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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종
오선위기(五仙圍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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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제께서 종도들을 데리고 계실 때 “현하 대세가 오선위기(五仙圍碁)와 같으니 두 신선이 판을 대하고 있느니라. 두 신선은 각기 훈수하는데 한 신선은 주인이라 어느 편을 훈수할 수 없어 수수 방관하고 다만 대접할 일만 맡았나니 연사에만 큰 흠이 없이 대접만 빠지지 아니하면 주인의 책임은 다한 것이로다. 바둑이 끝나면 판과 바둑돌은 주인에게 돌려지리니 옛날 한 고조(漢高祖)는 말위에서 천하를 얻었으되 우리나라는 좌상(座上)에서 득천하 하리라.”고 말씀하셨도다.

(예시 28절)

 

  

   전라북도 순창군 구림면에 위치한 회문산(回文山:830m)에는 예로부터 풍수가들 사이에 회자(膾炙)되어 온 ‘오선위기(五仙圍碁)’라는 혈(穴)이 있다. 약 250년 전 전라도 임실 땅에서 태어난 전설적인 명풍수(明風水) 홍성문의 표현을 빌리자면, ‘묘를 쓰면 당대에 발복하여 59대를 가는’ 명당(明堂)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명당을 서로 차지하려는 욕심에 너도 나도 묘를 써서 회문산으로 들어가는 유골은 있어도 나오는 유골은 없다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학천이란 도인도 이 오선위기의 정확한 혈처(穴處)를 찾기 위해 세 번을 왔다가 결국 실패하고 돌아갔을 만큼 꽁꽁 숨겨져 있어, 속인(俗人)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 명당으로 이름이 높기도 하다. 후에 상제님께서 강산 정기를 합치는 공사에 오선위기의 정기도 뽑아 쓰셨으니 하늘에서 쓰시려고 정해 놓은 자리를 인간의 욕심으로 어찌 찾을 수 있겠는가.

   한편 오선위기라는 혈은 그 형상이 바둑판을 가운데 놓고 두 신선은 바둑을 두고 다른 두 신선은 훈수를 하며 주인(主人) 신선은 관망을 하는 모습이라고 전해지는데, 상제님께서 ‘현하대세가 오선위기와 같으니…’라고 하셨듯이 20세기 초 조선을 둘러싼 열강들이 세력다툼을 벌이는 양상은 곧 오선위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876년 한발 앞서 서구문물을 접하고 제국주의 대열에 합류한 이웃나라 일본에 의해 강제로 개항을 맞이하게 되면서부터 조선은 점차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어 갔다. 초반에는 조선의 조공을 받아 오던 청(淸)나라와 조선의 강제개항 주도로 선점효과를 가지게 된 일본이 대립하는 아시아적 규모의 대결구도가 형성되었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던 영국과 부동항을 찾아 영국의 영역을 잠식해 들어가던 러시아 간에 벌어진 세계적 규모의 대결구도가 중첩(重疊)되면서 조선은 이후 4개 국가의 힘의 균형에 따라서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1894년 청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은 조선의 보호국을 자처하던 청을 누르고 득세를 하였으나, 1895년에 명성황후를 시해함으로써 조선의 백성들과 많은 열강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게다가 이듬해에는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이 러시아 공관으로 대피하는 사건(아관파천俄館播遷)까지 발생하여 한동안 러시아에게 밀리게 되었다. 이후 1904년 러일 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조선에서는 친러파 정권이 득세한 가운데 일본과 러시아의 대립이 계속되었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그 후 한반도는 물론 만주까지 혼자 집어 삼키려고 하다가 다른 열강들의 심각한 견제를 받게 되어 러일전쟁의 승전국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우위를 점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1910년까지 조선은 다시 일본과 러시아의 대립구도 속에 놓이게 되었다. 

   예시 28절의 상제님께서 종도들을 데리고 계실 때란 처음 종도가 된 김형렬이 상제님을 모시기 시작한 1902년 이후부터 화천하신 1909년까지의 어느 때일 것이므로, 역사적 사건을 기준으로 보자면 러일전쟁을 전후한 시기가 된다. 따라서 바둑을 두는 네 신선이란 러시아, 일본, 미국(영국)[러일전쟁 이후 영국의 관심은 유럽 쪽으로 옮겨갔고 미국이 그 역할을 대신함], 청나라가 비유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은, 이로부터 얼마 후인 1910년에 일본이 조선을 합방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둑에서의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945년에 일본은 2차 대전의 패전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로부터 46년 후 구(舊)소련이 주축이 되었던 공산주의가 퇴조하며 냉전시대의 막이 내렸던 사건 역시 바둑의 승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고 할 것이다. 100년 전의 4대 강국(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이 지금도(2005년) 여전히 한반도를 중심으로 바둑의 승부를 겨루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대국자(對局者)는 계속 바뀌어 왔으나 다섯 신선은 여전히 역사의 무대에 서 있다. 선천영웅시대를 풍미하였던 패자(覇者)들 사이의 힘겨루기가 속히 끝나고 우리나라가 좌상(座上)에서 득천하(得天下)하는 그 날이 하루빨리 도래하기를 기대해본다. 

                                                                                                             <교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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