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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7년(2007)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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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종 : 조왕(竈王)

조왕(竈王)

 

 

글 연구위원 이승목

 

▲ 동학사의 부엌에 모셔진 조왕의 모습

 

 

  전통가옥에서 부엌은 여성 전용의 공간이었다. 여성들은 그곳에서 불을 다루어 가족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었고 방에 온기를 불어넣어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부엌에서 부뚜막은 집안의 화복(禍福)에 관계된 조왕신(王神)을 모시는 장소였기에 가장 중요하고 신성한 장소로 여겨졌고, 부뚜막의 청결 정도가 바로 그 집안 여성들의 근면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조왕(王)은 부뚜막을 지키는 신(神)으로, 보통 ‘조왕각시’·‘부뚜막신’·‘조왕할매’ 등으로 부른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계하는 조왕은 질병과 액운을 막아주고, 삼신(三神)01처럼 아기를 점지시켜 주기도 하며, 특히 부(富)를 안겨주는 재물신(財物神)으로 믿어졌다. 그래서 아녀자들에겐 삼신과 더불어 성주신02(成主神 혹은 城主神이라고도 한다) 다음으로 중요시 되었다.

  조왕은 부뚜막의 뒷벽 한가운데 작은 턱에 모셔졌는데, 그 신체(神體)는 쌀을 담은 항아리나 백지, 헝겊 조각, 한지를 접은 것, 명태 등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정화수가 가장 보편적인 신체의 형태이다. 이밖에도 불교의 부적과 같은 형태를 취하여 신체로 하는 경우, 제의(祭儀)를 행할 때마다 솥뚜껑을 엎어놓고 그 위에 정화수를 떠놓는 경우, 신체가 없는 건궁(신의 형체가 없이 그냥 모시는 신)인 경우, 그림을 모시는 경우 등이 있다. 제일(祭日)은 특별한 날이 없고 정화수를 매일 아침 한 주발 떠다 놓는 것이 일반적이고, 명절이나 제삿날이 되면 향을 피우고 음식을 놓는 것이었다.

  조왕과 관련한 속신(俗信)으로는 불씨를 꺼뜨리면 집에 재앙이 온다는 것을 비롯해서 부뚜막 앞에서 옷을 벗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욕을 하면 벌을 받게 된다는 것 등이 있으며, 화장실과 부엌의 거리는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하고, 칼·도끼 등의 위험한 물건을 부뚜막 위에 올려놓거나 하면 안 된다는 금기(禁忌)도 있다. 또한 아녀자들이 부엌에 들어와서 밖의 일을 험담하거나 불평을 하게 되면, 집안에 병고가 생기거나 특정인의 수명이 단축된다고 한다. 이러한 조왕의 성향은 『전경』 행록 4장 36절의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상제께서 김병욱의 집에 들르시니 종도들이 많이 모여 있었도다. 병욱이 아내에게 점심 준비를 일렀으되 아내는 무더운 날씨를 이기지 못하여 괴로워하면서 혼자 불평을 하던 차에 갑자기 와사증에 쓰러지는지라. 이 사정을 들으시고 상제께서 가라사대 “이는 그 여인의 불평이 조왕의 노여움을 산 탓이니라.” 하시고 글을 써서 병욱에게 주시면서 아내로 하여금 부엌에서 불사르게 하셨도다. 아내가 간신히 몸을 일으켜 부엌에 나가서 그대로 행하니 바로 와사증이 사라졌도다.’라는 구절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한편 조왕은 음력 12월 23일에 하늘로 올라가 한 해 동안 그 집에서 일어난 일을 염라대왕에게 빠짐없이 보고한 뒤 정월 초하루 새벽에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믿어졌다. 그래서 무언가가 켕기는 사람은 조왕이 승천하는 날 밤에 아궁이에 엿을 발라 두기도 했다. 엿이 끈끈하게 눌어붙어서 조왕이 승천을 못하거니와 승천을 했더라도 입이 붙어 염라대왕 앞에서 말을 못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조왕신앙의 내력에 관해서는 타지방에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다만 제주 지방의 무가(巫歌)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옛적에 남선고을의 남선비는 여산고을의 여산부인과 결혼하여 일곱 아들을 낳고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두 내외가 부지런히 일했지만 흉년이 겹치는데다 식솔이 많아 끼니 잇기가 힘들어서 어떻게 하든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만 했다. 궁리 끝에 아내는 갓을 만들어 팔아 모은 돈으로 남편에게 곡식을 사오게 하였다. 남편은 곧 배 한 척을 마련해 오동고을로 곡식을 구입하러 떠났다. 그런데 오동고을 선착장에 도착한 남선비는 그만 주막집 딸 노일제대귀일의 꾐에 빠져 눈까지 멀게 되고, 또 가져갔던 돈마저 다 털려 이제 그 여인의 종노릇을 하며 살게 되었다.

  고향에서는 여산부인이 몇 년을 기다려도 남편이 돌아오지를 않자 배를 띄워 찾아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남편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에서 그를 찾기란 그리 쉽지가 않았다. 결국 수소문 끝에 남편을 찾았으나 이미 신세를 망친 남편의 몰골이 거지나 다름이 없자 여산부인은 깜짝 놀랐다. 여산부인은 초라한 행색의 남편을 위해 따뜻한 밥상을 차려 가져다주고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듣게 되었다. 이때 밖에 갔다가 돌아오던 노일제대귀일이 얘기를 엿듣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한 짓이 들통 날까 두려워 여산부인을 연화못의 낭떠러지에 데려가서 등을 밀어 물에 빠져 죽게 하였다.

  그런 후 노일제대귀일은 남선비를 데리고 남선고을로 돌아와 여산부인의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일곱 아들은 몇 년간 자취가 묘했다가 나타난 아버지를 보며 반가워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를 찾으러 나간 어머니 모습은 간데없고 한 여자가 어머니 노릇을 하자 그들은 그녀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었다. 이를 눈치 챈 노일제대귀일은 꾀병을 내어 남선비에게 병을 낫는 점을 봐 달라고 한다. 꾀병에 속은 남편이 점을 보자, 노일제대귀일은 점쟁이로 변하여 일곱 형제의 간을 먹어야 낫는다고 남선비를 부추겼다. 그러자 남선비는 아들이야 또 낳으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에 칼을 갈았다. 이를 알게 된 막내가 자신이 형들의 간을 대신 가져오겠다며 형제들을 일단 산으로 대피시켰다. 중간에 형제들은 잠이 들었는데,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 노루의 간을 가져가라고 일러주었다. 과연 여섯 마리의 노루가 나타나니, 막내는 그 간을 떼어 계모에게 바쳤다. 그러나 그녀는 먹는 척 하면서 자리 밑에 묻어두고 피만 입에 바르자, 이를 문틈으로 엿보던 아들들이 뛰어 들어가서 자리를 걷었다. 당황한 노일제대귀일은 방 밖으로 달아나 뒷간에 목을 매었고 결국 뒷간귀신인 측도부인이 되었다. 그리고 남선비도 덩달아 도망을 치다가 올레(제주도 가옥의 입구)의 정낭에 걸려 죽자, 그는 정낭신이 되었다.

  이제 일곱 형제는 서천꽃밭에서 환생꽃을 얻은 후 연못으로 달려가 “하느님! 하느님! 연못이나 마르게 하여 주십시오. 어머님 뼈만이라도 찾으리다.”라고 하였다. 잠시 후 연못의 물이 삽시간에 마르더니 곧 돌아가신 어머니 뼈가 형제들 눈앞에 드러나게 되었다. 곧바로 형제들이 그 환생꽃을 어머님의 뼈 위에다 놓자 신기하게도 어머님은 곧 살아나셨다. 형제들은 기뻐하며, 어머님께 “어머님은 춘하추동 물속에서 지내셨으니, 얼마나 추우셨습니까? 조왕할머니가 되셔서 하루 세끼 따뜻한 불을 쬐며 편히 얻어 자십시오.”라고 하여, 추운 물속에서 고생한 어머니를 따뜻하시라고 부엌의 조왕할머니로 모셨다. 그리고 측간귀신이 된 노일제대귀일과의 악연으로 인해 이때부터 부엌의 물건은 뒷간에 못 가져가고 뒷간의 것은 부엌에 못 가져가는 풍습이 생겼다.

 

≪제주도 지방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문전본풀이」 중에서≫

 

 

 


01 아기를 점지하는 일과 산모와 생아(生兒)를 맡아보며 수호한다는 세 신령(神靈). 삼신은 아기의 출생에만 관계된 신이 아니고 육아에도 관련된 신이기 때문에 젖이 부족할 때는 젖이 풍족하게 나오게 해달라고 삼신에게 빌고, 첫이레, 두이레, 세이레 때는 아기의 무병장수를 비는 뜻에서 삼신에게 흰밥과 미역국을 올린 다음 산모가 먹는다.

02 집을 수호하는 신령(神靈). 성조(成造) 또는 상량신(上樑神)이라고도 한다. 집을 새로 짓거나 옮긴 뒤에는 반드시 성주를 모셨다. 흰 종이를 한 변이 10cm 가량 되게 모나게 여러 겹을 접는다. 그 속에 왕돈 한 푼을 넣고 안방 쪽으로 향한 대들보 표면에 붙인 다음 쌀을 뿌려 붙인다. 그것을 성주의 표상으로 삼는다. 성주신에 대한 제사는 10월 상달에 햇곡식으로 술과 떡을 빚고 과일을 장만하여 지내는데 대개 고사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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