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별 보기
   daesoon.org  
대순138년(2008) 4월

이전호 다음호

 

도전님 훈시 종단소식 돋보기 청계탑 상제님의 발자취를 찾아서(18) 교리소개 『전경』속 역사인물 도인탐방 인물소개 대원종 고사 한마디 금강산 이야기 포토에세이 Q&A 게시판 수기 독자코너 독자사연 대순학생회 대학생코너 다시 보는 우리문화 답사기 종교산책 영화 속으로 이달의 책 알립니다

수기 : 내 생애 가장 긴 순간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내 생애 가장 긴 순간

 

 

영덕 7방면 보정 이기봉

 

  어, 어, 어머니! 큰일 났어요…. 이를 어떻게 해요?

  어느 무더운 여름날, 전화로 숨 가쁘게 들려온 큰며느리의 목소리. 얼마나 놀랐는지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순간 소름이 끼쳤다.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된 일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우선 나부터 진정하고 며느리에게 차근차근 물어보았다. 그런데 작은 수화기를 통해 정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아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는 것이다. 눈앞이 캄캄했다. 장호원에 있는 선무를 챙기러 갔다가 전남에 있는 며느리로부터 전화를 받았으니 당시에 갈 수 있는 입장도 못 되었다. 며느리에게는 정신을 곧 차리고 빨리 근처 큰 병원으로 연락해 구급차를 부르라고 말했다.

  장호원에서 발걸음을 뗀 뒤 아들을 보기까지 걸린 시간은 내 평생 제일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덜컹 거리는 기차 속에서 상제님께 매달리며 태을주를 쉼 없이 외웠다. 하염없는 눈물이 흐르고 흘렀다. 아들은 전남 여수에 있는 큰 병원 응급실에 있었다. 급하게 달려가 본 응급실에는 산소마스크에 혼수상태로 누워 있는 아들과 옆에서 울고 있는 큰며느리가 보였다. 곧이어 담당의사가 왔다.

  “어머님 되시죠? 너무 놀라지 마시고 들어보세요. 사진 촬영을 해보니 아드님 머리에 무슨 종양이 있는 것 같습니다. 뇌막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 죄송하지만 4시간 밖에 못 살 것 같습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멀쩡한 내 아들이 왜 갑자기? 그래서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도 어쩔 수가 없었는지 구급차 한 대와 의사 한 명을 붙여주었다. 당시 너무 황망해서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전문 의사가 아닌 수련의에 불과했다. 구급차 뒷칸에서 있겠다는 며느리를 설득해 운전석 옆에 앉게 했다. 참담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지 않게 하고 싶었다.

  몇 시간을 달렸을까. 아들의 얼굴에 핏기가 점점 가시기 시작했다. 피부 역시 얼음같이 차가워졌다. 의사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들의 숨이 멎어버렸다. 순간 내 숨까지 멎는 줄 알았다. 혹 며느리가 눈치챌까 싶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들의 온 몸에 멍이 들어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손톱 밑에 가시도 신(神) 장난이라고 했는데…. 지금 아들의 모습은 남편이 죽었을 때와 너무 똑같아. 아들이 이렇게 죽을 이유가 없어.’

  남편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이승을 떠났다. 고생만 하다가 갔으니 그 애절한 한(恨)이 원(冤)으로 맺혔던가. 아들의 장성한 모습도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건 분명히 남편의 죽은 혼이 아들에게 와 하소연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당신이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라고요. 당신이 못 살은 한을 내가 어찌 모르겠어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어요? 당신은 우리 가족들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픈가 보네요. 그러면 제가 아들이 차를 살려고 모아 둔 돈이라도 당신 이름으로 정성을 올릴까요?”

  이 말을 마치자 죽어 있었던 아들이 갑자기 싱긋 웃는 것이 아닌가? 내 눈을 의심했다. 정말 웃고 있었다. ‘그렇구나! 남편이 원이 맺혀 와 있구나.’라고 확신하면서 계속 태을주를 외웠다. 얼마나 다급했던지 태을주를 다 외우지도 못하고 태을천상, 태을천상만 숨이 넘어가게 계속 외웠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얼굴에 핏기가 약간 돌면서 코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그 이후 계속 혼수상태….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 도착해보니 어떻게 연락을 받았는지 방면 도인들과 친척들이 나와 있었다. 대학병원은 검사결과를 결핵성뇌막염이라고 판정했다. 진료의사는 원래 폐가 건강했지만 바이러스에 의해 급성으로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환자가 이렇게까지 된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였다.

  아들은 계속 누워있었다. 남편의 혼(魂)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정성을 올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런 내용을 누구한테 이야기해 줄 수도 없었고 이해해줄 사람도 없었다. 가까이 있는 자식들한테도 말이다. 난 그동안 작은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손바느질을 해서 모아 두었던 돈과 집을 정리했다. 아까울 것이 없었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온 정성을 다했다. 남편 이름으로 정성을 올리고 난 다음 상제님께 심고를 드렸다. ‘상제님, 부족하지만 정성을 올립니다. 제발 저의 아들을 살펴주세요.’

  까만 밤을 하얗게 새웠다. 심고를 드리면서 잠이 들었을까? 커튼 사이로 내비친 햇살에 눈이 부셔 몸을 추스렸다. 그때 아들이 눈을 떠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의 작은 정성을 받아 주시기라도 하신 것일까, 다시 눈물이 났다. “상제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는 더 이상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 한 구석에는 부족하게 수도한 것치고 너무 큰 덕화를 받은 것에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살아난 아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보! 이제는 당신도 마음을 잘 달래시고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해요.’ 아들의 웃는 모습에 밝게 웃고 떠나가는 남편의 얼굴이 느껴지는 듯했다

 

 

 

 

관련글 더보기 인쇄 다음페이지

Copyright (C) 2009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대순진리회 교무부 tel : 031-887-9301 mail : gyomubu@daes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