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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2년(2012)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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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수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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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의 길

 

구의10 방면 정무 조은희

 

  수도한지도 벌써 십여 년의 세월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무엇을 했나 뒤돌아보면, 아쉬움만 남는다. 디자인 공부를 하다가 도를 만나서 청춘을 보냈건만 도에서 무엇을 이루었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문제일까?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오히려 뒤처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도에 대한 확신보다는 막연히 닦아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시작한 수도생활이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왜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곧 운수가 온다는 말을 믿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운수가 오기 전에 급한 마음에 복을 쌓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포덕도 하고 후각도 두었다. 하지만 온다는 운수의 시간은 몇 번이고 지나갔다. 1999년도 지나가고 2002년도 지나가고, 매번 운수가 곧 올 것 같은 시간은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지나갔다. 매년 반복되는 운수 놀음 속에서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이것이 수도하는 것일까?’, ‘내가 수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수도를 했다면 나의 인성은 더 닦여져 있는 것일까?’ 하는 반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흔들리는 속에서 선각자가 해준 다음의 이야기는 나의 수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은 『한비자(韓非子)』 유로(喩老)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01

 

 

조양자(趙襄子)가 왕자기(王子期)로부터 말 모는 법을 배운 다음, 왕자기와 경주를 했다. 그는 세 번이나 말을 갈아 보았건만 세 번 다 지고 말았다. 그래서 양자가 말했다.

 

 

  “그대는 내게 말 모는 법을 충분히 다 가르쳐 주지 않은 모양이로군.”

왕자기는 이렇게 대답했다.

  “가르쳐 드릴 것은 다 가르쳐 드렸습니다. 다만, 그것을 쓰는 방법이 틀렸을 뿐입니다. 대개 수레를 모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의 몸과 수레가 서로 꼭 맞고, 말을 모는 사람의 마음과 말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속력을 내고 멀리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임금께선 조금만 늦으면 저를 뒤쫓으려 하시고 조금만 앞서면 저로 하여금 뒤쫓아 오지 못하도록 하려고만 하십니다. 대개 수레를 몰고 가노라면 앞서기도 하고 뒤지기도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임금께선 앞섰을 때나 뒤졌을 때나 언제나 저만을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래서야 어떻게 말과 뜻이 맞을 수 있겠습니까? 그 점이 지시게 되는 원인입니다.”

 

 

  그랬다. 왕자기의 말처럼 말을 잘 몰려면 말과 내가 하나가 되어야 했다. 마찬가지로 수도를 잘하려면 나와 도가 일치되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수도는 하고 있었지만, 진정으로 도의 의미와 수도의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해야 한다고 하니까 시작했고, 남이 포덕을 하니까 나도 포덕을 시작했고, 남이 임명을 모시는 것을 보면서 나도 사업을 해서 임명을 모시고자 했다. 물론 그러한 속에서 포덕도 하고 임명도 모셨지만, 그것이 수도라고 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했다. 말과 일치되어야 멀리까지 달릴 수 있는데 나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선각이 좋아할까?’, ‘운수가 오기 전에 빨리 한 사람이라도 구해야 복을 받을 텐데….’, ‘임명을 모시고 운수를 받는 것이 좋겠지?’ 이러한 많은 생각 속에 어떻게 하는 것이 수도인의 참모습이고 어떻게 해야 수도가 되는지는 빠져 있었다. 운수가 곧 올 것이라는 생각에 숨도 쉬지 않고 달려 왔지만 이야기에서처럼 이길 수 없는 방법으로 달려왔다. 운수를 받을 수 없는 방법으로 달려온 것이다.

  진정 중요한 말과 하나 되는 방법, 일심이 되기 위한 방법, 자신의 인성을 닦는 수도는 없었다. 내가 얼마나 수도가 되었나보다는 언제 운수가 올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전경』에 ‘욕속부달(欲速不達)’02이라는 말이 나온다. 나 자신의 수도가 바로 욕속부달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운수를 받고자 하는 욕심으로 급하게 달려왔지만, 과연 운수를 받을 수 있는 마음 닦는 수도는 했을까?

  언니에게 대순진리를 이야기했다. 그 후 몇 년 동안 연락이 안 되었다. 대순진리회인 것을 알고 피한 것이다. 참 마음이 아팠다. 이것이 사회에서 보는 대순진리회란 말인가. 아니, 남이 만들어 놓은 모습이 아닌 나 자신이 만들어 놓은 모습이었다. 지난 수도를 반성하며 조금씩 다가갔다. 마음으로 언니가 진정으로 잘 되기를 바라면서 조금씩 풀어 나갔다. 어느덧 도장 참배도 하고 그러다가 입도식도 하고, 이제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대순진리회를 얘기하더니 몇 명 입도도 시켰다.

  곧 운수가 올 것이라는 마음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자신의 수도보다는 주변의 이끌림에 의해 해온 수도. 이제는 늦더라도 「대순진리회 취지」의 내용을 되새기며, 말과 하나 되어야 멀리 갈 수 있는 것처럼, 대순진리와 일치되는 수도를 해 나가야겠다.

 

 

오직 우리 대순진리회(大巡眞理會)는

성(誠)·경(敬)·신(信) 삼법언(三法言)으로

수도(修道)의 요체(要諦)를 삼고

안심(安心)·안신(安身) 이율령(二律令)으로

수행(修行)의 훈전(訓典)을 삼아

삼강오륜(三綱五倫)을 근본(根本)으로

평화(平和)로운 가정(家庭)을 이루고

국법(國法)을 준수(遵守)하여

사회도덕(社會道德)을 준행(遵行)하고

무자기(無自欺)를 근본(根本)으로 하여

인간(人間) 본래(本來)의

청정(淸淨)한 본질(本質)로 환원(還元)토록

수심연성(修心煉性)하고

세기연질(洗氣煉質)하여…

(「대순진리회 취지」 중에서)

 

 

 

 


01 정철 편역, 『동양의 탈무드 제자백가, 참으로 흰 것은 때묻어 보인다』, 오늘, 1991, p.96.

02 교법 2장 34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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