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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단 : 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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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
진영아 <선감ㆍ잠실4방면>
들풀은 사정없이 메말라 있었고 오래 전부터 비가 오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그들의 신음으로 온 세상을 대신하였다.
학자는 말을 분석하고 있었다. 신음은 분석되고 해부되어 온톤 비아냥으로 규정되었으나 그 때까지도 등이 터진 들판에는 뿌리 채 마른 들풀이 서걱이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그들의 신음으로 온 세상을 대신하였다.
비가 내렸다.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가장 낮은 곳까지 그래도 들풀은 살아날 줄을 모르고 땅은 절망의 끝에서 그 검은 깊이만 보여주었다. 그러나 오. 오. 오. 살아나고 있었다. 들풀이 신음이 결을 이루어 지난 곳마다, 등이 곧은 그들은 더 이상 앉아 있지 않고 무리 지어 노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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