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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종 : 조왕(竈王)
조왕(竈王)
글 연구위원 이승목
▲ 동학사의 부엌에 모셔진 조왕의 모습
전통가옥에서 부엌은 여성 전용의 공간이었다. 여성들은 그곳에서 불을 다루어 가족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었고 방에 온기를 불어넣어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부엌에서 부뚜막은 집안의 화복(禍福)에 관계된 조왕신(王神)을 모시는 장소였기에 가장 중요하고 신성한 장소로 여겨졌고, 부뚜막의 청결 정도가 바로 그 집안 여성들의 근면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조왕(王)은 부뚜막을 지키는 신(神)으로, 보통 ‘조왕각시’·‘부뚜막신’·‘조왕할매’ 등으로 부른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계하는 조왕은 질병과 액운을 막아주고, 삼신(三神)01처럼 아기를 점지시켜 주기도 하며, 특히 부(富)를 안겨주는 재물신(財物神)으로 믿어졌다. 그래서 아녀자들에겐 삼신과 더불어 성주신02(成主神 혹은 城主神이라고도 한다) 다음으로 중요시 되었다. 조왕은 부뚜막의 뒷벽 한가운데 작은 턱에 모셔졌는데, 그 신체(神體)는 쌀을 담은 항아리나 백지, 헝겊 조각, 한지를 접은 것, 명태 등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정화수가 가장 보편적인 신체의 형태이다. 이밖에도 불교의 부적과 같은 형태를 취하여 신체로 하는 경우, 제의(祭儀)를 행할 때마다 솥뚜껑을 엎어놓고 그 위에 정화수를 떠놓는 경우, 신체가 없는 건궁(신의 형체가 없이 그냥 모시는 신)인 경우, 그림을 모시는 경우 등이 있다. 제일(祭日)은 특별한 날이 없고 정화수를 매일 아침 한 주발 떠다 놓는 것이 일반적이고, 명절이나 제삿날이 되면 향을 피우고 음식을 놓는 것이었다. 조왕과 관련한 속신(俗信)으로는 불씨를 꺼뜨리면 집에 재앙이 온다는 것을 비롯해서 부뚜막 앞에서 옷을 벗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욕을 하면 벌을 받게 된다는 것 등이 있으며, 화장실과 부엌의 거리는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하고, 칼·도끼 등의 위험한 물건을 부뚜막 위에 올려놓거나 하면 안 된다는 금기(禁忌)도 있다. 또한 아녀자들이 부엌에 들어와서 밖의 일을 험담하거나 불평을 하게 되면, 집안에 병고가 생기거나 특정인의 수명이 단축된다고 한다. 이러한 조왕의 성향은 『전경』 행록 4장 36절의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상제께서 김병욱의 집에 들르시니 종도들이 많이 모여 있었도다. 병욱이 아내에게 점심 준비를 일렀으되 아내는 무더운 날씨를 이기지 못하여 괴로워하면서 혼자 불평을 하던 차에 갑자기 와사증에 쓰러지는지라. 이 사정을 들으시고 상제께서 가라사대 “이는 그 여인의 불평이 조왕의 노여움을 산 탓이니라.” 하시고 글을 써서 병욱에게 주시면서 아내로 하여금 부엌에서 불사르게 하셨도다. 아내가 간신히 몸을 일으켜 부엌에 나가서 그대로 행하니 바로 와사증이 사라졌도다.’라는 구절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한편 조왕은 음력 12월 23일에 하늘로 올라가 한 해 동안 그 집에서 일어난 일을 염라대왕에게 빠짐없이 보고한 뒤 정월 초하루 새벽에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믿어졌다. 그래서 무언가가 켕기는 사람은 조왕이 승천하는 날 밤에 아궁이에 엿을 발라 두기도 했다. 엿이 끈끈하게 눌어붙어서 조왕이 승천을 못하거니와 승천을 했더라도 입이 붙어 염라대왕 앞에서 말을 못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조왕신앙의 내력에 관해서는 타지방에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다만 제주 지방의 무가(巫歌)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01 아기를 점지하는 일과 산모와 생아(生兒)를 맡아보며 수호한다는 세 신령(神靈). 삼신은 아기의 출생에만 관계된 신이 아니고 육아에도 관련된 신이기 때문에 젖이 부족할 때는 젖이 풍족하게 나오게 해달라고 삼신에게 빌고, 첫이레, 두이레, 세이레 때는 아기의 무병장수를 비는 뜻에서 삼신에게 흰밥과 미역국을 올린 다음 산모가 먹는다. 02 집을 수호하는 신령(神靈). 성조(成造) 또는 상량신(上樑神)이라고도 한다. 집을 새로 짓거나 옮긴 뒤에는 반드시 성주를 모셨다. 흰 종이를 한 변이 10cm 가량 되게 모나게 여러 겹을 접는다. 그 속에 왕돈 한 푼을 넣고 안방 쪽으로 향한 대들보 표면에 붙인 다음 쌀을 뿌려 붙인다. 그것을 성주의 표상으로 삼는다. 성주신에 대한 제사는 10월 상달에 햇곡식으로 술과 떡을 빚고 과일을 장만하여 지내는데 대개 고사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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