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별 보기
   daesoon.org  
대순137년(2007) 9월

이전호 다음호

 

도전님 훈시 종단소식 상제님의 발자취를 찾아서(11) 대순사상 탐구 도인탐방 수기 독자 코너 대순학생회 대학생 코너 포토에세이 대원종 답사기 _ 중국 인물소개 아름다운 세시풍속 금강산 이야기 고사 한마디 종교산책 철학과의 만남 영화 속으로 이달의 책 & 십자말 맞추기 알립니다

대순학생회 : 작은 나무에서 숲으로의 여정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작은 나무에서 숲으로의 여정

 

 

고성 7방면 박세정

 

 

 

  햇빛이 ‘반짝’하고 빛나는 여름날이었습니다. “우와아아.”하는 함성을 지르면서 학교에서 아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동그란 눈, 작은 키, 무거운 가방, 빨간 스니커즈. 제가 매일 보는 학생들의 모습입니다. 방학이었던 탓일까요, 신나는 표정만은 모두 하나입니다. 보고 있자니 씨익 웃음이 납니다. 멀리서 보면 까만 머리에 흰 블라우스, 한결같은 교복들인데 가까이서 보니 모두들 달라 보입니다. 굳은 입술에 고집이 센 미선이, 배 아프다는 꾀병으로 조퇴가 잦은 상완이, 공부할 때와 놀 때 눈빛이 다른 철구. 이젠 얼굴만 봐도 무슨 이야기를 할지 우리는 서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된지 이제 2년, 학교는 저에게 늘 고민거리를 던져 주는 곳입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따위의 글귀는 교실에 새겨진 냉정한 문구에 불과합니다. 머리는 복잡하고, 가슴은 착잡한 것이 아마 아이들의 마음일 거라고, 제 마음과 같을 거라며 녹녹치 못한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모두들 돌아간 교실에서 사물함을 쓱 문지르며 미처 주지 못한 눈빛을 아쉬워하고, 기껏 나눠준 사랑도 교실 구석 어딘가에서 먼지와 같이 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학생들을 껴안는 마음의 넓이가 크지 못한 탓이라고 혼자 자책도 해 봅니다. 부족한 제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아이들을 껴안는 일이 대체 가능한 일인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외로운 싸움을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방황하는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진득하게 기다리는 일에 너무나 지쳤거든요. 어디 학교 일만 그렇던가요. 수도생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 입도해서는 마치 아기가 장난감을 만지는 것처럼 신기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돌봐주는 손길들에 감사했고, 교화를 들으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감동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러 몸뚱이 절반은 세상에 있고, 나머지 절반은 도에 있게 되니 무척 갈팡질팡하게 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야 잘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도에서는 빈털터리가 되라고 하고요. 세상 사람들은 채우라고 하는데, 도에서는 비우라고 하고요. 사람들은 자기 것을 못 챙기면 바보라고 비웃는데, 도에서는 그렇지 않았고요. 나보다 남을 잘 되게 하라던 기본적인 훈회 수칙도 오갈 데 없이 머리에서만 맴돌기도 했습니다. 분명 알고는 있는데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아 괴로웠던 적도 많았습니다. 제 한계에 부딪혔던 거지요. 도장에서 생활해 본 적도 없고, 도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는 제가 한 달 동안 캠프 교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더 큰 것을 배우고 싶다, 그리고 더 나은 도인이 되어야겠다는 욕심을 부렸던 것 같기도 합니다.

  캠프 기간 동안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고된 몸을 이끌고 아이들과 함께 움직였고, 밤새 졸린 눈을 비벼가며 다음날 일정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이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함께 장기자랑을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 춤도 췄답니다. 그러면서 저는 참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혼자 잘하는 것보다도 모두가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 안에서 각각의 개인으로 만난 사람들이 자신보다는 ‘우리’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되는 과정에서 제가 어떤 사람인가를 여실히 알 수 있었고, 수도생활을 하면서 살려나가야 할 점이 무엇인지, 또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참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습니다. 캠프선생님들께 겉으로는 캠프교사로서 해야 하는 일을 배웠지만, 속으로 알게 된 건 도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과 자부심이었습니다. 어디 비단 선생님들뿐이었을까요? ‘어리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도인’이라는 이름을 갖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갖고 있던 불평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표정이 밝아지던 뜨거움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한 보, 두 보 더 나아가고 덜 나아간 차이는 있어도 ‘대순’이라는 이름 아래 각자 하고 있는 생각과 경험들은 다들 비슷했던 모양입니다. 낯선 환경과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항상 즐거워하던 학생들의 모습과 마음에서 우러나왔던 진실한 열정은 오히려 제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캠프에 왔던 수많은 학생들이 다 제 선생님이 아니었을까요.

  헛손질로 가위에 찔려 피가 났습니다. 상처는 아물겠지만 피부는 더 단단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많이 시달렸던 것도 같고, 또 어쩌면 많이 힘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분명히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부쩍 큰 느낌입니다. 마치 여름이 주는 고된 햇살처럼. 나무도 숲도 짙푸른 녹음으로 우거지고, 곡식들은 알알이 열매가 여물어갑니다. 저 또한 캠프라는 ‘여름’ 안에서 충실히 익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조금 더 단단하게 여물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낟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관련글 더보기 인쇄 다음페이지

Copyright (C) 2009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대순진리회 교무부 tel : 031-887-9301 mail : gyomubu@daes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