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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3년(2013)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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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의 만남 : 범신론과 만유재신론

범신론과 만유재신론

 

 

연구원 김대현

 

 

 

  지난 시간에는 유신론과 이신론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 이론들과의 비교선상에서 범신론(汎神論)과 만유재신론(萬有在神論)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주제에 대해 간단히 복습해 보면 유신론(有神論)에서 신(神)은 세계를 창조한 인격적인 존재로 세계를 초월해서 존재하며 늘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신론(理神論)에서의 신은 이 세계를 창조하고 초월적인 곳에 존재하고 있지만 인격적인 존재가 아닌 비물질적이며 추상적인 지적(知的) 존재로서 세계를 창조만 했을 뿐, 창조 이후에는 이 세계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인간 위에 군림한 유신론의 신적 권위로부터 인간의 평등과 자유 그리고 주체성을 찾고, 인간을 둘러싼 자연 속에서 신을 지극히 객관적으로 통찰해보고자 했던 계몽주의의 이성적이며 과학적인 이념에 영향을 받은 이론인 것입니다.
  범신론은 근본적으로 유신론과 이신론과 대립하며 만유재신론은 범신론과 유신론을 종합하여 절충한 이론이라 할 수 있는데, 각 이론들이 서로 어떻게 차이를 보이는지 범신론과 만유재신론을 중심으로 이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범신론에서 정의하는 신은 곧 우주 만물입니다. 유신론과 이신론에서처럼 신이 인격적이거나 세계를 초월한 곳에 따로 존재해 있지 않습니다. 세계와 신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신이 현실 속에 드러난 모습이 바로 우주 만물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만물 하나하나가 신이 자신의 모습을 펼쳐 보인 결과입니다. 이러한 범신론의 이론에서 신과 만물은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가 아닌 존재와 그 존재 스스로의 드러난 모습의 관계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신과 만물에게는 창조자와 피조물 사이의 상대적 위계 관계가 없어지며, 따라서 창조자로서의 인격적 신도 생각할 수 없게 됩니다. 오로지 신은 만물 위에 군림하는 존재도 아니며 그저 만물 전체이며 만물 스스로인 것입니다.
  그래서 존재간의 위계가 수평화 되는 범신론은 유신론자들로부터 극단적인 무신론이라고 비난받으며 대립하게 됩니다. 이것은 한편으로 순수하게 종교적인 측면보다는 사회, 정치적인 면에서 이해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서양 중세의 봉건제에서 교황은 최고의 권력자였는데, 그 권력을 근거하고 있던 것이 유신론적 정통 신학이었습니다. 범신론은 그 신학, 즉 그 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론으로 당시 봉건제에 대항한 사회세력이 정통 신학의 이론을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에서 범신론을 내세웠던 것입니다. 당시 신의 대변자로서의 교회 권력에 대한 반발로 교회를 통하지 않고 바로 신과 통하려던 민중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범신론적 사상은 이미 고대 그리스나 인도에서 오래 전에 발전된 사상이었고 르네상스기의 그와 같은 사회 정치적인 상황에서 피지배계급의 입장 속에서 발현된 것입니다. 이것은 계몽주의 시기의 이신론의 배경과도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만유재신론01에서 신은 인격적 존재로서 우주 만물을 포괄하고 있으며 또한 만물에 내재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우주 만물에 초월해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신은 세계에 내재하면서도 세계보다 더 크고 위에 있는 존재라는 것인데, 이렇듯 만유재신론은 범신론과 유신론의 모순되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한꺼번에 종합하려고 한 이론입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신에 관한 이론은 크게 유신론과 이신론 그리고 범신론과 만유재신론으로 구분됩니다. 신을 우주만물의 창조자로 보고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구도에서 그 위계를 나누느냐 그렇지 않으면 신이 자기 스스로를 드러낸 모습이 곧 우주만물이며 우주만물이 곧 신이므로 그 위계가 없다고 보느냐에 따라 유신론과 범신론으로 나누어집니다. 이신론의 경우는 유신론처럼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구도는 인정하지만 신의 비인격성과 세계 창조 후의 신은 더 이상 세계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신권(神權)의 지배구도로부터 탈피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만유재신론은 신과 만물의 거리를 좁히면서도 세계에 대한 신의 인격적 신성(神聖)을 유지하고자 한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신에 대한 이론은 고대로부터의 순수한 사유에서 발전하여 사회 정치적인 배경 속에서 사회 계층의 지배구도에 따른 이론적 근거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순수한 신앙과 실천 수행 속에서는 종교적 견해의 차이를 두고 서로 주도권 다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만물의 존엄함이 신의 존엄함과 같음을 깨우치고 나아가 존재하는 모든 것 가운데서 신성을 발견하여 서로를 존귀하게 대하는 실천 수행의 자세야말로 이론적 다양성을 더 근원적인 곳에서 포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은 같은 종교적 울타리 안에서도 각자의 의식 속에 그리는 신의 이미지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수행과 깨달음의 깊이만큼 의식 속에 그리는 절대자의 깊이와 폭이 서로 다른 연유입니다. 따라서 신은 문자로 규정된 이론 속에서 밝혀지는 것이 아닌 그분이 전하시는 진리를 성경신(誠敬信)으로 실천하는 가운데 나 자신 안에서 밝아지는 것이며, 나아가 우주 만물 어디에서나 나와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01 만유내재신론, 세계내재신론, 범재신론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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