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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15년(1985)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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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논단 : 종교와 학생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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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학생수도


인존, 해원상생사상의 실천은

먼저 남을 인정하고 이해하는데서


  

박민숙<서울미대 2년>


  우리는 살아가면서 의문과 불평속에서 문득 깨달음의 순간들을 맞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 깨달음의 순간은 명상을 하고 있을 때나,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에만 찾아드는 것은 아니다. 아주 하찮은 것들에서 그들은 찾아온다. 길을 걸을 때 친구와의 농담속에서, 무심코 혼자 앉아 있을 때 등 여러 곳에서 그들의 손을 뻗친다. 그때 가슴속에서는 알 수 없는 울렁임과 꿈틀댐을 느끼며 마치 큰 대양이라도 발견한 듯한 환희에 젖어 우리는 살아 있음을 더욱 깊게 인식하고 자랑으로 까지 여긴다. 그러나 그 깨달음의 순간들은 그렇게 자주 우리들의 곁에 있어 주지만 않는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대순 종단 학생회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갖는 집회 때에 K선생님으로부터 교화를 듣곤 한다. 어느날 K선생님께서는 「종교란 무엇인가」에 관해 말씀을 하셨다. K선생님께서는 우리들에게 항상 전체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면서, 흑백 논리와 내편이 아니면 적이다 라는 사고방식, 그리고 선과 악의 구분화 선택하는 습관등을 버리고 모두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기르라고하시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시는 것이었다.

  『여러분들께서 길을 가다가 어느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이 두 사람중 누구에게 잘못이 있어 논쟁이 일어났다고 하겠습니까? 』

   K선생님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순간 나는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논쟁의 원인 조차도 모르는 상태에서 잘, 잘못을 가려내라니! 아무래도 K선생님께서 무엇을 혼돈하고 계시거나 질문을 잘 못하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은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가 그랬다. 우리는 K선생님의 질문에 한쪽에서는 A의 잘못이다. 또 한쪽에서는 B의 잘못이라는 등 서로의 생각들을 말하였다. 그러나 그 대답들은 어떤 확신에서 나온 대답들이라기 보다는 어쩌면 아직도 의혹을 품은 상태에서 말해버린 의무적인 대답에 불과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K선생님께서는 『두 사람 모두 옳습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입장에서 말했을 뿐입니다. 한 사람은 앞면밖에 볼 수가 없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앞면의 모습만을 주장한 것이고 다른 한사람은 뒷면밖에 볼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뒷면의 모습만을 주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 3자의 입장인 우리는 그들 모두를 인정하고 이해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만일 여러분 자신들이 그 논쟁에 끼었다면 그 잘못은 여러분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일어난 논쟁이니까요』하시며 우리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다음과 같은 황희 정승의 일화를 들려주셨다.
  성품은 대쪽같이 곧으면서도 한없이 너그럽고 인자한 황희는, 여러 대의 임금을 섬기면서 충성을 다한 드문 명신이었으며 「정승중의 정승」으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이러한 황희가 어느날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밖에서 하녀들의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잠시 후 하녀아이 하나가 들어와서는 싸움을 하게된 까닭을 늘어 놓으며 자기에겐 잘못이 없음을 주장하였다. 그 하녀의 말을 다 듣고 난 후 황희가 하녀에게 『네말을 듣고보니 네가 옳구나』라고 하자 또 다른 하녀가 들어와서는 똑같이 자기의 결백을 주장하였다. 이에, 황희가 그 하녀에게도 옳음을 인정했다. 그러자 옆에서 줄곧 듣고 있던 부인이 『한쪽이 옳으면 한쪽은 그른것이지 둘다 옳다고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이라』 하니 이 말에도 또한 황희는 옳은 생각이라고 하였다. 황희의 이 같은 대답에 부인과 두 하녀는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황희는 왜 그렇게 대답을 했을까, 황희의 생각은 앞의 질문의 내용과 같다. 모든 싸움이나 논쟁은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운채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데서 일어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할때에는 반드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환경이나 요인이 따른다. 그러므로 상대방을 탓하기에 앞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모든 논쟁과 싸움은 사라질 것이라고 황희는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K선생님의 말씀을 다 듣고 난후에 우리들의 표정에는 어느새 엷은 미소가 감돌았다. 우리는 일종의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K선생님의 질문과 황희 정승의 일화는 나에게 뒤를 돌아보며 반성의 계기를 갖겠끔 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하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런지도 모르는 작고 큰 논쟁과 시비들의 기억이 부끄럽기만 하다. 남들과의 논쟁이나 시비뿐만이 아니라 생명이 없는 것들에게 까지도 나는 화를 내거나 투정을 하지 않았던가. 길을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던가 펜이 잘 나오지 않는다하여 마치 그것들이 고의로 그런다는 듯이 그것들에게 화를 내곤 하지않았는가 부끄러운 기억들이기에 머리가 숙여진다.
  그렇다 우리는 이제껏 모든 사고를 자기 중심적으로만 해왔을 뿐만 아니라 남을 이해하고 인정한다는데 있어선 지나치리만큼 인색해왔다. 제 각기 자신들의 생각과 입장만을 내세울뿐 남의 것을 인정하려하지도 않았으며 그것들을 배척하고 무시해 버리기 까지도 하는 한없는 독선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것은 개인간에는 사소한 시비와 논쟁이 끊임이 없게 했고, 지역과 지역, 민족과 민족간에는 서로 질시하며 대립하게하는 결과를 낳았고 나아가서는 국가간의 전쟁까지도 야기시겼다. 그뿐아니라 그러한 상충은 평화를 외치는 종교계에서 까지도 야기시켰다.

  이처럼 세계 도처가 약육 강식의 처절한 살육전의 장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각성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세계가 개화되고 하나가 돼가는 이 마당에 자기가 먼저 남을 인정하고 이해해줄 수 있는 마음가짐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이 바로 대순사상에서 말하는 인존사상과 해원사상 그리고 상생사상에 접맥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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