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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3년(2013)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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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야기 : (99) 총석정 시중호전설 - 은혜 갚은 게

(99) 총석정 시중호전설 - 은혜 갚은 게

 

글 교무부

 

  총석정에서 원산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리다 중간 정도에 이르면 동해 연안의 명승지인 시중호(侍中湖)가 나타난다. 시중호는 강원도 통천군 강동리와 송전리에 걸쳐 있는 호수로, 본래 바다가 육지 속으로 파고들어와 작은 만(灣)을 이룬 곳이 모래사장에 의해 만의 입구가 막히면서 형성된 석호(潟湖)이다. 동해와 낮은 사구(沙丘: 모래언덕)로 분리되어 있어 언뜻 보면 그대로 동해와 연결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천연호수의 대부분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인데, 특히 강릉 이북의 해안에는 이런 석호가 많이 발달해 있다.

 

▲ 정선, 『관동명승첩(關東名勝帖)』- 시중대(侍中臺)

 


  시중호는 둘레가 15㎞, 넓이 2.8㎢, 수심 3.4m 정도이며, 맑고 잔잔한 물결과 은빛 모래밭, 푸른 소나무밭이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여름이면 해당화의 붉은빛이 이곳 경치를 더욱 무르익게 하고, 가을이면 파란 하늘과 빨갛게 익어가는 고종감[古宗柿]01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호수에는 잉어, 붕어, 뱀장어, 황어, 초어를 비롯한 10여 종의 물고기와 새우, 게, 가막조개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이렇게 물고기가 풍부하고 호수 가운데서 샘물이 솟아나므로 겨울에도 잘 얼지 않아 철새들 특히 고니, 물오리, 도요새 들이 많이 날아든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히기도 하는 시중호의 남동쪽 언덕 위에는 시중대(侍中臺)라는 전각이 있다. 이곳에서 겸재 정선(鄭敾, 1676~1759)이 시중호의 풍광을 즐겨 그리곤 했는데,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일곱 개의 작은 섬이 보인다고 하여 칠보대(七寶臺)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조선 세조 때 강원도 감찰사로 있던 한명회(韓明澮, 1415~1487)가 여기서 연회를 벌이던 중 왕으로부터 우의정에 제수되었다는 기별을 받았다. 그가 한양으로 떠난 후 고을 사람들이 칠보대를 시중대로 고쳐 불렀는데 이것이 ‘시중호’의 유래가 되었다. 원래 시중(侍中)은 고려 시대의 관직명으로 조선의 우의정에 해당하는 벼슬이다.
  시중호 앞에는 돌섬과 솔섬을 비롯한 7개의 섬[일명 칠보도(七寶島)]이 점점이 떠 있어 더욱 절경을 이룬다. 근래에 새로 지은 시중대에 올라서면 잔잔한 호수와 바닷가 백사장, 그리고 바다에 떠 있는 7개의 섬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경포대(鏡浦臺)의 경치와 견줄만하다. 영조 때의 실학자 이중환(李重煥, 1690~1752)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영동 지역의 바닷가 풍경에 관해 언급하면서 삼일포와 경포대, 시중호의 세 호수가 호수와 산으로서는 첫째가는 경치라고 하였다. 『동국여지승람』 권45에서는 시중호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기록해 놓았다.

 

 

현(懸)의 북쪽 7리쯤에 있다. 긴 언덕이 있어 구불구불 동쪽으로 서리어 들어가니 삼면이 모두 큰 호수이다. 호수가 가득 차면 물굽이는 굽이쳐 돌고 밖으로는 큰 바다가 두른다. 작은 섬이 바닷속에 빽빽이 늘어선 것이 일곱 개 있으니 천도(穿島), 난도(卵島), 우도(芋島), 승도(僧島), 송도(松島), 석도(石島), 백도(白島)이다. 호수와 바다 사이에는 푸른 솔을 낀 길이 있다.

 

 

  이처럼 시중호는 삼면이 사철 푸른 소나무가 우거진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고 좁고 가는 백사장을 경계로 동쪽은 동해, 서쪽은 드넓은 호수를 형성하고 있다. 호수의 바닥에는 주로 두터운 감탕(곤죽처럼 된 진흙)이 4~5m 두께로 깔렸으나 바다 쪽에는 모래가 깔려 있다. 호숫가에서 바다까지의 거리는 약 300m이고 해수욕장과 진흙 온천장으로도 유명하다. 

 

▲ 시중대에서 바라본 시중호의 모습

 


  시중호의 감탕은 규산염, 칼슘, 마그네슘, 유화철 등 다양한 광물질과 아교질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기관지염과 신경통, 부인병, 외상 및 피부병 치료에 특효가 있다. 또한 검은 진흙을 몸에 바르는 진흙 온천은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시중호 인근에는 56만여 ㎡의 부지에 6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진흙치료연구소와 요양소가 있다. 연구소에서는 주로 진흙 추출액을 이용한 먹는 약과 주사약, 세척액 및 물리치료약 등을 개발하고, 요양소에서는 전신과 국소 찜질 및 감탕목욕법 등을 실시할 수 있는 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어 놓고 국내외의 많은 관광객과 요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한편 시중호의 감탕이 이처럼 치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널리 알려진 것과 관련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 시중호 근처의 어느 마을에 정갑이라고 하는 마음씨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집이 가난하여 매일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팔아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만 했다. 그래서 하루도 쉬지 못하고 산에 오르곤 했는데 나무를 지고 내려올 때면 늘 경치 좋은 시중호의 못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한참 동안 쉬어 가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호숫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정갑은 한 가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가 서 있는 가까운 곳에서 큰 게 한 마리와 왜가리가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가리는 기다란 부리로 게의 뒷등을 꽉 물어서 하늘로 오르려고 날개를 펄럭이며 몹시 소란을 피웠다. 게는 게대로 왜가리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호숫가의 풀줄기를 꼭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싸우는 데서 가까운 곳에 어미 게의 새끼인 듯한 자그마한 게들이 모여 어미가 왜가리에게 잡혀갈까 봐 몹시 안타까워하며 물가를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미 게는 왜가리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다리 힘을 잃은 채 점점 잡아당기는 대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더구나 물고 있던 풀뿌리까지 들썩거리며 뽑혀 나오자 어미 게의 처지는 몹시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던 정갑은 어미 게가 몹시 불쌍하게 느껴졌다. 비록 게라는 것이 물속에 사는 미물이지만 저도 새끼들을 키우며 잘 살고자 하는 것이지, 저런 심술궂은 놈의 밥이 되려고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왜가리는 남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자신의 힘만 믿고 그냥 주둥이를 휘저으며 게를 물어가려고 하였다.
  왜가리의 소행이 괘씸하게 여겨진 정갑은 마침내 작대기를 뽑아들고 힘껏 던졌다. 이제 막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왜가리는 한쪽 날개를 얻어맞고 게를 땅에 떨어뜨린 채 그 자리에 쓰러져 퍼덕거리다가 겨우 일어나 하늘로 잽싸게 도망쳤다. 죽을 고비에서 가까스로 구원된 게는 한동안 그 자리에 옴짝달싹 못하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정갑이 가까이 다가서는 것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린 듯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마치 무슨 감사를 표하듯 큰 눈을 연신 세웠다 눕혔다 하더니 이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 후 얼마간 세월이 흐른 뒤에도 정갑은 여전히 나무를 해서 이 호숫가를 지나다녔다. 하지만 자신이 다 죽게 된 게를 살려준 일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한번도 그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정갑에게 한 가지 좋지 못한 일이 생겼다. 어느 때부터인지 뼈마디가 쑤시고 팔다리가 저리면서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정갑은 자신이 매일 산을 오르내리며 몸을 너무 혹사한 탓이라는 생각이 들어 몇 번이나 자리에 누워보려고 했지만, 집안 형편이 여의치 못해 하루 이틀 참아가며 계속 나무를 하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정갑은 자신이 늘 쉬던 호숫가에 이르러 더 걸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온몸에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식히느라 옷을 벗어젖히고 오늘따라 유난히 쑤셔오는 팔다리를 주무르다가 그만 그 자리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정갑은 자신이 팔다리를 힘껏 저으며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는 꿈을 꾸다가 놀라서 잠에서 깨었다. 눈을 떠보니 하늘은 아직도 새파란데 해는 벌써 산 너머로 기울고 있었다. 저녁 햇살을 가득 안은 시중호는 가늘게 불어오는 바람결에 수없이 반짝거리는 잔물결을 일으키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호수가 참으로 아름답구나!” 잠시 시중호의 풍경에 정신이 팔렸던 정갑은 문득 가까운 물가에서 시선을 멈췄다.
  어찌 된 일인지 한 무리의 게들이 감탕을 한 입씩 물고 줄을 지어 물속에서 달려오고 있었고, 또 다른 무리는 물속을 향해 나는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그렇게 오가는 게들의 모습은 마치 경사스러운 일이 있어서 그런 것처럼 마냥 즐겁고 흥겨워 보였다. ‘허허, 저것들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지.’ 이런 생각을 하며 한참 동안 그들의 노는 모습을 바라보던 정갑은 자기도 모르게 상반신을 일으키다 깜짝 놀랐다. 비로소 그는 게들이 감탕을 물어다 자신의 온몸에 묻혀대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정갑은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다만 그가 머리를 대고 누웠던 곳에 큰 게 한 마리가 다리를 모으고 앉아서 자신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가만히 보니 이전에 자신이 구원해주었던 그 어미 게가 분명했다. 정갑이 이상한 생각이 들어 몸을 움직여 보았더니 그렇게 쑤시고 저리던 팔다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더니 역시 아픈 데가 하나도 없었다.
  게들은 정갑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자 일제히 앞발을 들고 춤추듯 그의 앞뒤를 맴돌다가 일제히 물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호수의 물로 몸을 깨끗이 씻은 정갑은 언제 아팠냐는 듯이 몸이 거뜬하고 기분이 상쾌해져서 마치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는 벗어놓았던 나뭇짐을 가뿐하게 지고 유쾌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물론 몸도 다시는 아프지 않았다.
  정갑이 이 신기한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었으나 누구도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마을에서 신경통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데려다 감탕을 발라주었더니 역시 그도 깨끗이 나았다. 그때부터 시중호의 감탕은 신경통에 특효약으로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되었다. 그 후 정갑은 자기가 쉬던 그 호숫가에 자그마한 집을 한 채 지어놓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정성껏 돌봐주며 오래오래 살았다고 한다.

 

 

 


01 고종감은 통천 지방의 특산물로서 다른 감보다 크고 즙이 많으며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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