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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1년(2011)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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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 세 가지 질문

세 가지 질문


글 교무부

 

 


  옛날 어느 나라에 고민이 많은 왕이 있었다. 그는 무언가를 하기에 적절한 때를 알 수 있다면, 누구의 말을 신임해야 할지 알 수 있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일인지를 알 수 있다면, 자신이 무엇을 하더라도 결코 실패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왕은 이 세 가지 질문에 딱 맞는 답을 해주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온 나라에 공표했다. 얼마 후 각지에서 학식 있는 사람들이 몰려와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다양한 대답들을 내놓았지만, 왕은  아무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은자(隱者)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지혜롭기로 소문난 그 은자는 깊은 숲에 살고 있었다. 거기다 좀처럼 그곳을 벗어나지 않았고 평범한 사람들 이외에는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왕은 평민의 옷으로 갈아입고 길을 나섰는데, 은자의 집 근처에 도착하자 말에서도 내렸다. 그러고는 자신을 만류하는 호위병들까지 그곳에 남겨두고 혼자 은자의 집으로 향했다.
  왕이 은자가 기거하는 오두막에 도착했을 때, 마침 그는 밭을 일구기 위해 땅을 파고 있었다. 왕이 다가가자 인사를 건네기는 했지만 손놀림을 멈추지는 않았다. 은자는 너무 야윈 탓에 힘이 없어서인지 삽질을 할 때마다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멈출 기미가 없어서 왕이 먼저 말을 걸었다.
  “현명한 은자여, 저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적절한 때에 일을 행할 수 있는지, 그때 누구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 어떤 것을 가장 신경 써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인지 알고 싶습니다.”
  왕은 은자가 곧 현명한 대답을 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땅만 파고 있었다. 왕은 슬슬 답답해지기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왕은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당신은 매우 힘들고 지쳐 보이는군요. 제가 잠시 땅을 파드리겠습니다.”
  “고맙소.”
  은자는 흔쾌히 삽을 건네주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두 고랑 정도 땅을 팠을 때, 왕은 잠시 손을 멈추고 세 가지 질문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은자는 이번에도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삽에 손을 뻗으며 말했다.
  “내가 마저 할 테니 이제 좀 쉬는 게 어떻겠소?”
  “아닙니다. 제가 계속하겠습니다.”
  왕은 그에게 삽을 건네주지 않고 계속해서 땅을 팠다. 그런 식으로 한 시간이 지나고, 또 한 시간이 지났다. 이윽고 숲 뒤쪽으로 해가 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왕은 삽을 땅에 꽂고 말했다.
  “현자여, 거듭 말씀드렸지만 저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당신을 찾아 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다면 차라리 그렇다고 말해주십시오. 그러면 더 이상 묻지 않고 돌아가겠습니다.”
  은자는 이번에도 왕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잠시 먼 곳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기 누군가가 달려오고 있군요.”
  왕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남자 하나가 숲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옆구리를 손으로 움켜쥐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며 두 사람이 있는 곳까지 다가오더니 기절해버렸다.
  왕과 은자가 남자의 옷을 헤치고 살펴보았더니 옆구리에 커다란 상처가 나 있었다. 왕은 정성껏 상처 부위의 피를 씻어낸 다음 자신의 손수건을 그 위에 얹고, 은자의 수건을 붕대 삼아 옆구리에 감아 주었다. 그러나 지혈이 쉽게 되지 않아서 그 과정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야 했다. 마침내 피가 멎었을 때 쯤 겨우 정신을 차린 남자가 눈도 제대로 못 뜬 상태로 마실 것을 청했다. 왕은 이번에도 귀찮아하는 내색 없이 시원한 물을 가져다주었다.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날씨도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왕과 은자는 남자를 부축하여 오두막 안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 왕은 먼 길을 온데다 몇 시간이나 땅을 파고, 지혈을 시켜주려고 애쓴 탓에 너무 지쳐있었다. 그는 결국 문지방에 쪼그리고 앉아 잠이 들었다. 얼마나 고단했던지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눈을 뜬 왕은 잠시 몽롱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침대에 누워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낯선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 남자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부디 나를 용서해주시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오? 처음 만나는 사이에 용서할 일이 뭐가 있소?”
  “아니오. 사실 나는 당신을 해치려고 했었소. 몇 년 전, 당신이 나의 형을 사형시키고 재산을 몰수한 일이 있었소. 죗값에 따른 처벌이었지만 나는 수긍하지 못하고 복수를 맹세했다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중에 당신이 혼자서 은자를 찾아갔다는 것을 알아냈소. 돌아가는 길목에 은신해 있다가 암살하려고 했는데, 해가 저물어 가도록 모습이 보이지 않더군. 기다리다 못해 직접 찾아보려고 근처를 돌아다니다 호위병들과 마주치는 바람에 부상을 입고 겨우 도망쳤다오. 그런데 이렇게 나의 목숨을 구해주다니… 감사하오. 당신은 내 생명의 은인이 되었소. 그러니 나를 용서해준다면 평생 동안 당신을 섬기고, 내 아들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명하겠소.”
  왕은 놀라기는 했지만 남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얼마 후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위병들이 오두막을 찾아왔다. 왕은 호위대장에게 남자를 자신의 부하로 삼기로 했으니 그를 데리고 먼저 출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즉시 자신들이 대기하고 있던 곳으로 향했다.
  왕은 오두막 밖에 여윈 다리를 웅크린 채 앉아 있는 은자에게 다가갔다.
  “마지막으로 간청합니다. 현자여, 제 질문에 대답해주십시오!”
  “당신은 이미 답을 얻었소이다.”
  “답을요? 제가 어리석어 아직 깨닫지 못한 듯합니다.”
  “모르겠소이까? 당신이 어제 바로 가버렸다면 그 남자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니 나 대신에 밭을 갈고 있었던 것이 가장 중요한 때요, 내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고, 나를 도우려고 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소. 그 후에 당신이 다친 남자를 보살핀 시간이 가장 중요한 때였고, 그 남자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으며 당신이 상처를 치료해준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소. 그렇지 않았다면 충성을 맹세하는 부하를 얻지 못했을 테니 말이오.  그러니 잘 기억하시오. 중요한 때는 단 한번, 바로 ‘지금’이라오. 또한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이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상대방에게 선(善)을 베푸는 것이라오. 왜냐하면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난 목적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오.”

 

<월리엄 J.베네트 編,『인생의 나침반』, 미래의 창,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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