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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3년(2013)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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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야기 : (98) 총석정 죽섬(竹島)전설- 총석을 만들어 놓은 오누이

(98) 총석정 죽섬(竹島)전설 

  - 총석을 만들어 놓은 오누이

 

 

글 교무부

 

▲죽섬

 

 

  총석정구역의 최북단에 속하는 죽섬(竹島)는 통천군 자산리 앞바다 3km 해상에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섬이다. 원산에서 바닷길로 해금강을 찾아가거나 금강산 탐승을 마치고 배로 돌아올 때면 반드시 죽섬의 빼어난 절경과 마주하게 된다. 옛날부터 대나무가 많아 ‘죽섬[竹島]’이라 불렸고, 일찍이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한 화살과 궁을 만드는 데 이 섬의 대나무가 많이 사용된 적도 있었다.
  해금강의 한 줄기가 바닷속으로 수십 리 숨었다가 불쑥 솟아난 죽섬은, 금강산에서 멀리 나가 있는 전초병과 같은 작은 섬이다. 섬의 둘레는 1.3km이고 제일 높은 곳이 해발 41m이지만, 북·동쪽으로는 기둥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서 있고 서쪽 해변에는 모래사장이 발달해 있다. 죽섬은 자연지형의 특성상 금란굴, 총석정과 같은 총석(叢石) 다발로 이뤄진 섬이며, 푸른 비단 위에 하얀 병풍을 드리운 듯한 모습은 필설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그래서 예로부터 죽섬을 금강산 한복판에 옮겨놓아도 그에 견줄 만한 경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 인구(人口)에 회자되곤 하였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이보다 더 경치가 좋은 섬은 드물 것이다.
  통천군 자산리에서 뱃길로 3km 정도 가면 죽섬의 서남쪽 기슭에 닿을 수 있다. 이곳에서 완만하게 경사진 곳을 따라 오르면, 점차 모래층, 흙층이 나와서 온 산이 하나의 흙산이란 느낌을 준다. 예전에는 노송(老松)들이 우거져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소나무가 거의 없고 개두릅나무, 뽕나무 등의 활엽수가 드문드문 서 있고, 그 사이로 칡, 둥굴레, 은방울꽃, 갈대 등 수많은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삼 면이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인 섬의 정상에 오르면 동쪽에 우묵하게 패인 절벽이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죽섬의 절승경개가 한눈에 펼쳐진다. 수십 미터 높이의 다각형 돌기둥들이 부챗살을 오므린 것처럼 주름을 잡은 채 서서 둥근 만(灣)을 이루었고 그 밑에 원형 무대가 펼쳐져 있다. 여기에 서서 내려다보는 만의 경치는 아름답다 못해 숙연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바닥에는 반듯반듯하게 잘라 붙여놓은 듯한 타일 모양의 바위들이 고르게 깔렸는데, 이것이 마치 물속에 쇠그물을 펼쳐놓은 것 같다 하여 ‘철망석’이라 부른다. 작은 만의 한복판은 원형의 바다 못으로, 물색이 검은빛을 띠면서 푸르스름해서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만의 입구는 웬만한 배가 정박할 수 있을 만큼 넓어서 어선들이 풍랑이 심할 때면 이곳에 와서 피하기도 하고 낚시터로도 훌륭하다.
  섬의 서북쪽 기슭을 타고 가면 바닷가에 덩어리째 넘어져 와총(臥叢: 누운 총석)이 된 것이 있고, 서 있는 기둥들 가운데 오랜 비바람의 침식으로 밑동이 잘려나간 것, 꼭대기에 모자처럼 돌을 이고 있는 것 등 다양한 형태의 돌들이 수없이 많다. 바다가 고요한 날에는 섬의 북쪽에 있는 천연 굴에도 가까이 걸어갈 수 있지만 조금만 파도가 일어도 다가설 수 없다. 배를 타고 북쪽으로 섬을 돌아가면 장중하게 서 있는 총석들의 대열을 만날 수 있다. 150여 개의 입총(立叢)들이 흰빛을 뿌리며 20~30m 높이로 우뚝우뚝 줄지어 선 것이 동해의 푸른 물결과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다. 죽섬의 북쪽 벽과 동쪽 벽이 만나는 곳은 뱃머리처럼 뾰족하게 솟아 높이 40여 미터의 입총들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서 있다. 그 아래의 낭떠러지에 작은 두 개의 동굴이 있어 쪽배를 타고 들어가면 굴 안에도 역시 총석이 줄지어 서 있는데 바깥보다 면이 더 고르고 가지런하다. 그러니 죽섬은 온 섬이 하나의 총석다발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곳에 산들바람이 불어와서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면 수정 같은 바닥의 돌들이 푸른 물결 위에서 춤추고 죽섬에는 그 그림자들이 넘실거린다. 여기에 흰 갈매기들과 파랗고 빨간 바다오리들이 떼를 지어 날아들어 아름다운 죽섬의 풍치에 생기가 더해준다. 세계의 명산 금강산에서 어디인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겠으나, 해금강은 해금강 나름의 독특한 경치를 자랑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죽섬이 으뜸가는 절경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죽섬은 세월의 풍상이 조화를 부려 만들어 낸 총석이 자연과 어울려 아름답고 신비스런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해안과 죽섬의 총석들이 어느 힘센 장수가 고운 돌을 다듬어 울타리를 쳐놓을 때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 총석정의 죽섬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통천 지방의 어느 자그마한 마을에 착하고 총명한 오누이가 부모를 모시고 의좋게 살고 있었다. 집안이 몹시 가난하여 이들 오누이는 항상 바닷가에 나가 고기를 잡고 미역을 건져서 살림살이에 보태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왜구들이 바닷길로 이 지역에 쳐들어왔다. 오누이의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침략자들을 맞아 용감하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였고 어머니 또한 왜구의 손에 붙잡혀 희생되고 말았다. 이때 온 마을이 불타면서 의좋게 살아오던 오누이의 집안 살림도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었다.
  의지할 데 없는 천애고아가 된 오누이는 앞으로 살아갈 방도를 찾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배를 타고 저 바다로 들어오는 왜구를 막을 수 있을까 하는 것만 골똘히 생각하였다. 며칠 동안 바다를 유심히 지켜봤지만 아직 그들에게는 이렇다 할 뚜렷한 방책이 없었다. 당장 먹고 사는 일이 시급했던 오누이는 생각 끝에 이웃 마을의 지주 집 머슴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하지만 심술이 사납기로 유명했던 지주와 그 부인의 행패로 말미암아 오누이는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나무하기, 물 긷기, 아이 돌보기 등 온갖 허드렛일과 고된 일에 시달려야만 했다.
  오누이가 이런 고역 속에서 몇 해를 살아가던 어느 해 여름날이었다. 이날도 오누이는 아침 일찍 집을 떠나 깊은 산속으로 나무하러 갔다가 그곳에서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백발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 노인은 자기가 수십 년간 금강산에서 도를 닦은 사람이라고 하면서 오누이에게 용맹스런 힘과 도술을 부릴 수 있는 온갖 기예와 재주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였다.
  그때부터 오누이는 머슴살이하면서 틈틈이 산에 올라가 도사에게서 검술도 배우고 힘쓰며 재주를 부리는 여러 가지 방법을 배웠다. 그리하여 오누이의 힘과 재주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였고, 몇 해 지나서는 어떤 산과 바다도 옮겨놓을 수 있는 지혜와 용력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오누이는 도사에게서 배운 도술을 반드시 의로운 데만 쓰고 그렇지 않은 일에는 절대 사용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주가 오누이를 불러 바닷가에 돌로 성을 쌓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평소 그의 검은 속내를 익히 보아왔던 오누이는 이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비록 그것이 악독하기 그지없는 지주의 요구지만 이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면 반드시 바다로 들어오는 왜구들이 뭍에 오르지 못하게 철저히 방비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바닷가에 돌로 견고한 성을 쌓는다면 이는 곧 나라와 백성을 위한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였다.
  고심 끝에 석성(石城)을 쌓으러 바닷가로 나선 오누이는 이제 예전의 소년, 소녀가 아니었다. 무서운 힘과 비범한 재주를 갖춘 그들은 한달음에 큰 강을 뛰어넘을 수 있었고 아무리 큰 바위라도 손쉽게 굴리거나 딴 곳으로 옮겨놓을 수 있었다. 오누이는 궁리 끝에 큰 섬의 바위들을 잘 다듬어 바닷가에 석성을 쌓기로 하였다. 그래야 어떤 왜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고 천하명승 금강산의 자연미도 한층 돋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오빠가 앞바다에 있는 죽섬으로 건너가 큰 산을 허물어 육각형의 돌기둥을 쪼아냈고, 누이는 그 돌기둥을 하나씩 뭍으로 옮겨서 바닷가에 세웠다.
  이렇게 오누이가 석성을 쌓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섬에서 큰 바위들을 쪼아 총석을 만들고 있던 오빠는 수십 척의 배를 몰아 죽섬으로 밀려드는 왜구를 발견하였다. 적개심에 불탄 그가 생각할 사이도 없이 쟁기를 든 채 쏜살같이 배에 올라 왜구들을 들이치니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뭍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누이동생도 돌기둥을 내던지고 오빠가 싸우는 곳으로 달려가 왜구들을 무찔렀다. 바로 그때 검은 구름이 밀려오고 세찬 비바람과 함께 바다에서 사나운 풍랑이 일어 왜구들의 배가 모두 물속에 처박히고 말았다. 적들과 용감히 싸우던 오누이도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죽섬의 한쪽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 것은 당시 오빠가 산을 헐어 육각형의 돌기둥을 쪼아냈기 때문이며, 누이가 그 기둥들을 뭍으로 옮겨 세운 것이 바로 총석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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