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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9년(2009)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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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溫故知新) : 의관 대접

의관 대접

 

 

글 교무부

 

  어느 고을에 행세깨나 하는 부자가 살았다. 이 사람은 저보다 지체 높은 사람을 만나면 갖은 아양을 다 떨면서도 백성들을 보면 제 집 하인 다루듯 했다. 그러니 백성들 사이에 평판이 나빴다. 그런 소문이 원님 귀에까지 들어갔고, 원님은 언젠가 한번 버릇을 고쳐 주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그 부자가 환갑잔치를 하게 되었다. 행세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근방에 이름깨나 가진 사람들을 다 불렀으니 당연히 원님도 초대를 받게 되었다. 원님은 일부러 해진 중의적삼에 닳아빠진 짚신을 신고 머리에는 패랭이를 쓰고 혼자서 집안에 썩 들어갔다. 그리고는 대청에 갖가지 음식을 떡 벌어지게 차려 놓고 희희낙락하고 있는 부자 앞에 서서,

  “주인께서는 만수무강하십시오.”

  하고 축원을 했다. 부자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내려다보더니,

  “웬 백성이 함부로 지체 높은 양반 틈에 끼려 하느냐? 보아하니 술이나 한 잔 얻어먹으러 왔나 본데, 언감생심 마루에 오를 생각 말고 대문간에나 가서 기다려라.”

  하더니 하인을 불러서,

  “너희들은 대문을 지키지 않고 뭣들 하느냐? 저 비렁뱅이에게 술이나 한 잔 줘서 내쫓고, 앞으로는 잡인 단속을 단단히 하여라!”

  이러는구나. 원님은 그럴 줄 알았다 하며 선 채로 탁배기 한 잔 얻어 마시고 곧장 나왔다. 그러고는 부리나케 동헌으로 돌아와서, 제대로 차림새를 갖추었다. 관복을 차려 입고 사모 쓰고 목화 신고 사령들을 여럿 앞세워 위풍당당 하게 부잣집으로 찾아 갔다. 대문을 들어서자 부자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허리를 굽실굽실 온갖 아첨을 하며

  “아이고, 사또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납시다니, 어서 윗자리로 오르시지요.”

  한다. 마루에 오르니 진수성찬을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 놓고 이것저것 권한다.

  “사또, 차린 것은 없사오나 그저 많이 드옵소서.”

  원님은 아무 말 없이 주섬주섬 음식을 집어 그걸 입으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다짜고짜 관복 소매 속에도 집어넣고 허리춤에도 쑤셔 넣고 허리띠에도 끼워 넣는다.

  “아니, 사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십니까?”

  부자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데, 원님은 태연하게 그 짓을 되풀이하면서,

  “아, 이 음식을 어찌 내가 먹겠소? 의관 대접이니 의관에게 주는 것이 옳지.”

  “사또, 당치 않은 말씀입니다. 소생이 사또께 바치는 음식이지 어찌 의관을 보고 드리겠습니까?”

  “그래요? 그러면 아까 탁배기 한 잔 줘서 내쫓은 것도 내 행색을 보고 그런 게 아니라 나를 보고 그러신 게요?”

  하는 것이다. 그제야 부자가 사정을 알아차리고 사색이 되어 그저 죽을죄를 졌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상제님께서도 오직 마음을 볼 뿐이라 하셨다. 행여 우리도 눈에 보이는 것에 치우쳐 외면수습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ㆍ서정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1』, 현암사, 2006, pp.35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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