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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9년(2009)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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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종 : ‘9’의 상징적 의미

‘9’의 상징적 의미

 

 

글 연구위원 김광년

 

  예부터 사람들은 “언(言)은 의(意)를 다 나타내지 못한다.” 하여 신비한 수(數)에다 그들의 철학관과 우주관, 심리적 상태 등을 함축시켜 표현하곤 하였다. 우주의 신비를 세상에서 흔히 쓰는 언어로는 그 뜻을 다 나타낼 수 없었기 때문에 은유적이고 상징적 언어인 숫자를 통해 그것을 표현한 것이다. 특히 숫자 ‘9[九]’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신비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계가 혼란하여 도의 근원이 끊어지게 되니 원시의 모든 신성과 불과 보살이 회집하여 인류와 신명계의 이 겁액을 구천에 하소연하므로….(교운 1장 9절)

 

 

  …상제께서 대원사에서의 공부를 마치신 신축(辛丑)년 겨울에 창문에 종이를 바르지 않고 부엌에 불을 지피지 않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음식을 전폐하고 아흐렛 동안 천지공사를 시작하셨도다.….(공사 1장 1절)

 

 

  다시 말씀을 계속하시기를 “九년간 행하여 온 개벽공사를 천지에 확증하리라.”….(공사 3장 38절) 

 

 

  위에 제시된 것처럼 『전경』에는 숫자 9와 관련된 여러 구절들이 나온다. 교운 1장 9절에 나오는 구천(九天)에 대해 『요람』에서는 ‘삼계(三界)를 통찰하시고 이 우주를 관할하시는 상제님께서 머물고 계시는 가장 높은 위(位)’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때 숫자 9의 상징적 의미는 이 우주에서 가장 크고 높은 자리를 뜻하는 것이니, 이는 곧 상제님의 위격(位格)을 표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의 신화에서는 신의 거처로써 하늘을 아홉으로 나누어 그 중에서 가장 높은 신이 거주하는 하늘을 아홉 번째 하늘, 즉 구천(九天)이라 하였다. 그런가 하면 땅도 깊이에 따라 단계가 있는데, 사람이 죽어서 가는 가장 깊은 지하를 구천(九泉)이라 한다. 이 구천은 극락과 지옥이 가려지지 않은 과도기적 과정으로써 저승에 안착하지 못한 영혼이 사는 곳이다. “귀신이 구천을 헤매고 있다.”는 말은 죄 많은 인간이 죽어서 구천(九泉: 나중에 구소九라 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고혼(孤魂)이 되었음을 말한다.

  가락국 시조신화에서 허황옥을 횃불을 들고 맞이했다는 구간(九干: 금관가야국 형성 이전에 김해지역을 다스린 9명의 우두머리)은 낙서(洛書)가 거북의 등에서 나왔다는 구궁수01에서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다.

  도교 경전인 『옥추보경(玉樞寶經)』에는 구(九)가 양수(陽數)이며 하늘의 도(道)를 나타낸다 하였다. 무가(巫歌)에서는 만물을 낳는 3이 곱해져(3×3) 이루어진 9수를 양(陽)의 극치로 보고 모든 우환의 때를 이겨내는 길조의 상징으로 여겼다. 절일(節日) 중에서 양수가 겹치는 음력 9월 9일을 양기가 충만하다 하여 가장 좋은 길일(吉日)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9가 부처의 삼보(三寶)중 법(法)을 의미하는 숫자로 상징된다. 진표율사(眞表律師)는 미륵보살에게서 2개의 간자(簡子: 점을 치는 대쪽)를 받았는데, 9간자와 8간자였다. 여기서 ‘9’는 법, 즉 진리 그 자체를 뜻한다.

  서양에서도 9를 중요한 숫자로 여겼음을 의미하는 사례들이 있다. “I"m on cloud nine(직역: 나는 아홉 번째 구름 위에 있다)”은 ‘기분이 너무 너무 좋다’는 뜻으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최고로 좋을 때 쓰는 표현이다. 산스크리트어에서도 9가 최상급의 의미를 지니고, 히브리어에서는 불가사의한 힘을 뜻하기도 한다.

  이처럼 숫자 9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위와 같은 사례들을 종합하여 그 상징적인 의미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여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 9에는 단계적 순서에 따른 ‘최종’의 단계와 ‘최상’의 의미가 있다.

알타이어족의 천계신화(天階神話)에 의하면 하늘은 9층으로 되어 있으며 천상의 신들이 수직선상에 배치되어 각 층을 다스린다고 보았다. 고구려 시조 주몽은 평양에 도읍을 정하고 궁궐을 지으면서 구제궁(九梯宮)을 세웠다. 구제궁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으로, 하늘의 9층 구조를 건물 형태로 재현해 놓은 것이며, 꼭대기인 9층을 가장 높은 하느님이 계신 곳으로 보았다.02

  불교에서는 이상세계를 상징하는 서방극락 정토(淨土)는 수도의 단계에 상응해 9품(品)으로 나뉜다[구품정토九品淨土]. 사람들의 행업이 얕고 깊음에 따라 상중하의 3품으로 나뉘고 각각에는 3생(生)이 있어 9품이 되는데, 이에 따른 수인(手印)03도 다르다고 한다. 그리하여 행업에 따라 최고의 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주역』을 상수(象數), 즉 괘효(卦爻)의 조합과 수(數)의 원리로써 해석하는 상수학04에서는 9가 극수(極數)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본다. 이에 따르면 1부터 그 의미와 역할이 있는데 수가 높아져 9에 이르면 모든 수의 우위에 있는 최종적인 수(궁극적인 수)로 간주한다. 한방에서도 구증구포(九蒸九曝)라 하여 아홉 번을 찌고 아홉 번을 말려야만 약효가 완전히 발휘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아홉이라는 단계적 순서에 따라 최종의 단계와 최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9는 완성을 위한 완전수로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무속신화 바리공주에서는 아홉이 완전수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부모에게 버림받았으나 죽어가는 부모를 구하기 위해 생명수를 얻으러 간 바리공주는, 무장승의 요구에 의해 물긷기 3년, 불때기 3년, 나무하기 3년씩 9년 간 일해 주고 생명수를 얻어 부모를 구한다. 바리공주는 아홉 해를 채우고서야 생명수를 얻을 수 있었고, 더불어 무조신(巫祖神)으로 추앙받는 인물로 새롭게 태어난다.

  미국 신화학자인 조셉 켐벨(Josept Campbell)은 『신화의 힘』에서 아홉이란 숫자가 “통상적으로 세계의 거룩한 어머니 및 세계의 신들과 결합된 수”라고 하였다. 이미 수많은 어문학자들이 9를 뜻하는 독일어 ‘neun(노윈)’을 비롯하여, 다른 여러 가지 언어로 9를 의미하는 단어들이 ‘새롭다(neu)’를 뜻하는 단어와 눈에 띌 만큼 형태적인 유사성을 지니고 있음에 주목해 왔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바로 9와 함께 하나의 새로운 영역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새로운 생명인 태아가 9개월 동안의 수태기간 후 완전한 인간의 형태를 띠고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것처럼, 9에는 완성을 통한 새로운 시작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역(周易)』에서는 1건(乾)이 8곤(坤)과 합하여 9수(數)를 이룬다고 한다. 9수는 양(陽)인 건과 음(陰)인 곤이 화합하여 이루어진 수이다. 여기서 건(乾)은 창조의 근본이고 만물(萬物)은 건의 양을 받아들여 시작된다. 곤음(坤陰)의 작용은 건의 양을 받아들여 그에 형태(形態)를 주어 완성된 사물로 키우는 것이다. 즉 건과 곤의 조화로써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또한 팔괘(八卦)와 인간의 조화를 구궁(九宮)으로 보아 우주의 형성과 도(道)의 완성을 상징하기도 한다.05 이처럼 서양 언어의 어원과 동양 고전의 역리(易理)에서 9라는 숫자는 완성을 통한 새로움의 시작이란 뜻을 지닌 것으로 이해된다.

  셋째, 사람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자 할 때 갖추어야 할 ‘덕목(德目)’의 수라 할 수 있다.

 『서경(書經)』 「홍범(洪範)」편에서, 하(夏)나라의 우(禹) 임금은 홍범구주(洪範九疇)06로서 나라와 자연현상의 관계를 총망라하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아홉 가지 기본원리를 가르쳤다고 나온다. 또 옛날 서당에서는 민들레를 심어 포공구덕(浦公九德: 민들레의 아홉 가지 덕)을 교훈으로 삼았다. 이는 민들레에게서 배울 아홉 가지 덕목을 인간 정신교육의 필수요건으로 삼은 것이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율곡 이이(李珥)는 성리학의 입문서인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군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구용(九容: 아홉 가지 몸가짐)과 구사(九思: 아홉 가지 마음가짐)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9’는 나라를 다스리거나 인격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아홉 가지 덕목을 상징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에서는 9가 8방위와 중앙의 아홉째 번 지점으로 이루어졌다 하여 명당의 수라고도 한다. 그리하여 제사나 제례를 올리는 장소로서 신성시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에도 제사 지낼 때 혼령이 진지 드시는 시간을 ‘유식(侑食)’이라 하여, 이때에는 자손들이 방 밖으로 나가 혼령이 진지 아홉 숟가락을 뜰 정도의 시간 동안 고인의 생전 일화를 이야기하며 기다리는 유교적인 풍습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동서고금의 실례를 통해 ‘9’의 상징적 의미를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전경』에 언급된 9의 상징적 의미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지만 9라는 숫자가 가진 의미의 중요성은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비록 모든 수가 중요하고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특히 ‘9’는 어떤 수로도 대신할 수 없고 오직 그것을 통해서만 일이 성사되고 완성되며 최상의 경지를 뜻함과 동시에 인간의 필수적인 덕목임을 알 수 있다.

  가장 높은 구천(九天)이란 위치에 계셨던 상제님께서는 9일 동안 천지공사를 시작하셨고 9년 동안 완벽하게 공사를 보신 후에 화천하셨다. 이로써 우리들은 지금까지 없었던 가장 완성된 세상인 후천선경(後天仙境)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01 (九宮數): 음양가(陰陽家)가 구성(九星)을 오행(五行)과 팔괘의 방위에 맞추어서 길흉화복을 판단하여 내는 수.

02 『한국문화 상징사전 2』, 두산동아, 2000.

03 불보살의 공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손 모양.

04 상(象)과 수(數)로써 나타내는 생극의 우주원리를 설명하고 만사만물을 반영하며 예측한다. 사물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실질적 수의 의미는 상수학에 근거한다 할 수 있겠다.

05 배영희 외 공저, 『한국민속학보』 제5호, 민속원, 1995. pp.67~91.

06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 “우왕이 홍수를 다스릴 때 하늘이 낙서(洛書)를 내려 주었는데, 그것을 본받아 진술하니 홍범이 그것이다.” 하였다. 여기서 ‘홍’은 크다(大), ‘범’은 法의 의미로서 홍범은 곧 천하를 다스리는 대법(大法)을 가리키고, 주(疇)는 종류라는 의미로서 ‘구주(九疇)’는 곧 아홉 가지 종류라는 뜻이다.(유교사전편집위원회, 『유교대사전』,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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