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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3년(2013)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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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식당조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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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조를 다녀와서

 

 

중흥 1-12방면 교정 오현주

 

 

 

  추석 연휴 동안 도장 식당조를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가는 거라 설레였다. 도장의 맑고 신선한 공기와 명절 특유의 한가로움이 마치 시골 고향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도장에서 정성 드리는 건 다 공덕이 된다고 들었다. 단 며칠 동안 하는 거지만 하루 하더라도 1년처럼 하라는 담당 임원분의 얘기를 마음에 새기며 그리하겠노라고 내 자신에게 다짐했다.
  첫날 새벽 5시까지 식당으로 갔다. 식판 설거지 조를 맡았다. 먼저 사용한 식판을 받아 세제로 깨끗이 닦는다. 그다음 거품을 제거 한 후 다시 닦는다. 식기세척기에 넣는다. 나온 식판을 다시 식기건조기에 넣는다. 설거지는 총 4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예전에 일반식당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다. 그곳은 대충 세제 칠하고 세척기에 넣으면 끝인데 도장은 정말 정성껏 닦고 또 닦는다. 첫날은 합강에 중추절치성까지 드는 날이라 사람이 많이 왔다. 그래서 저녁에만 식판을 최소 600개 이상은 닦은 것 같다. 허리가 아팠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심신은 더 맑아지고 개운했다.
  다음 날은 손질된 도라지를 자르는 작업을 하는데 깜짝 놀랐다. 전날에 작업한 것 치곤 도라지의 털까지 깔끔하게 손질된 걸 보고 감탄했다. 세심한 정성이 온 몸으로 느껴지니 자르는 나도 털 하나라도 떨어져 나갈까 조심했다. 도장에선 모든 작업에 정성에 또 정성을 들인다. 농사짓는 일도 도인의 정성으로 가꿔지고 식당에 운반되어 작업하는 일 역시 심고에 또 심고를 드리며 손질한다. 행여나 작업하다 다치면, 내가 마음을 잘못 먹었나? 먼저 자신을 반성하고 돌이켜본다. 음식을 조리하는 도인 또한 마음을 쓰고, 그것을 먹는 도인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 다 쓴 식판을 받을 때마다 드신 분도 ‘감사하다’, ‘잘 먹었다’, ‘수고 많다’, 하시고 인사를 받는 우리 또한 감사하다며 서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주고 받는다.
  음식물 쓰레기 또한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사회 사람들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도인들은 음식을 안 남긴다는 것이다. 쌀 한 톨에도 농부의 손길이 88번 간다고 해서 쌀 미(米)가 이렇게 쓰인다고 하는데, 음식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걸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 도인이다. 이렇게 모든 과정이 정성의 기운으로 충만하니 몸이 건강해질 수 밖에 없다.
  작년에 6개월 동안 도장 수호를 섰었다. 반년동안 도장의 건강한 음식을 먹으니 정말 피부도 좋아지고 비만이었던 체중이 12kg이 빠졌었다. 도장에서 잠깐 외출을 나와 편의점의 햄버거를 사먹었던 경험이 있다. 그렇게 좋아했던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자마자 화학성분이 느껴지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왕 샀는거 버리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겨우 먹었다. 난 특히 도장의 간장과 된장을 참 좋아한다. 수년 동안 삭힌, 발효의 결정체! 위장도 좋아지고, 먹는 즉시 온몸이 좋아하며 받아드려지는 게 느껴진다. 경험을 통해 도장 음식 예찬론자가 된 것이다.
  또 식당 종사원분들께서는 우리가 작업 할 때마다 말씀하신다. “내가 먹기 싫으면 남도 먹기 싫으니, 내가 먹는다는 마음으로 하세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다시 마음을 추스르며 칼로 써는 것도 더 예쁘게, 다듬는 것도 더 정성껏 한다.
  이번엔 유달리 고기 발라내는 작업을 많이 했다. 생고기부터 익은 고기, 쇠고기에서 돼지고기, 살코기에서 내장까지 단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생고기에서 기름을 떼어내는 작업을 했는데 버릴 기름에 살코기가 붙어 있으면 절대로 안 되는 일이었다. 종사원 임원분의 시선이 우리가 작업한 기름에 예리하게 스친다. 순간 떨렸다. 다행이 섬세하게 작업한 끝에 통과 되었다. 깨끗이 손질되어 익힌 내장도 단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어떤 내수분은 처음엔 어떻게 먹냐고 소리를 지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잘 웃으며 먹는다. 고기를 손질하고 남은 뼈는 며칠 동안 삶아 사골국을 만들었다. 그 국에 빠져있는 뼈를 건져내어 살을 발라내는 작업을 했다. 여러 명이 달라 들어 뼈에 붙은 살점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럴 때 보면 내수가 아닌 것 같다. 그 강렬한 눈빛과 손힘은 정말 외수 같았다. 뜨겁게 김이 오른 고기를 소금에 찍어먹는 맛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작업 할 땐 편의상 조를 나눈다. 앞설거지 조, 행주 조, 뒷설거지 조, 밥 조, 국 조, 찬 조, 홀 조. 그러나 자기 조가 한가하면 여지없이 바쁜 조에 가서 도와준다. 사회에선 내 일이 끝나면 남을 도와주지 않고 자기 쉬기 바쁜데 도인들은 그렇지 않다. 정말 우리 조가 바쁜데 웃으며 도와주는 손길은 가슴 절절이 고마움을 느낀다. 이번에도 많이 도움을 받았는데 그럴 때 마다 그분들이 신선, 선녀로 보인다. 나 또한 그러면서 배운다. ‘나도 다른 사람이 힘들고 어려울 때 도와줘야지’라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먹게 된다.
  4일 동안의 식당 조를 마쳤다. 아쉽지만 다른 교대자가 있어서 복귀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돌아가는 발길이 안 떨어질 정도로 너무 좋았다. 식당 조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렇게 정성껏, 소중하게 만들어지는 모든 음식과 그 음식이 있게끔 해주는 모든 도인들의 손길이 감사하다. 그 음식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도인들의 손길이 가는 지 직접 보았기에 더 감사하다. 상제님께서 나의 밥을 먹는 자라야 나의 일을 하여 준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상제님께서 주시는 밥은 그냥 밥이 아니다. 정성의 에너지가 가득 찬 밥이다. 그 에너지를 늘 먹으니 힘이 솟고 생기가 넘치고 상생의 기운이 도는 게 아닐까?
  요즘 들어 서점에서 유행하는 서적 중에 기운, 즉 에너지에 관련된 출판물이 많다. 자기계발서도 보면 내가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기운에 영향을 미치고, 어떤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다 내 마음에 달려있다고 한다. 남을 먼저 배려하면 나도 좋아지고 그러면 내가 더 행복하다고 한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나보다는 남을 생각하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런데 그 내용을 직접 실천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그것을 직접 실천하는 사람들이 도인이라고 말이다.
  대순진리는 멀리 있지 않다. 생활 속에 아주 가까이 있다. 늘 삼시세끼 먹는 밥부터 시작해서 모든 행동과 말속에 있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있다. 생활 속의 작은 부분부터 상생의 진리를 실천한다면, 그 에너지가 세상 끝까지 퍼져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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