하여야 합니다. 언어·행동·처사는 인품 수양의 3대 요강이니 범사에 성·경·신을 지극히 하여 언어에서 정성, 행동에서 공경, 처사에서 믿음을 돈독하게 해야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ㆍ민족문화추진위원회 편, 『한국문집총간 22』, 서울: 경인문화사, 2005.
ㆍ장 앙리 파브르 저, 『파브르 곤충기 2』, 김진일 역, 서울: 현암사, 2006.
ㆍ이익 저, 『관물편』, 천광윤 역, 서울: 지만지, 2013.
 
 

01 배추벌레[螟蛉]가 나나니벌[蜾蠃]로 변하는 이야기.
02  蜾蠃, 土蜂也. 似蜂而小腰. 取桑蟲負之於木空中, 七日而化爲其子.
03 幽而養之,祝曰: ‘類我’ 久則化而成蜂蟲矣.
04 蜾蠃栖于室, 旣而發以驗之, 實虫於房, 種卵其間. 卵成如蛆, 食虫而蜂成. 於是知類我之祝者, 爲無據. 翁曰: 自漢以還, 此說流傳, 人皆據以爲信. 孰知夫實之不存有如是耶? 是非之眞, 不可以衆口斷, 不可以單辭棄, 多類此矣.
05 『대순지침』, p.46.
06 『대순지침』, p.47.
07  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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