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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나는 아줌마,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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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줌마, 오늘도 달린다

 

 

원평1-4 방면 선무 김나영

 

   2012년 5월 18일. 며칠간 준비한 마라톤 준비로 자신감을 얻기는 했지만, 이른 새벽 연습을 위해 집을 나선 나는 오늘도 살짝 고민을 했다. ‘이 나이에, 겨우 4일 연습하고 대회에 나가 꼴찌라도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걷지 않고 달려서 완주하는 것이 목표라지만 너무 주책을 떠는 거 아닐까?’
  거창한 마라톤 풀코스나 하프코스 정도가 아닌 겨우 5km 마라톤이지만 나에게는 정말이지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다. 2년 전에 했던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운수마당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따라가자는 굳은 각오로 여주도장 춘계체육대회 개최 4일 전에 끊임없는 마음의 갈등을 정리하고 5km 단축 마라톤 출전을 결심했다.

 

 

 


  아무리 5km라고는 하지만 마라톤은 마라톤이니 어떻게 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지, 평소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 용기를 내어 물어 보았다. 지인은 나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면서 초보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좋은 경기는 1킬로미터를 7분 정도에 뛰는 속도로 멈추지 않고 달리다가 마지막에 누군가 나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력질주를 하라는 것이었다. 과연 시간을 재어가며 연습을 해보니 1킬로미터를 7분에 달리는 것은 할만 했다. 그냥 막연히 빨리만 달리고자 하면 이내 숨이 차 중간에 결국 멈추게 되고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했었는데 지인의 조언으로 나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좀 더 빨리 연습에 들어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을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도장으로 향했다.
  도우들에게 마라톤 출전에 대한 언질을 하기는 했으나 모두들 흥겨운 응원에 흠뻑 취해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마라톤 경기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혼자 초조하게 준비를 하다가 출발 직전에 간신히 대열에 합류하고 보니 갑자기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외수들 사이에는 간간이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분들도 있었지만, 내수들의 경우는 달랐다. 모두들 팔팔한 20대로 보이는 것이었다. 둘러봐도 내 나이가 가장 많은 듯 했다. 순간 기가 죽었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과한 욕심을 냈나보다…. 이왕 마음먹고 출전한 거 연습한 대로 중간에 걷지 말고 달려서 완주라도 해보자. (심고를 간절히 드리면서) 아줌마, 화이팅!!!’
  드디어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시작하자마자 속도를 내어 달려 나가는 젊은 내수들을 보면서 또 다시 위축감이 밀려왔지만, 분위기에 휩싸이지 말고 내 스타일대로 달리자고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신축회관에서 일각문까지의 내리막길은 달릴만 했다. 바람도 제법 상쾌했고 도장 주변에서 풍겨오는 아카시아 향기가 기분 좋게 코를 자극했다. 기분에 취해 있다가 주변을 살펴보니 내 뒤에 따라오는 이는 거의 없는 게 아닌가! 아뿔싸! 좀 더 속도를 내어 강변까지 내리막길을 달리며 심고를 드렸다. 수반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또 지금 이 순간을 흐믓하게 지켜보실 조상선령신들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쉬지 않고 달렸다. 코스 중간에 준비된 물도 한 모금 들이 키고 반환점을 향해 강변 자전거길을 달리는데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가 낯설어 주변을 살펴보니 도로 주변에 토끼풀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토끼풀 꽃의 향기가 이렇게도 좋았었구나!’라고 생각하며 기분 좋은 뜀박질을 계속했다. 
  서서히 나를 마주해 지나쳐가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벌써 반환점을 돌아 도장으로 향하는 행렬이었다. 앞서가는 내수들도 꽤 많이 있었지만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라 초조하지는 않았다. 마음을 누그러뜨리며 반환점을 향해 달리는데 운동화 끈이 풀어져 버렸다. 출발 전에 신발끈을 다시 매지 않은 게 후회가 되었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인 것을…. 그냥 달릴까 하고 갈등하다가 남은 코스를 생각하며 잠시 멈추어 신발끈을 고쳐 맸다. 반환지점에서 손목에 도장을 찍고 돌아서니 돌아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그래도 반은 지났다고 위로하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 초반에 힘을 쓴 선수들이 서서히 지쳐가는 모습을 보였고 나는 그 옆을 여유 있게(?) 스쳐 지나갔다.
  강변의 자전거 도로를 지나 다시 도장 앞에 이르면서부터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내려올 때는 좋았는데 거슬러 올라가자니 숨이 차올랐다. 앞에 있는 내수만 따라잡자 마음먹고 달렸지만 멈추고 싶고 걷고 싶은 유혹이 너무나도 강하게 밀려왔다. 그래도 속도를 조금 늦추는 것으로 대신하고 달려 일각문 앞을 지나는데 갑자기 힘이 생겼다. 마치 조상선령신들이 모두 나오셔서 응원을 해 주시는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마지막 힘을 내어 신축회관을 지나 결승점을 향해 달렸다.

 

 


  서서히 출발했던 지점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껴둔 힘을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출발 전에 물어볼 걸.’ 하고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2년 전과 같이 운동장 한 바퀴는 돌 것이라 예상하고 마지막 힘을 남겨 놓았건만, 웬걸! 나의 판단은 빗나가고 말았다. 출발지점이었던 생활관 주차장이 곧 결승지점이었던 것이다.
  실망하며 ‘이럴 줄 알았으면 생활관에 들어서면서부터 전력질주 할 것을….’하고 후회하는 순간, 안내 하시는 분이 “아, 아쉽습니다. 11등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내수, 외수 각 10명씩만 시상을 하는 것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등수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그냥 달려서 완주를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막상 11등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너무 아쉽고 안타까웠다. 좀 더 힘을 낼 걸! 중간에 물을 한 번만 마실 걸! 운동화 끈을 출발 전에 미리 고쳐 맸어야 했는데…. 세부코스를 확인 하고 달려 마지막에 전력질주 할 지점이 어디인지를 체크했더라면 바로 내 앞의 내수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을 텐데…. 끊임없이 아쉬움이 밀려왔다.
  선각분들은 그래도 11등이 어디냐고 수고했다고 하셨지만 나는 지금도 그 때 그 순간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속상하여 주저앉아 울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여주도장 춘계체육대회가 끝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에 생각하니, 난 참 얻은 것이 많다. 2년 전 입도한 후 두 번째 참석한 도장 체육대회에서 이제 나도 이들과 동화될 수 있구나 하는 확신을 얻었고,(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때까지도 나는 한 발을 걸치고 있었다. 언제든지 뺄 수 있게 말이다. 말 그대로 주변인이었다) 그 확신의 기념으로 몸치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하나라도 참여하고 싶어 기회를 엿보다가 마지막 경기인 마라톤에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에 얼떨결에 뛰게 되었는데, 마음만 앞섰던 터라 걷는 시간이 달리는 시간보다 많아 다음에는 꼭 준비해서 제대로 경기에 참여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 약속을 2년  만에 지켜낸 것이었다.
  2년 사이에 내가 변화한 것이 있다면 평도인의 생활을 마감하고 선무 임명을 모셨다는 것과 이제 나도 40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얻은 것이 있다. 2년 전에도 그랬고 올해에도 그랬지만, 달리면서 너무 힘이 들어 수반이 같이 참여하면 힘이 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반 중에 육상선수 출신이 있어 언젠가는 꼭 그와 함께 마라톤 경기에 참여하고 싶다고 심고를 드리면서 달렸는데 얼마 전 그 수반을 만나 우연히 이러한 나의 경험과 바람을 이야기하자 아주 흔쾌히 내년 도장 체육대회에 참여하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함이 밀려왔다. 발복이라는 것이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상제님에 대한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던 마라톤 경기에 상제님께서는 내가 바라는 것 이상의 복을 내려주시고 계심을 요사이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세 아이의 엄마, 이젠 마라톤이 아니어도 1인 다역을 해내려니 아침부터 밤까지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녀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체육대회 마라톤 경기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이 결코 운수마당에까지 가지 않도록, 막연하고 느긋한 목표보다는 세부적이고 단계적으로 목표를 세워가며 수도에 임하고자 한다. 이젠 아무리 들어도 친숙한 아줌마의 호칭만큼 편안하고 푸근하게 수도를 해 나가고 싶다. 너무나도 특별했던 내 인생의 여정을 이젠 수도로 승화시켜 내기 위해 아줌마 도인인 나는 오늘도 당당하게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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