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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2년(2012)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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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신앙 : 삼족오(三足烏) 신앙

삼족오(三足烏) 신앙

 

글 교무부

 

 

  태양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로 오랫동안 인류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어 왔다. 수렵과 채집을 위주로 했던 시기에도 이러한 활동을 가능케 하는 기본적 요건으로 태양은 중시되었고, 농경의 시작과 함께 태양은 곡식을 생장케 하는 요소로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태양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경천(敬天)사상과 함께 태양숭배사상으로 이어졌고 최고 권력을 지닌 지배자를 태양의 아들 또는 천자(天子)로 지칭하면서 그 절대성과 위용을 강조했다. 또한 날마다 뜨고 지는 태양의 속성은 유한한 인간으로 하여금 사후(死後)에 태양과 같이 재생하길 소망케 했다. 따라서 태양을 상징화한 문양은 왕권 및 망자(亡者)의 재생과 깊은 관련성을 가진 천상의 상징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태양숭배의 양상은 지역과 종족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었다.01 그 속에서도 동북아시아에 자리한 동이족은 태양숭배와 새 토템을 결합하여 태양을 상징하는 원륜(圓輪) 안에 삼족오(三足烏)를 표현하는 일오(日烏)의 형상을 만들었다. 삼족오는 태양 안에 산다는 세 발 달린 까마귀로, 이미 당시에 천문관측을 중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태양의 흑점활동과 관련하여 일오의 형상으로 표현한 것이다.02 태양이 폭발해서 방출하는 에너지양에 따라 그 넓이와 형태가 달라지는 흑점은 11년 주기로 증감이 일어나는데, 이 형상이 마치 검은 새가 서서 비상(飛上)하려는 것과 닮았다 하여 상형문자인 까마귀 ‘오(烏)’를 붙여 삼족오라 하였다. 솟대신앙에서 보듯 삼족오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하나의 태양신[천신(天神)]이자 신조(神鳥)로서 신앙이 되었던 것이다.

  신조로서의 까마귀 흔적을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뚜렷하게 보존한 것이 고구려 고분(각저총 3호분)이다. 고분에는 고구려인들이 죽음 뒤에 이르는 세상을 표현해 놓았는데, 사방은 신령스런 동물들이 보호하고[사신도(四神圖)] 중심은 태양이 그들을 굽어 살피고 있다. 바로 그 중심의 태양이 다름 아닌 삼족오이다. 이처럼 고구려인들이 고분에 삼족오를 중요한 소재로 반영한 것은 자신의 조상이 태양의 후예라는 천손(天孫)의식이 어느 민족보다 강함을 표현함과 동시에 우리를 굽어 살펴주는 태양신이 삼족오를 숭상과 신앙의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고구려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동명성왕의 난생신화(卵生神話)03에서 그러한 내용을 찾아 볼 수 있다.

 

 

  ‘천제(天帝)의 아들인 해모수(解慕漱)는 머리에 까만 깃털의 관과 허리에 용광검을 차고 지상을 수시로 왕래하며 인세를 돌아보다, 하백(河伯)의 딸인 유화(柳花)와 혼인을 맺었다. 어느덧 유화가 임신을 하였는데, 태양빛이 그녀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다니며 몸을 비추었다. 얼마 후 유화는 태양빛을 받고 알을 낳았다. 그가 바로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東明聖王]이었다.’

 

 

  여기서 해모수가 쓴 까만 깃털의 관은 태양을 상징하는 삼족오의 깃털을 가리키며, 동명성왕은 천손이기에 천부지모(天父地母)04의 형태를 반영하고 있다.05 따라서 동이족의 문화이면서 동북의 변방문화인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보여주듯 스스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손임을 자처하던 고구려인들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이 삼족오를 신조(神鳥)이자 시조(始祖)로 우러러 숭배하였다.

  삼족오는 숭상과 신앙의 대상이지만, 까마귀의 다리가 왜 셋인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동이족과 그 주변 동아시아 사람들의 숫자 인식에서 ‘3’은 길수(吉數)와 신성함의 상징으로 여겨져 모든 수(數) 가운데 으뜸으로 여겼다. 특히 ‘하나를 잡으면 셋이 포함되고, 셋이 모이면 하나로 돌아간다.(執一含三 會三歸一)’라는 ‘3’의 숫자관을 『천부경(天符經)』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1’이 하나를 뜻하지만 동시에 사물의 전체이자, 만물의 본체인 삼태극[三太極: 천(天)·지(地)·인(人)]을 뜻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3’의 이해에 앞서 ‘1’과 ‘2’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에서 분화된 숫자 ‘3’에서의 ‘1’은 아무런 다른 수와 섞이지 않은 순양(純陽)의 수이며, 최초의 수이므로 이 ‘1’에는 모든 사물이 생겨난다는 탄생의 뜻이 담겨져 있다. ‘2’는 하나가 아닌 최초의 단위이자 최초의 음수이며 순음(純陰)의 수이다. 그리고 ‘1’과 ‘2’가 변화하여 순양과 순음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수가 바로 ‘3’이다. 모자람이 없는 ‘충족’, ‘순양과 순음의 통일성’이 이뤄짐으로써 안정, 조화, 완성, 변화의 시초라는 복합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여기서 ‘3’이 완성이라는 의미는 짝수처럼 둘로 갈라지지 않고 원수(元數)인 ‘1’의 신성함을 파괴하지 않은 채 변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곧 ‘3’은 세 개로 나누어져 있지만 전체로서는 완성된 하나라는 상징성을 띤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징성은 삼신(三神)인 환인(桓因) · 환웅(桓雄) · 단군(檀君)이라는 삼신일체로 이어진다.06 천지만물을 창조해 내는 환인인 조화신(造化神)과 삼라만상을 가르치는 환웅은 교화신(敎化神), 그리고 만물이 각자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다스리는 단군은 치화신(治化神)의 역할을 다 한다고 한다. 이는 서로 다른 신격(神格)이지만 하나의 대(代)를 잇는 천신으로서, 모두 천상세계의 질서와 인간세계의 질서와의 조화를 완성하려고 한다. 바로 하늘의 뜻을 전한다는 까마귀의 다리 세 개는 이 삼신을 상징했던 것이다. 더욱이 스스로 천손이라 자부하던 동이족은 삼신이 하늘에 살고 계시는 원래의 조상신(祖上神)이라 여겨 숭상하고 신앙하였다.

  또한 민족의 탄생을 장식하던 삼신은 그대로 민족 구성원의 개개인의 탄생으로 이어져서 아기 낳는 안방의 신이 되었다. ‘삼신할머니’가 그것이다. ‘삼줄(탯줄)’을 끊고 나오면 밥과 국 ‘세 그릇’을 바치며 ‘삼칠일’간의 금기를 행하고, 아기가 클 때까지 ‘삼신’이 도와준다고 믿어 ‘삼신주머니’ · ‘삼신바가지’ 따위로 모시는 풍습이 생기기도 했다. 또 하나 제주도 신화에 들어가면 ‘삼명두 신화’를 만날 수 있는데, ‘삼명두’는 제주도 무당의 조상 신격이자 3대 무구(巫具)인 ‘요령 · 신칼 · 산판’을 일컫는다. 내용은 세쌍둥이 형제가 ‘삼천’ 선비를 죽인 뒤, 천 · 지 · 인을 관장하는 신격이 되어 제주도 무당의 원조가 된다는 ‘3’의 원형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곳 신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삼성(三姓)신화’다. 고(高) · 양(良) · 부(夫) 세 성씨가 삼성혈에서 나와서 제주의 개조(開祖)가 되었다는 신화이다.

  그 외에 민간에서 흔히들 ‘내기를 해도 삼세번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삼세번에 득한다.’, ‘삼신산(三神山)’ 등이 그러한 ‘3’의 원형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이러한 ‘3’이 3번 반복돼 9를 이루면서 그 의미가 강해진다. 서 말, 서 되, 서 홉으로 쌀을 준비하는 마을굿이나, 아홉수라고 하여 29살에 결혼을 피한다는 관념, 삼재라고 하여 액이 3번 반복된 마지막 해 등이 그것이다. 이렇듯 ‘3’은 우리민족의 정서인 동시에 신앙이었다.

  한편 삼족오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효(孝)의 상징이 아닐까 한다.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다가 늙으면 새끼들이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어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반포지효(反哺之孝)]. 물론 까마귀가 곧 효라는 개념이 통용된 시기는 중국 수(隋)나라 때이지만, 효의 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민족에게나 존재하고 우리 민족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네 선조들은 하늘의 자손이라 자처한 것처럼, 효의 상징적 대상이 다르다. 곧 부모는 그 위에 조상을, 조상은 그 위에 시조를, 시조는 그 위에 천신께 신체와 생명 그리고 가호를 받기 때문에 우리는 하늘을 정성껏 공경하는 것을 천손의 도의로 받아들였다. 달리 말해서 부모님은 하늘에서 왔기 때문에 하늘처럼 정성스레 마땅한 예로써 모신다는 것이다. 이는 상제님께서 “복은 위로부터 내려오는 것이요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것이 아니니 사람의 도의로서 부모를 잘 공양하라.”(교법 1장 41절)고 하셨던 말씀을 미루어 볼 때, 우리 민족은 다른 민족들과 달리 효의 대상이 인간을 넘어 하늘에 맞닿아 있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삼족오는 천손의식과 삼신신앙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다양하게 민중의 생활 속에서 표현되고 있다. 더구나 해 뜨는 동방의 나라 고조선의 상징으로 삼국시대부터 고려와 조선시대,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세월에 걸쳐 민중들의 생활 속에 이어져 내려왔다. 벽화와 청자, 가사(歌辭), 묘비, 부적, 민담, 솟대 등에 삼족오가 해를 상징하면서 조형된 사례가 그러한 것이다. 반면 독특한 울음소리 때문에 죽음의 불길한 징조로 여기거나, 건망증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듯한 ‘까마귀 고기 먹었나?’와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들 삶에는 우리네 조상들처럼 신을 경외하고 숭배하며 천리에 순응하려는 민족 정서가 짙게 배어 있어서, 이 삼족오가 동이족과 한민족을 상징하는 징표이며 민족 신앙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상제님께서 “조선과 같이 신명을 잘 대접하는 곳이 이 세상에 없도다. 신명들이 그 은혜를 갚고자 제각기 소원에 따라 부족함이 없이 받들어 줄 것이므로 …”(교법 3장 22절)라는 말씀처럼, 어쩌면 우리 민족은 태초부터 천손의식이 짙어 까마귀의 효가 상징하듯 모든 것을 하늘에 대한 예로써 정성껏 대접해 왔던 것이라 생각된다.

 

 

참고문헌

박선미, 『숫자 3을 이용한 한국의 시각적 표현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석사학위 논문), 2003.

이부영, 『한국의 샤머니즘과 분석심리학』, 한길사, 2012.

이희근, 『우리 민속 신앙 이야기』, 김영애, 2002.

『한국민속대사전』, 민족문화사, 1993.

허홍식, 『한국 신령의 고향을 찾아서』, 집문당, 2006.

허홍식 외3명, 『삼족오』, 학연문화사, 2007.

 

 


01 중국에서도 태양을 삼족오로 보고 신성시 하였다. 그리고 삼족오를 현조(玄鳥)라 하여, 북방을 지키는 새로 인식했다. 바로 오행사상에서 나온 것인데, 북방을 검정색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또한 북방은 오행에서 수(水)를 차지하고 있고, 이 수(水)는 ‘탄생과 시작’을 의미한다. 특히 동이족의 삼족오는 머리에 공작처럼 둥글게 말린 벼슬이 달려 있다는 점에서 타 민족의 삼족오와 차이점이 있다.

02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풍속화, 초상화, 사신도(四神圖) 등과 함께 자리한 것이 성신도(星辰圖)이다. 성신도는 천체를 그린 그림으로 해와 달, 그리고 북두칠성 등이 그려져 있다.

03 고대신화에서 건국시조의 탄생을 신격화시켜 초인적인 권위를 부여하기 위하여 알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으로, 단군 · 주몽 · 혁거세 · 김수로는 모두 태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난생신화이다.

04 천부지모는 우리 민족 신화의 특징으로, 신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하늘의 자손[천손(天孫)] 계열이라는 것이다. 단군신화나 해부루신화 등이 천손계통신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05 ‘광개토왕릉비’에 동명성왕은 “천제의 아들이고, 황천의 아들이다.(天帝之子 皇天之子)”고 하며, ‘모두루묘지’에는 “일월의 아들(日月之子)”이라고 하여 천손임을 자처하였다.

06 여기서 ‘삼신’을 천(天) · 지(地) · 인(人)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는 『천부경』의 숫자관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1’은 하늘[천(天)]을 의미하며, 우주 만물의 근본을 가리킨다. ‘2’는 만물을 소생시키는 땅[지(地)]을 의미하며, 하나가 둘로 나뉘어져 하늘에서 땅이 분리되었음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3’은 사람[인(人)]을 의미하며, 하늘과 땅의 작용으로 사람이 생겨났음을 나타낸다. 또한 ‘3’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완전한 수, 혹은 완전한 존재를 의미한다. 그래서 신화의 세계관이 천 · 지 · 인의 3개 구조로 나타나는 것도 완벽한 조화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곧 환인이 하늘을 상징하고 환웅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존재로 단군은 땅을 의미하는 인물로 나타나는 것이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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